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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와 관련 질의에 답하는 정운찬 총리.(위 사진)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자유선진당 의원들과 충청도민들. (아래 사진) 임영무 기자 유장훈 기자 | ||
여기에는 재·보궐 선거에서의 한나라당의 부진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외의 두 곳(강원 강릉, 경남 양산)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통적 지역 기반인 영남 지역에서도 힘겹게 이겼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영남권에서 특히 많이 하락했다는 점은 재보선 결과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과연 50%대를 넘나들며 집권 초기의 지지율을 회복했던 이 대통령이 세종시법 파국으로 고비를 맞을 것인가. 박 전 대표와의 갈등 양상에 민심은 어느 편을 들어주게 될까. 각종 여론조사에 녹아 있는 민심의 흐름을 짚어봤다.
“상승안정세를 보여 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종시법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원안고수와 수정론 사이에서 민심은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운 박근혜 전 대표의 이야기를 더 설득력 있게 듣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세종시법 처리 과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세종시법 문제’를 바라보는 일반 여론의 시각을 이와 같이 분석했다. 최근 크게 하락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이와 같은 민심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리얼미터의 지난 10월 28일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0%로 이전 조사(10월 14일)에 비해 3.9%p 하락했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24.7%를 기록했던 지지율은 계속해서 올라가 9월 이후 40%대의 안정권에 들어섰었다. 이번 조사에서 하락폭이 큰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았을 때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41.6%를 기록, 지난 10월 조사에 비해 3%p 하락했다. 이곳 조사에서 역시 지난 6월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에 있던 지지도가 처음으로 떨어졌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 3일 조사에서는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월 단위로 실시되는 이곳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8%를 기록해 지난 10월(54.3%)에 비해 무려 13.5%p나 하락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세종시 논란’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정치·사회 팀장은 “재·보궐 선거로 인해 지지층들이 일시적으로 결집하는 효과, 즉 ‘컨벤션 효과’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전체적 여론은 세종시 논란에 대해 지역별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정치적 정쟁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양상이다. 논란 자체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악재로 작용한 요인은 적지 않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연구원은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헌재의 유효 판결, 4대강 사업 논란, 김제동·손석희 씨 하차 문제 등 과거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서 냉정평가 기류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윤 연구원의 말대로 세종시법 이외의 현안에 대해서도 여론은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 2일 조사에서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65.4%, ‘적절했다’는 응답이 29.0%로 나타났다. 또한 ‘미디어법 재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65.1%가 ‘처리 과정의 문제가 확인된 만큼 국회에서 다시 처리해야 한다’며 재개정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헌재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으니 다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30.7%에 그쳤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지율 하락에 담긴 민심의 성격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5일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0월에 비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14%p나 폭락했고 부정적 평가도 7.2%p나 증가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 3일 조사에서도 지난달에 비해 지역별로 모두 하락폭이 컸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하락폭이 12.0%p, 대구·경북 지역 7.0%p, 인천·경기 지역 13.1%p, 광주·전라 지역 13.3%p, 서울 지역 17.3%p 등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고르게 높은 비율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셈이 됐다. 특히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지지율 하락폭이 큰 점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미현 소장은 “이는 박근혜 전 대표와 무관하지 않다. 세종시 해결방안을 놓고 친이-친박계가 정면충돌하면서 여권 내부가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민심의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향후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지지율 회복의) 관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연구원 역시 “영남권에서의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박 전 대표의 입장에 더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오히려 올라간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26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39.6%를 기록해 지난 14일 조사(37.2%)에 비해 2.4%p 상승했다. 11월 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지난 10월 조사보다 무려 8.2%p 급등한 35.4%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세종시법 논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민심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애초 박 전 대표가 ‘원안+α(알파)’ 발언을 하기 이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수정론’을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하지만 여론 흐름은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뒤집혔다. 민심이 이 대통령과 정부 측의 ‘수정론’보다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론’을 더 경청했다는 증거다. 