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 창선-삼천포대교의 모습(위), 작은 사진은 야경. | ||
남해고속도로 사천IC를 빠져나오자마자 삼천포로 가는 3번 국도가 이어진다. ‘삼천포’. 사실 이 이름은 공식적으로는 사장된 지 오래다. 1956년 사천군에서 삼천포시로 분리됐다가 1995년 다시 사천시로 통합, 삼천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삼천포라는 이름이 더 입에 붙는 모양이다. 항구도 사천항이 아니라 삼천포항이고 항구 위로 저 멀리 창선도까지 이어진 다리도 삼천포대교다.
삼천포는 참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선-삼천포대교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2003년 4월 28일 개통된 이 다리는 올해 건교부가 뽑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 중 1위에 올랐다. 삼천포 대방동과 남해의 창선을 잇는 총연장 3.4㎞의 연륙교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인공다리의 건축미가 깃들어 있다.
다리는 삼천포항에서 시작해 모개, 초양도, 늑도라는 세 개의 섬을 잇고 마지막으로 창선도까지 드리운다. 삼천포에서 모개까지를 삼천포대교, 모개에서 초양도까지를 초양대교, 늑도까지를 늑도대교라고 한다. 마지막 다리는 창선대교다. 각각의 다리는 모양도 다르고 공법도 또한 상이하다. 삼천포대교는 서해대교의 모양을 닮았고 마지막 창선대교는 한강의 동호대교와 흡사하다. 다리가 놓이면서 그 작은 섬들은 육지나 다름없어졌다. 외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섬들은 이제 낚시와 휴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창선-삼천포대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각산에 올라야 한다. 각산은 삼천포항 뒤편에 있는 해발 398m의 야트막한 산. 이 산은 삼천포의 명산으로 이름 높은 와룡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창선-삼천포대교 개통으로 서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각산 가는 등산로는 크게 네 가지.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하거나 용운암, 대방사, 모충공원을 통해 오르는 것이다. 시간은 다 고만고만하다. 모충공원 코스가 1시간 10분으로 가장 많이 걸리고, 나머지는 40~50분 코스다.
가장 가까운 것은 대방사 코스. 대방사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후 이곳에서부터 각산망루를 거쳐 봉화대로 오르는 것이다. 다만 초행이라면 대방사로 가는 길을 찾기가 수월치 않으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3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항으로 내려오다 보면 삼천포대교공원 못 미쳐서 오른쪽으로 대방사라는 작은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가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1.대방진굴항의 낚시꾼들. 줄을 내리기만 하면 물고기가 무니, 강태공들은 빗줄기 아래서도 즐겁기만 하다. 2. 창선대교를 건너면 남해 창선도. 이곳에는 값싸고 싱싱한 횟집이 즐비하다. 3. 각산 정상에 있는 봉화대. 이곳이 바로 창선-삼천포대교 뷰포인트다. | ||
30분가량 오르면 8부 능선쯤에 산성이 나타난다. 이 산성은 길이 242m의 돌로 쌓은 석성. 백제 때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 때에는 삼별초난을 토벌하는 데 이용됐고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는 보루였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이곳에서도 조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군데군데 시야를 가리는 곳이 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봉수대가 있는 정상. 이곳에 가면 온전한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봉수대는 고려 때 설치된 것으로 남해 금산에서 봉화를 올리면 이곳에서 받아 이를 다시 사천 용현면 등으로 소식을 보냈다.
봉수대에서 바라본 창선-삼천포대교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바다 위에 뚝뚝 떨어진 섬들을 디디고 다리는 삼천포에서 창선으로 향한다. 맑은 날 낮에 보는 다리 풍경도 좋지만 야경은 더 멋있다. 어렴풋이 섬들의 실루엣이 칠흑의 밤을 뚫고 존재를 알리고, 다리의 화려한 조명은 바다 위에 또 하나의 분신을 만든다. 이 아름다움에 취해 이곳은 어느덧 사진작가들의 야경출사 명소로 자리 잡았다.
삼천포대교공원을 지나 송포동 방향으로 이어진 길은 삼천포 여행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해안의 절경과 어우러진 푸른 바다, 전통어업의 상징인 죽방렴, 올망졸망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있는 실안해변도로는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총길이는 6㎞ 정도밖에 안 되지만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리기보다는 오히려 멈춰서 주변 풍경에 녹아드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해저물녘 이곳에 간다면 그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질지도 모른다. 실안낙조는 전국 9대 낙조로 분류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참나무를 바다 갯벌에 박아 주렴처럼 얽은 전통 그물인 죽방렴 뒤로 떨어지는 낙조는 정말 황홀경 그 자체다.
▲ 사천의 명물인 남일대해수욕장 코끼리 바위. | ||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고기를 잡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죽방렴 값이 권리금만 1억 원을 호가한다니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삼천포에는 이외에도 코끼리 모양을 닮은 남일대해수욕장 코끼리바위,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슬아슬한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와룡산 등 시간을 두고 둘러볼 곳들이 너무 많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전부가 아니다. ‘삼천포로 빠지면’ 저 멀리 우주를 향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삼천포에 항공우주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야외에는 에어포스를 비롯해 각종 헬기와 전투기 등이 전시돼 있는데 일부는 ‘탑승’도 해볼 수 있다. 실내전시장에는 자유수호관과 항공우주관이 있다. 그중 항공우주관에서는 항공발달사에서부터 시작해 인공위성의 비행원리 등을 영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진주분기점→남해고속국도→사천IC→3번 국도→창선-삼천포대교
★잠자리: 실안해안도로변에 삼천포해상관광호텔(055-832-3004)이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객실은 12만 원(2인 기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가면 깔끔한 모텔형 숙박시설들이 많다. 요금은 5만 원.
★먹거리: 사천에는 바닷장어구이가 유명하다. 값이 무척 싸면서도 맛있다. 특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0m쯤 떨어진 주택가에 자리한 국빈숯불장어구이식당(055-835-4333)은 실붕장어 활어구이로 소문이 자자한 집. 메뉴는 산장어구이와 장어탕, 영양돌솥밥 등 세 가지가 전부. 장어구이는 1인 7000원, 장어탕 5000원, 돌솥밥 6000원.
★문의: 사천시청 문화관광과(http://www.toursacheon.net) 055-830-4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