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갖 얼굴들을 모아놓은 얼굴박물관. 이곳에는 동자석을 비롯해 벅수와 장승 등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
경기도 광주 분원리에 자리한 ‘얼굴박물관’은 연극 연출가인 김정옥 씨가 지난 40여 년 동안 수집한 1000여 점의 얼굴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작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벅수, 문관석, 무관석, 동자석과 같은 돌사람 300여 점. 장승을 포함한 목각인형 200여 점, 도자기나 테라코타의 인형 50여 점, 가면 100여 점, 초상화나 무속화의 인물화 100여 점, 현대작가의 회화와 조각 100여 점 등이 박물관 실내외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박물관은 출입구가 참 특이하다. 미닫이도 여닫이도 아닌 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회전문이다. 보통의 회전문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지만 이 문은 담벼락과 똑같은 색깔과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이 아예 없는 줄 안다.
이 문을 밀고 들어가면 박물관 마당이다. 이곳은 마당이 하나의 전시장이다. 수많은 돌사람들이 마당에 다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던 것들이다. 마을 어귀에는 장승이나 벅수가 버티고 서서 악귀를 쫓았고 뒷산 무덤 곁에는 문무관석과 동자석 등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우리 옛것들이다. 거기에 깃든 수많은 우리네 표정들도 지워져 버렸다. 박물관 마당에는 묘나 사당 또는 건물 앞에서 재앙을 막던 석마(石馬)와 석양(石羊)도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목각작품과 탈, 초상화 등이 전시돼 있다. 중국과 일본 심지어 아프리카와 남미의 작품들도 있다. 바닥에는 조각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벽에는 갖가지 탈들이 걸려 있다. 짚을 꼬아 만든 무당들의 신물도 있다.
얼굴박물관의 또 다른 볼거리 하나는 ‘관석헌’이라 불리는 한옥이다. 이 한옥은 80년 전 지은 것으로 전남 강진에서 옮겨왔다. 시인 김영랑 씨와 같은 가문인 화가 김승희 씨 조부가 살던 집이다. 상량문에는 ‘장춘실’(長春室)이라고 되어 있는데 박물관장인 김정옥 씨는 ‘관석헌’(觀石軒)이라고 이름 지었다. ‘긴 봄을 그리워하는 곳’보다는 ‘돌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곳’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다.
이곳은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다만 통째로 빌려야 한다. 10인 기준 숙박의 경우 30만~40만 원. 주간 대여는 20만 원이다.
얼굴박물관은 월·화요일에 휴관을 하고 수·목·금요일에는 전화예약을 한 후에만 관람할 수 있다. 토·일요일은 자유관람이 가능하다.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광주·천진암IC(경안IC) 천진암 방면→분원리 바로 닿기 전 왼쪽 좁은 길 30m 직진→얼굴박물관
★문의: 얼굴박물관(http://www.visagej.org) 031-765-352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