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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환희대-연대봉 억새 능선. | ||
억새 명소로 알려진 곳들은 많다. 그러나 천관산만 한 곳은 또 드물다. 정남진 장흥 천관산의 가을은 억새와 함께 무르익어간다. 이곳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다도해를 굽어보는 ‘억새산행’이 가능하기 때문.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천관’이라 이름 지어진 이 산은 해발 723.1m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지리산·월출산·내장산·내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힐 만큼 대단한 풍광을 지녔다. 곳곳에 기암괴석이 머리를 내밀며 자태를 뽐내고 그 아래로는 시원스런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또한 40여만 평에 이르는 정상부 능선 일대에는 억새군락이 자연적으로 조성돼 있다. 산을 오르기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등반 코스는 무려 열 가지가 넘는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장천재로 올라 환희대와 연대봉을 거쳐 양근암 또는 탑산사 쪽으로 하산하는 것. 억새는 물론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 감상까지 가능하다.
순수 산행시간은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등반로 주변의 볼거리와 억새의 풍광에 시간을 내줄 것까지 고려한다면 대략 6시간은 잡아야 넉넉하다. 어쩌면 그도 모자랄지 모르지만.
도립공원 안내소가 있는 장천재 주차장 인근에는 방촌문화마을과 고인돌군 등이 있다. 전형적인 농촌 양반마을인 방촌문화마을은 600년간 장흥 위씨가 살아온 집성촌이다. 호남 실학의 대가 위백규 선생의 생가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전통한옥 3동과 장천재, 장승 등이 있다. 특히 이곳에는 300여 개의 고인돌을 비롯한 선사유물이 있어 한번 들러볼 만하다.
천관산은 거의 소나무로 뒤덮여 있다. 간혹 상수리나무와 때죽나무가 뒤섞인 정도. 스산해진 만추의 바람을 타고 소나무의 알싸함이 전해진다. 등산로 초입에서부터 환희대까지는 약 2.9㎞. 1시간 30분이면 족한 거리다.
초반 지루하게 이어지던 산행은 30분쯤 지나면서부터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산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중간 중간 드러나는 주변의 풍광 때문이다. 새로 간척한 논들과 다도해도 보이고 좌우로는 천관산의 멋진 여러 봉우리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에 취해 땀을 식힌다는 핑계로 눌러앉다보면 산행시간은 길어지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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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천관산. 산 능선 뒤로 드넓은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 ||
금강굴은 사실 굴이라기엔 너무 초라한 모습. 바위틈에 깊이 3m 정도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이곳까지 왔으면 천관산 8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앞으로 노승봉, 대세봉, 천주봉 등이 차례대로 펼쳐지지만 오르기 힘든 경사를 가진 것도 아니고 또 봉우리 사이도 매우 가깝다. 대세봉에는 오른쪽으로 길이 하나 나 있는데 산 아래 천관사로 이어진 등산로다. 장천재에서 오르나 천관사에서 오르나 그 거리와 시간은 엇비슷하다.
천주봉에서 환희대까지는 고작 200m. 천주봉에서 바라본 환희대 일대는 민둥산처럼 나무 하나 없이 헐벗었다. 하지만 그 가엾은 산의 머리를 포근히 덮고 있는 것이 바로 억새. 능선을 타고 연대봉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 급한 마음에 걸음이 빨라진다. 심호흡 한 번 하고 환희대까지 한달음에 달리듯 오른다. 마침내 도착한 환희대. 그 이름의 원래 의미야 어쨌든 ‘환희’에 찬 감정으로 가슴이 벅차다. 봉우리 주위로 온통 억새밭. 산이 아닌 고원에 오른 듯하다. 사람들은 환희대에서 등산의 노고를 다 씻고 간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거나 억새꽃다발을 만들어 등산을 기념하며 즐거워한다.
진정한 억새산행은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 1㎞ 구간이다. 40여만 평에 달하는 억새군락이 능선 좌우로 펼쳐진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억새들은 일제히 ‘사삭’ 소리를 내며 춤을 춘다.
억새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을 낸다. 평원에서라면 해가 중천에서 좌우 45도 방향으로 기울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오전 9시께나 오후 5시경 해를 안고 억새를 바라볼 때 억새는 은빛으로 빛난다. 황혼녘의 억새도 빼놓을 수 없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억새의 모습은 황홀경 그 자체다.
연대봉은 천관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고려시대 설치된 봉수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봉수를 이용해 연기를 피워 올렸던 곳이라고 해서 연대봉이다. 이곳은 천관산 최고의 뷰포인트다. 천관산 억새풍경이 완성되는 곳인 동시에 다도해를 내려다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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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두 가지. 장천재로 다시 내려가느냐 아니면 탑산사로 방향을 잡느냐다. 승용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탑산사로의 하산을 적극 권한다. 1200년 전 창건된 이 절은 법당과 요사도 볼 만하지만 이보다도 입구에서 절까지 쌓아놓은 돌탑들이 더 이색적인 곳이다. 민초들이 소망을 담아 쌓은 돌탑들은 높이 10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한 모양으로 서 있다. 탑산사 인근에는 천관산문학공원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문학공원으로 이청준, 한승원, 차범석 등 국내 유명 문인 54명의 육필원고가 자연석에 새겨져 전시돼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목포IC→2번 국도(장흥 방향 직진)→장흥읍→23번 국도(관산 방향 직진)→천관산
★잠자리: 천관산 주변으로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다. 장흥읍이나 관산읍, 안양면 등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장흥읍에는 장흥관광호텔(061-864-7777)을 비롯해 깔끔한 모텔들이 있다. 관산읍에도 모텔이 더러 있다. 안양면으로 가면 수문해수욕장 근처에 국내 최대 해수사우나를 갖춘 ‘옥섬워터파크’(0610862-2100)가 있다.
★먹거리: 장흥에서 천관산에 닿기 바로 전 관산읍에 ‘천관산관광농원’(061-867-7790)이 있다. 통돼지바비큐, 숯불구이, 우리밀칼국수 등이 일품이다. 천관산도립공원 장천재 입구에 있는 ‘머루랑다래랑’(061-867-6709)은 옻닭, 오리탕, 도토리묵 등을 판다. 천관산에서 남쪽 바닷가로 더 내려가면 회진, 마량 등 포구에 횟집이 즐비하다.
★문의: 장흥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ravel.jangheung.go.kr) 061-863-707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