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을 가고 싶다면 울산 간절곶을 찾으면 된다. | ||
문무대왕의 기상 서린 경주 대왕암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해수욕장에서 200m 떨어진 바다 가운데 작은 바위섬이 있다. 이곳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대왕의 수중릉이 있는 곳이다. 일명 대왕암으로 불리는 문무대왕릉 일대의 해돋이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덤이 과연 수중에 존재하는가 하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에 초음파 장비로 바위 상판을 탐사하여 관 모양의 내부가 밝혀짐으로서 사실로 확인됐다. 현재 학계에서는 거기에 뼈를 묻었느냐가 새로운 쟁점이다. 대왕암은 동서남북으로 물길이 있고 이곳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간다.
대왕암 해돋이는 해무 때문에 더 유명하다. 어스름 녘, 바다에 솜털처럼 깔린 물안개는 신비감마저 들게 할 정도. 문무대왕릉을 중심으로 안개는 더욱 짙다. 해가 떠오르면서 물안개는 황금색으로 젖는다. 대왕암 위로 손에 잡힐 듯 커다란 해가 불쑥 떠오르고 그 아래로 고기잡이배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환상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간혹 울산 대왕암공원의 해돋이와 이곳의 해돋이를 혼동하는 이가 있다. 요즘 보편화된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대왕암을 검색했다가 울산으로 잘못 길을 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울산 대왕암공원 역시 해돋이 명소로 이름 높다. 매년 이곳에서도 해돋이행사를 열고 있다.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경주IC→양북면 소재지인 어일리에서 929번 지방도를 따라 양남 쪽으로 7㎞→삼거리에서 우회전→대종천 다리를 건너면 봉길리 해수욕장
▶문의: 경주시 (http://culture.gyeongju. go.kr) 문화관광과 054-779-6396
▲ 여수 무술목. 환상적인 색감이 탄성을 자아낸다(위), 포항 호미곶. 조형물 ‘상생의 손’ 위에 앉은 갈매기의 실루엣조차 작품의 일부 같다. | ||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은 어딜까. 정답은 울산의 간절곶과 포항의 호미곶이다. 계절에 따라 두 지역에 해가 뜨는 시간이 달라진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호미곶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반면 겨울에는 간절곶이 1분 정도 빠르다. 겨울철 태양이 남쪽으로 치우쳐 뜨기 때문이다. 이곳의 해돋이는 강원도 정동진보다 7분 이상 빠르다.
한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간절곶은 육지가 바다로 길게 뻗어서 나온 형상이다. 이곳에는 ‘새우덤’이라는 육지에서 가장 많이 튀어 나왔던 바위가 있었으나 해상의 안전을 위해 폭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해 아침 이곳은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도 물결을 이룬다. 전망대뿐만 아니라 그 뒤편 언덕의 등대와 카페 일대까지도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 그러나 그 정도의 고생은 이미 작정한 일. 가장 먼저 뜨는 태양을 보는 대가치고는 비싼 게 아니다. 혹시 조금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바로 아래 진하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겠다. 명선도를 배경으로 뜨는 해가 일품이다.
▶길잡이: 경부고속국도→언양·울산고속국도→남부순환로→진하해수욕장→간절곶
▶문의: 간절곶(http://www.ganjeolgot.org) 052-229-7000
최동단 빛의 바다 포항 호미곶
호미곶은 우리나라 전체 지형을 한 마리 호랑이 형상으로 볼 때 그 꼬리에 해당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곶’은 해안선에서 만을 감싸 안는 가장자리 돌출부를 말한다. 영일만 맨 아래쪽에 자리한 이곳은 한반도의 최동단이다.