지난 9월 15일 모노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세종시 현안에 대해 ‘행정부 이전을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견(41.5%) 등 행정부처 이전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난 바 있다. 홍준표 의원이 10월 15일 여의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원안론보다 수정론을 찬성하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설문 문항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일부 행정부처와 인근 오송·오창 생명과학단지, 대덕 연구단지를 연계하는 자족기능을 갖춘 과학기술도시로 변경·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50%, 원안대로 9부2처2청 등 36개 기관이 이전하는 행정중심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36%였다. 지역별로는 충청권에서 ‘행정부처 이전 찬성’이 49.7%로 지역별 평균 찬성 입장(23.7%)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 바 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원안 추진’에 대한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 11월 2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원안 추진’이 41.2%로 ‘기업 및 교육과학도시로 수정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30%)보다 11.2%p 높게 나타났다. 이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의 경우 지난 9월 조사 당시보다 ‘원안 추진’ 의견이 늘어났고(32.9%→39.2%), 지역별로도 대구·경북 지역의 ‘원안 추진’ 의견 역시 9.8%p(28.7%→38.5%)나 많아졌다. 전체 지역별로도 인천·경기 지역에서만 ‘수정 추진’(38.3%) 의견이 ‘원안 추진’(27.9%)보다 높게 나타났을 뿐, 이외의 지역에서는 ‘원안 추진’ 의견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세종시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대전·충청지역 응답자는 65.1%가 ‘원안 추진’에 찬성해 ‘수정 추진’ 의견(15.5%)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일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 알파’ 안에 대해 ‘문제없다’는 응답이 64.1%로, ‘문제 있다’는 의견(25.4%)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달라진 여론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변화에 동시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박 전 대표 지지율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65%가량을 유지했다. 평균적으로 이 중 40%가량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 나머지 25%가 박 전 대표의 지지율로 분석된 바 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전폭적으로 이 대통령을 밀어줄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65%까지 나올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크게 마찰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를 살피면 박 전 대표 지지층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선주자로 경쟁관계였던 두 사람이 이제 대통령과 차기 대선주자라는 서로 다른 ‘신분’이 됐음에도 여전히 이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의 마찰음은 한나라당 지지도에도 타격을 가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3일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32.1%를 기록해 지난 10월(38.4%)에 비해 6.3%p 하락했다. 10월 2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전 조사(10월 14일, 37.1%)에 비해 다소 하락한 36.5%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재·보궐 선거의 결과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연구원은 “민심이 재보선에 영향을 미쳤지만, 역으로 재보선의 결과가 다시 여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점이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여론의 ‘반동’을 경험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제 세종시법 처리에 대한 ‘묘안’을 도출해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정운찬 총리가 내년 1월 수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러 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듯 민심의 싸늘한 반응을 잠재우기엔 아직까지 역부족인 듯 보인다. 게다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세종시법 처리문제’가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세종시법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지난 재보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월 재보선 최대 수혜자
''수원대첩'' 손학규 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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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학규 전 대표가 수원 장안 당선이 확정된 이찬열 후보와 얼싸안고 있다. | ||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줄곧 5%대 초반을 기록해오던 손 전 대표의 지지도는 지난 10월 28일 조사에서 6.2%로 상승했다. 2주 단위로 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는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손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정몽준 대표, 정동영 의원에 이어 5위권을 유지해오고 있다. 8명(오세훈 서울시장, 이회창 총재, 김문수 지사가 6~8위권)의 지지도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현역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손 전 대표의 잠재적 영향력이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수원 장안 지역 승리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 손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지지율이 미미한 상황이다. ‘친노 신당’인 국민참여당 참여가 가시화된 유시민 전 장관만 17.7%를 기록(리얼미터 10월 28일 조사)해 이전 조사(13.6%)에 비해 상승했을 뿐, 나머지 후보들은 1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
특히 안타까운 점은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의 상황이다. ‘여의도’를 떠나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재보선 활약으로 지지율 상승을 가져온 반면, 함께 고생한 정세균 대표는 1~2%대의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일각에선 재보선 승리에도 제1 야당 대표의 지지도가 정체돼 있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한계 상황을 방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