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절리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위)와 정선 풍경열차 아리아리호.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우라지역까지 간 후 구절리역으로 되돌아갈 때는 꼬마열차를 타고 되돌아온다. | ||
정선선(線) 열차의 마지막 종착지인 구절리역. 2004년 9월 이후로 이 역에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기차가 사라진 이 레일에는 대신 레일바이크가 ‘기적’을 힘차게 울리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일명 철로자전거. 레일을 타고 달리는 네 바퀴로 된 자전거다. 이미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관광자원으로 2인승과 4인승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무게는 100㎏ 넘게 나가지만 즐기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리 강한 힘을 가하지 않더라도 쉽게 페달을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둔해 보이는 몸집이지만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레일바이크는 시속 30㎞까지도 속력이 난다.
바이크에는 안전장치가 잘 돼 있어 사고의 위험은 거의 없다. 속도를 제어하기 위한 브레이크가 좌석과 좌석 사이에 설치돼 있고 각 좌석에는 안전벨트가 있다. 바이크의 전면과 후면에는 다른 바이크와의 충돌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무패킹을 장착했다.
평일에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주말이면 겨울에도 레일바이크 체험객으로 구절리역은 북적인다. 동절기에 레일바이크는 오전 9시와 11시, 오후 1시와 3시 등 네 차례 운행한다. 최소한 1시간 전에는 매표를 해야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이르는 레일바이크 구간은 총 7.2㎞로 국내 최장의 레일바이크 코스다. 이 구간은 단지 길이뿐만 아니라 그 풍경마저도 단연 으뜸이다.
구절리역에서 출발한 바이크는 천천히 앞뒤 간격을 유지하며 눈 쌓인 선로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구절리역을 벗어나면서부터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마치 벼루를 펼쳐 놓은 것 같은 기암절벽이 오른쪽으로 늘어서 있고 아래로는 아직도 얼어붙지 않은 짙은 녹색 강물이 흐르고 있다. 절벽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 희끗희끗하다. 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소나무들은 푸르른 기상 그 자체다.
주변의 경치에 감탄하며 페달을 밟는 사이 어느새 구절터널. 활처럼 레일이 휘어지며 터널 안으로 빠져든다. 그 레일을 따라 바이크도 터널 속으로 흘러든다. 레일바이크를 위한 등대처럼 일정 간격마다 전구를 설치한 터널 속, 쫓아오는 어둠을 뿌리치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이런 터널은 아우라지역에 도착할 때가지 2개가 더 있다. 그 길이는 각각 다르지만 200~300m 정도다.
레일바이크 코스는 대부분 평지지만 가끔 오르막이 있다. 그다지 힘든 오르막은 아니다. 육안으로는 확인하지 못할 정도의 오르막이다. 평지에서 수월하게 페달을 돌렸다면 오르막에서는 허벅지를 약간 긴장시켜야 한다는 것뿐. 구간도 짧아서 땀이 채 솟기도 전에 오르막은 끝나고 만다.
▲ ① 폐객차를 개조해 어름치 모양으로 만든 스넥바. 아우라지역의 명물이다. ② 자동차가 주유를 해야 하듯, 레일바이크를 타다보면 에너지 소비로 인해 허기가 진다. 아우라지역으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 들러 배를 채운다. ③ 구절리역 풍경. ④ 구절리역 이글루 모형. | ||
바이크는 중간에 한 번 정거장에 들른다. 자동차가 주유를 하듯 바이크를 굴리느라 에너지를 소비한 사람들도 음식으로 재충전을 해야 한다. 저마다 어묵과 옥수수 등 간식거리를 쥐고 사람들은 레일바이크의 속력에 대하여 또 함께 탄 동반자와의 호흡에 대하여 그리고 겨울의 낭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10분가량의 휴식이 끝나고 바이크는 열을 지어 슬슬 출발한다. 이곳에서 아우라지역까지는 20분 정도의 거리. 강을 건너고 부엌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정겨운 마을을 지나 바이크는 드디어 아우라지역에 닿는다. 구절리역에서부터 정확히 1시간이 걸렸다.
