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를 타고 경주투어에 나선 여행객. | ||
은빛 두 바퀴가 늦가을의 햇살을 두 조각으로 쪼개며 달려간다. 붉게 물든 단풍과 퇴색된 유적들이 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소슬바람이 오히려 상쾌하다.
경주는 자전거여행을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곳곳에 수많은 명소들이 산재해 있어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저서 <자전거여행>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고 했다. ‘자전거를 저어갈 때 2만 5000분의 1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우마차로, 소로, 임도, 등산로들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고.
그의 말처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특별하다. 자전거는 걷기처럼 내 몸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체험여행이다. 소비된 에너지만큼 여행은 각별해진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파노라마처럼 두 바퀴가 지나간 길들이 생생히 펼쳐져 머리와 가슴속에 각인된다.
경주 자전거투어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하는 시내권 코스와 경주역에서 출발하는 외곽지 코스.
시내권 코스는 장군교→오릉→포석정→경주향교→계림숲→첨성대→대릉원(천마총)→<신라의 달밤> 영화촬영지(숭혜전) 등을 돌아 다시 고속버스터미널 앞으로 오는 것. 길에 오르막이 거의 없어 달리기에 어려움이 없고 보다 많은 유적지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야경이 아름다운 안압지. | ||
두 코스 모두 한나절이면 충분한 거리다. 보다 세분화시켜 코스를 여섯 개로 잡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유적지 순례에 초점을 두는 것도 좋다. 자전거를 멈추는 각 장소에서 둘러보며 머무르는 시간을 더 가지는 것이다. 보문단지권, 남산권 등 경주관광 단지를 중심으로 삼는 게 보통인데 사실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핸들을 틀어도 좋다.
이 계절의 경주는 어딜 가도 그림이 된다. 불국사와 석굴암 주변은 단풍으로 주변이 온통 빨갛고 안압지는 야경이 아름답다. 계림숲은 피톤치드로 가득하고 천마총과 여타 왕릉은 누렇게 변색된 잔디가 오히려 푸근하다.
참, 자전거는 보문관광단지, 경주역, 경주고속터미널, 월성공원, 천마총 등 경주 어디서나 대여가 가능하다. 1일 5000원. 주말에는 7000원으로 대여료도 저렴하다.
★문의:
▶ 경주시청 문화관광포털(http://culture.gyeongju.go.kr) 054-779-6396
▶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단(http:// www.gjbike.com) 054-741-110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