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돌목장과 삼색 물빛으로 유명한 협재-금릉 해변을 합성. | ||
특히 협재-금릉 해변을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은 반응을 보인다. ‘와~’ 하고 탄성을 지르고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가 바다를 향해 신발을 벗어들고 달려가는 것이다.
이곳은 환상적인 물빛으로 유혹하는 해변이다. 그 바다를 보고 있자면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연한 살굿빛에서부터 옥빛, 그리고 마지막에는 짙은 푸른빛으로 바다가 빛나는 것이다. 마치 세 가지 색깔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제주시 서북쪽에 자리한 이 해변은 한림읍 협재리와 금릉리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이 각기 따로 있지만 그 거리가 가까워 둘을 합쳐 부르는 게 보통이다. 두 해변은 한림공원을 사이에 두고 2㎞ 정도 떨어져 있다.
해변은 물이 빠지면 더욱 아름다워진다. 썰물 때 그리고 햇빛이 찬란할 때 이곳 바다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황홀하다. 어떤 오염에도 찌들지 않은 청정함이 바다에서 느껴지고 얼른 그곳으로 달려가 몸을 담그고 싶어진다. 물속 곳곳에서는 화산폭발의 흔적이 보인다. 검은 용암이 굳은 바위덩어리들이 매우 이색적이다. 두 해변 앞에는 비양도라는 섬이 잡힐 듯 보인다. 그 섬이 있어 바다의 풍경이 허전하지 않다.
물빛처럼 모래도 곱다. 쌀가루처럼 부드러운 백사장이 형성돼 있다. 협재에 비해 금릉의 모래사장이 더 넓고 길다. 두 해변 모두 파도가 세지 않아 물놀이하기에 그만이다.
▲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저지문화예술인 마을. 연못을 가진 집을 포함, 다양한 집을 구경할 수 있다(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이시돌목장. | ||
해수욕만으로는 따분하다면 목장 길 드라이브는 어떨까. 협재-금릉 해변에서 차량으로 10분쯤 거리에 제주도 중산간의 초원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목장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1961년 설립한 이시돌목장이다. 총 16만 5000㎡ 면적을 자랑하는 커다란 목장으로 측백나무 가로수와 초원을 뛰노는 말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이시돌’은 중세 에스파냐 농부로 후에 성인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의 이름. 이시돌목장은 1962년부터 양모제품을, 1969년부터는 뉴질랜드 등지에서 소와 면양 등을 들여와 치즈와 우유 등을 생산해왔다. 현재는 비육우 등 3000여 마리의 소와 말이 사육되고 있다.
초원과 오름이 어우러진 대지 위에 자리한 이 목장은 드라이브코스로 ‘강추’할 만한 곳이다. 목장에 들어서면 2차선 넓이의 아스팔트길이 목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나 있다. 그리고 좌우로도 길이 뻗어 있어 어디로든지 가볼 수 있다. 낮게 걸린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초록빛 초원. 이시돌목장의 풍경은 마음에 평화를 주기까지 한다.
목장 길을 따라 계속 달리다보면 다른 작은 목장들도 하나둘씩 나온다. 이시돌목장 주변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목장들이 여러 개 몰려 있다. 길가에는 여름을 상징하는 제주꽃인 수국이 만발했다. 보라색에서부터 자주, 하얀색까지 풍성히 핀 수국이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가끔 큰 길을 벗어나 차를 그늘 아래 세우고 편백나무 길을 걷는 것도 참 좋다. 편백나무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더위에 지친 몸과 정신을 깨운다.
이곳은 목장 외에도 성이시돌양로원, 피정센터, 젊음의 집, 성이시돌어린이집, 성글라라수녀원 등 천주교 성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성글라라수녀원은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봉쇄 수녀원’이지만 외부 성당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있다. 이 성당은 수도원 성당이자 천주교 금악교회 역할을 한다.
이시돌목장 근처에는 가볼 만한 곳들이 몇 군데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과 방림원은 같은 동네에 자리한 곳들로 이시돌목장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처럼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한림읍 저지리 10만㎡ 면적에 1999년 3월부터 조성된 이 마을에는 화가, 도예가, 사진가, 서예가, 국악인 등 총 48명의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다. 집들은 작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이다. 연못 정원을 가진 집에서부터 현대건축의 미니멀리즘을 엿볼 수 있는 집, 한옥으로 지은 집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개성 만점’ 집들이 이곳에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오는 8월 제주현대미술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이 미술관으로 인해 이곳은 더욱 풍성한 문화의 향기로 가득 찰 것이다.
문화마을 앞 방림원은 세계야생초박물관이다. 1만㎡의 야외정원과 660㎡의 실내전시관에 국내외 식물 수백 점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한 야생화전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만큼 꽃 하나, 돌 하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박물관을 다 둘러본 후에는 나가는 길에 차 한잔 들고 가자. 요일별로 꽃차를 내놓는데 무료다.
여행 안내
★길잡이: 제주공항→1132번 일주도로→협재-금릉 해변. 이시돌목장과 방림원은 협재-금릉 해변 가기 전 한림공고 사거리에서 좌회전 1136번 도로 이용.
★먹거리: 제주도의 이색 먹거리 중 하나는 물회다. 보통 물회라고 하면 오징어나 한치 등 연체류를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제주도는 자리돔을 물회로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값비싼 옥돔을 물회로 내놓는 집이 협재 해변 근처에 있다. 한림외항에 자리한 씨름왕횟집(064-796-7122)으로 옥돔물회 외에 갈치호박국도 맛있다.
★잠자리: 금릉해수욕장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내려가면 선인장마을로 유명한 월령리가 나온다. 이곳 바닷가에 비싸지 않으면서도 전망이 좋은 월령코지펜션(064-796-7138)이 있다.
★문의: 제주특별자치도 관광문화포털(http://cyber.jeju.go.kr), 관광마케팅과 064-710-385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