호미곶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다. 국내외 등대 유물들이 전시돼 있고 선박 운항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놨다. 등대박물관 앞 광장에는 거대한 손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상생의 손’이라는 이름의 이 조형물은 지난 1999년 말, 새천년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육지에는 왼손, 바다에는 오른손을 마주 세웠다. 날선 칼처럼 푸르스름한 여명이 스멀스멀 오를 즈음 해맞이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바다 한가운데서부터 봉숭아물 들 듯 붉은 빛이 서서히 번지면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와’ 하는 탄성 이후 사람들은 그 어떤 말도 더 꺼내지 못 한다. 시선을 뗄 수 없는 붉은 빛. 그 빛에 사람들도 물든다. 해가 떠오르자 멀리 바다에서 집어등을 켜고 조업하던 오징어잡이 배들이 속속 항구로 돌아온다. 붉은 물살을 가르고 달려오는 배들의 모습이 한 폭 그림을 보는 듯하다.
▶길잡이: 경부고속도로 경주IC→경주(4번 국도, 감포 방면)→양북→감포(31번 국도, 포항 방면)→병포 삼거리(925번 지방도, 구룡포 방면)→구룡포항→호미곶
▶문의: 포항시청(http://www.ipohang.org) 문화관광과 054-245-6064
▲ 양양 남애항. 방파제 끝 등대는 배들의 길잡이이자 여행객들의 표지판이다. | ||
여수 하면 향일암을 떠올리게 마련. 하지만 향일암 가기 전 무술목도 그에 못지않다. 특히 무술목은 시간에 따라 그 주변을 물들이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색감으로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무술목은 몽돌해변과 해송이 울창하게 우거져 가족유원지로 명성이 높다. 그러나 무술목의 진짜 자랑은 바로 해돋이다. 해가 완전히 수면 위로 오르기 전 무술목은 형언하기 힘든 풍경을 선사한다. 그림이 따로 없다. 바로 앞 바다에는 배 한 척이 고즈넉이 떠 있다. 그 뒤로 올망졸망 모인 섬들이 흐리마리하게 보인다. 여명의 무술목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의 가슴을 후려친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풍경의 가장 강렬한 색감.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뿐이다.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순천IC→여수행 17번 국도→여수 오동도→돌산대교→무술목
▶문의: 여수시청(http://www.yeosu.go.kr) 문화관광과 061-690-2036
강원도 3대 미항 양양 남애항
강원도 일대 동해안 해돋이는 추암을 첫손에 꼽는다. 촛대바위 뒤로 떠오르는 해가 ‘감동’ 그 자체다. 애국가에서 해돋이 장면을 찍은 곳으로 동해안 일출 명소 중에서도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다. 물론 경포대와 정동진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맞이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정동진이다. 12월 31일 밤부터 모래시계 회전식이 열리고 각종 이벤트와 공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호젓한 해돋이 여행지로 남애항을 추천하고 싶다.
초곡항, 심곡항과 함께 강원도 3대 미항(美港)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남애항은 마주보는 방파제가 두 팔 벌려 마을을 감싸 안는 모양으로 마을은 하나의 호수를 연상시킨다. 방파제 양쪽 끝에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각각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이곳의 해돋이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바위섬과 등대 등 주변의 구조물들과 어우러져 특유의 매력을 물씬 뿜어내기 때문.
보통 방파제 위에서 해돋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진촬영을 위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조금 더 큰 태양을 보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아름다운 남애항을 배경으로 해돋이를 담을 수 있는 곳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어판장 옥상 위, 또 하나는 빨간 등대가 있는 왼쪽 방파제 시작점에서 30여m 떨어진 모퉁이. 어판장 옥상 위에서는 두 개의 등대 사이로 해가 뜨는 모습이 잡히고 방파제 모퉁이에서는 남애항의 명물인 바위섬 바로 옆으로 불쑥 오르는 해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다.
▶길잡이: 영동고속도로 현남 I.C→ 7번 국도를 타고 속초 방면으로 5분 정도 가면 오른쪽이 남애항.
▶문의: 양양군(http://www.yangyang-gun.gangwon.kr) 문화관광과 033-670-272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