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하이킹은 경주 벚꽃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오른쪽은 안압지 벚꽃 야경. | ||
‘역사기행 일번지’ 경주는 ‘벚꽃 일번지’이기도 하다. 진해와 하동의 벚꽃 이상으로 경주의 벚꽃은 아름답다. 3월 말부터 피기 시작한 경주의 벚꽃은 이번 주말을 고비로 꽃잎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요즘 경주는 온통 벚꽃천지다. 어디를 가더라도 벚꽃 구경은 배부르게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보문단지는 벚꽃이 호반을 두르고 있어 낭만적이다.
경주시내에서 보문단지로 이어지는 4번 국도변부터 벚꽃은 활짝 피었다. 보문단지까지 4㎞가량 벚꽃이 길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보문단지는 경주 동쪽 명활산 옛 성터 아래 조성한 인공호수 관광단지. 무려 50만 평 규모의 거대한 호수 주변에는 경주월드를 비롯한 위락시설과 아트선재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있다.
호젓하게 벚꽃을 즐기려 할 때 보문호수만큼 좋은 곳이 없다. 벚꽃이 유명한 대부분의 장소는 찻길이어서 안전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호반을 따라 걸으며 벚꽃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호반 산책로의 길이는 약 1㎞. 산보하기 딱 좋은 거리다. 호반에는 특이한 벚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수양벚나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가지를 수면으로 드리운 벚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치 수양버들 같다. 처진 개벚나무라고도 하는데 어깨를 축 늘어뜨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문단지의 벚꽃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하이킹이다. 단지 곳곳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비용은 1시간에 3000원. 보문호수는 산책로와 함께 자전거길이 잘 단장돼 있어 하이킹하기에 좋다. 미니바이크도 있다. 땅바닥에 앉다시피 해야 하는 앉은뱅이 바이크는 1시간 대여료가 1만 5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보문호수를 벗어나 하이킹을 해보는 것도 좋다. 보문단지에서부터 경주시내권 정도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시내권에는 석탈해왕릉, 헌덕왕릉, 대릉원, 반월성, 안압지 등의 유적이 있다. 보문단지에서 시내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은 최고의 백미다. 머리 위로 벚꽃이 흩날리고 바큇살은 햇살을 쪼개며 그 꽃길을 달려간다.
▲ 노란 유채꽃밭에 있는 분황사지 당간지주. | ||
유채꽃은 경주 벚꽃여행에서 만나는 큰 선물이다. 경주에도 대규모 유채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분황사와 반월성 앞 등지에 유채꽃이 샛노랗게 피어 있다. 노란 융단을 펼쳐 놓은 듯한 유채꽃이 장관이다.
분황사 앞 유채밭에는 당간지주(깃대기둥)가 하나 서 있다. 당간이란 절의 앞에 그 절의 이름난 승려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세우는 기와 깃대. 별 볼 것 없어 보이지만 이래봬도 사진가들의 훌륭한 모델이 되는 곳이다. 두 기둥 사이로 해가 질 때를 포착해 사진가들은 이곳의 당간지주를 사진에 담는다.
분황사는 모전석탑(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은 석탑)이 남아 있는 곳. 안산암을 벽돌 모양으로 쌓은 높이 9.3m의 탑이다. 분황사 창건 때 만들어진 석탑은 임진왜란 당시 반파되어 현재는 3층만 남아 있다. 원래는 7층이나 9층석탑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분황사에서는 매월 음력 보름날이면 저녁 7시부터 탑돌이를 한다. 저녁 예불이 끝나고 난 후 주지 스님을 따라 분황사 모전석탑을 돌고 또 돌며 소원을 비는 것. 올해 4월 처음 시작된 탑돌이 행사는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경주의 벚꽃은 야경이 더 아름답다. 보문단지와 김유신장군묘 가는 길 등은 야간에도 23시까지 조명을 켜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김유신장군묘 가는 길은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데 가히 환상적이다. 400m가량 꽃길이 이어진다. 보문단지의 경우 도로 폭이 넓어 벚나무끼리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김유신장군묘 길은 편도 1차선 도로. 길과 길 사이가 6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나무들끼리 가지를 얽으면서 하늘을 메우고 완벽한 하나의 터널을 만들어낸다.
▲ 분황사 탑돌이 행사(왼쪽).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호수길을 산책하는 연인들. | ||
안압지의 벚나무는 입구 왼쪽 편에 무리지어 있다. 야간에 조명을 받은 벚꽃은 순백색으로 빛난다. 이곳의 벚나무 수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50그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조용한 야경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여행 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를 이용해 경주IC로 나간 후 황룡사지 방면으로 계속 직진→황룡사지에서 4번 국도로 갈아타고 우회전 후 직진→보문단지
★먹거리: 경주는 쌈밥이 유명하다. 쌈밥은 첨성대와 쪽샘골목 쪽에 단지를 형성하며 모여 있다. 구로쌈밥(054-749-0600), 온정쌈밥(054-772-2256) 등이 유명하다. 각종 야채와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푸짐한 반찬이 일품. 1인분에 8000원. 대릉원 인근 원풍식당(054-771-4433)도 반찬이 많기로는 뒤지지 않는다. 무려 스무 가지에 이르는 반찬에 된장찌개와 비지찌개를 곁들여 먹는 한정식이 1인분 1만 2000원.
★잠자리: 경주는 국민관광단지답게 숙박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보문관광단지권에는 경주관광호텔(054-745-7127), 경주교육문화회관(054-745-8100), 힐튼호텔(054-748-4848) 등의 호텔과 한화리조트(054-777-8900), 일성콘도(054-744-1199) 등의 콘도시설 등이 있다.
★문의: 경주시청 문화관광포털(http://culture.gyeongju.go.kr) 054-779-639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