아우라지역에는 어름치(잉엇과의 민물고기) 모양의 거대한 스낵바가 있다. 폐객차를 개조한 것으로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아우라지에 산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역에는 레일바이크 사진 찾는 곳이 있다. 바이크를 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찍힌 사진들이 벌써 인화돼 있다. 똑같은 구도에 똑같은 장소의 사진들. 어떤 사진은 초점이 안 맞은 것도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 추억만은 또렷이 각인될 테니까. 이 사진은 그러나 장당 1만 원을 주고 찾아야 한다. 유리액자에 끼워 넣긴 했지만 다소 비싸 보이는 게 사실이다.
레일바이크의 마지막 주자가 아우라지역에 도착한 후 5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 기적을 울리며 느릿느릿 들어오는 앙증맞은 기차가 있다. 꼬마기차 ‘아리아리호’다. 이 기차의 임무는 아우라지역까지 레일바이크를 타고 온 체험객들을 무사히 구절리역까지 모시고 가는 일. 바이크를 타고 오면서 놓쳤던 풍경을 하나하나 품에 안으며 달려가는 길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레일바이크는 정선여행의 시작일 뿐이다. ‘아리랑’의 대표적인 가사 유래지인 아우라지,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인 화암동굴,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정암사, 아리랑의 고장을 기념하는 아라리촌 등 정선에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의 대표적인 발상지 중 하나인 아우라지는 평창 도암에서부터 흘러온 송천강과 삼척 하장에서부터 물길을 이룬 골지천이 합류하는 곳. 두 강이 ‘어우러진다’고 해서 아우라지다. 이곳은 남한강 일천리 길을 물길 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들의 출발 지점으로 각지에서 모여든 뗏꾼들의 아라리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환상적으로 꾸며놓은 화암동굴은 동양 최대 규모의 석회석광장과 황종유벽 등이 있다. 이곳은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동굴 생태뿐만 아니라 금 채취과정과 제련과정 등도 살펴볼 수 있다.
▲ 정선역 근처에 있는 아라리촌. 아리랑의 고장 정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민속촌이다. | ||
정선을 여행할 때는 끝자리가 2 또는 7로 끝나는 날 들르는 것이 좋다. 구수한 정선 5일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겨운 재미가 살아 있는 정선 5일장은 정선 읍내에서 열린다. 뜨끈한 감자떡과 옛날 찐빵, 전병, 옥수수술 등 맛있는 장터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정선의 민속과 문화를 한곳에 모은 ‘아라리촌’이 장터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귀틀집과 너와집, 돌집 등 강원도의 주거형태를 재현한 것이 특히 볼 만하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진부IC→59번 국도→나전삼거리에서 42번 국도 좌회전→구절리
★잠자리: 화암8경 중 제7경에 속하는 몰운대가 정원인 몽촌빌펜션(033-563-1182)이라면 최상의 선택. 환경친화적인 미국식 목구조 주택단지로 자연 경사지를 이용해 각 동별 전망이 좋다. 동면에서 사북 가는 424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 몰운대 남벽 앞에서 우측으로 난 시멘트 길로 500m 정도 가면 있다. 사북 근처에는 달빛마을펜션(033-592-9694)이 있다. 유럽식 목조펜션으로 15평형에서부터 28평형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펜션 뒤편으로 사북읍과 강원랜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선군 동면에서 사북읍 쪽으로 424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건천 못 미쳐서 우회전한 후 5㎞ 정도 가면 좌측에 달빛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먹거리: 정선 읍내 정선역 방향 다리 건너 제일교회 앞 동광식당(033-563-3100)을 ‘강추’한다. 황기족발과 콧등치기국수가 일미다. 황기족발 1만 8000원, 콧등치기국수 4000원.
★맛집: 겨울철 스키마니아들을 위한 맛집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사북에 있는 개미회관(033-592-4145)을 추천할 만하다. 이 집은 황기삼계탕으로 사북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다.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강원랜드 1㎞ 전방 우측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황기삼계탕 9000원, 토종황기닭백숙 3만 5000원.
★문의: 정선군천 관광문화과(http://jstour.jeongseon. go.kr) 033-560-263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