▲ 황토색 건물과 초록색 잔디밭이 잘 어우러진 대화성당. 성당 입구 왼쪽에 있는 대화성당 표지도 독특하고 예술적이다.(왼쪽) | ||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됐던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그곳에 아주 특별한 성당이 있다. 주말 미사 때면 마을주민보다 여행객이 더 많이 찾는다는 ‘대화성당’이 그곳. 시골 정취에 딱 어울리는 이 자그마한 성당은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수많은 예술적 기호들로 들어차 있다.
대화성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그곳은 신성한 장소이면서도 누구나 찾아와 쉬었다 가는 광장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 광장은 사무실과 ‘작은 꽃 피정의 집’, 성당 등 3채의 건물과 하나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과 마당을 합쳐봐야 300평이 채 되지 않는다.
성당 마당으로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성모자상이 눈에 들어온다. 조각가 한진섭 씨의 작품이다. 얼굴도 몸도 팔도 아기 예수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것이 성모자상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성모자상 뒤로는 ‘ㄱ’자 형태의 성당건물이 가로 놓여 있다. 건물은 황토색 벽돌로 외부마감이 돼 있어 편안함을 준다. 여느 성당처럼 거대한 첨탑은 없지만 이곳에도 2층 종탑이 있다. 이 종탑 위에는 십자가가 설치돼 있는데 이것 또한 예사 작품이 아니다. 이 역시 한 씨의 것으로 마치 퍼즐을 끼워 맞춘 듯한 모양이다. 전통적 범주에서 보면 상당한 파격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자. 현관부터 시선을 끄는 도자벽화 십자가와 화강석 성수대가 보인다. 작품들은 매우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형식을 고집하지 않으며 오히려 희극적이다.
성당 내부는 어떨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앞쪽 벽면에 예수의 십자가가 걸려 있고 양 측면으로는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걸려 있다. 창문은 스테인드글라스라고 불리는 유리화다. 김남용 씨 작품인 이 유리화는 화려하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다. 하지만 은은하게 빛을 담아내고 투과시킨다.
좌우와 앞쪽 벽면 작품들은 모두 한진섭 씨 작품이다. 예수가 고난 받고 재림하기까지의 과정이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뒤쪽 벽면은 변승훈 씨의 작품으로 도자기 조각을 이용해 벽면을 모자이크하듯 채워나갔다.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그림은 ‘골고다의 세 십자가’를 상징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편안해지는 건물과 엄숙함보다 친근감이 더한 성미술품들이 가득한 대화성당. 이번 봉평 메밀꽃 여행길에는 꼭 한번 들러보자.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장평IC로 나와 평창·대화 방면으로 우회전 한 후 10km쯤 달리면 대화면이 나오고 길 좌측에 대화성당 이정표가 보인다.
★문의: 대화성당(http://www.artchurch.or.kr) 033-334-212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