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체험찻집 ‘귀곡산장’ 입구. 오른쪽은 귀곡산장에서 귀신분장을 한 어린이의 모습. | ||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온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해지는 여름. 이 계절을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이색적으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공포와 친구하는 것이다.
공포만큼 몸속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하면서 가슴 깊이 각인되는 것도 없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그 기억을 반추할 때마다 오싹해지면서 체감온도가 섭씨 10도 정도는 확 내려간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경기도 가평 깊은 산골에 자리한 귀곡산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마침 이곳에서는 7월 14일부터 8월 14일까지 한 달 동안 ‘귀신축제’를 연다.
귀곡산장에서는 벌써 6년째 한여름에 귀신축제를 열고 있다. ‘귀신’을 친구로 맞이하고 싶은 사람, 공포스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이들은 서로 귀신분장 하는 것을 도와가며 누가 더 괴기스럽나 내기를 한다.
삿갓을 쓴 어린 총각, 결국 시집도 못 가보고 죽은 처녀, 흉년이 들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백발의 노파귀신들로 분한 이들이 마치 진짜 귀신이라도 된 것처럼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한다.
사실 귀곡산장은 한 여자가 불타 죽은 집터에 지어졌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 흉흉하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산장지기에게는 최고의 명당자리처럼 보였단다. 인가에서 2㎞는 족히 떨어진 깊은 산속에 산장을 지을 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렸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산장지기 김인규 씨(50)는 “처녀귀신의 덕이 컸다”고 말한다.
“손님이 없을 때는 귀신이 가서 데려오기도 해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손님들 중에는 산장까지 어떻게 해서 오게 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단지 길이 이끄는 대로 가다보니 산장이더라는 것.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면서 주변이 서늘해지는가? 그게 바로 공포의 위력이다.
귀곡산장은 기본적으로 찻집과 숙박을 겸하는 곳이다. 찻집에서는 귀신의 기가 서린 솔잎차와 귀신의 눈물(?)로 만든 이슬차를 비롯해 국화, 장미, 감잎, 뽕잎차 등 다양한 차를 마셔볼 수 있다. 찻집 주변에는 귀신도 부러워할 만한 펜션이 있다.
한편 공포에 맞불을 놓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여름이 문을 열어젖히자 공포 카페들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들 카페들은 공포소설이나 괴기스러운 이야기, 엽기 사진 등을 공유하며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갖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흉가체험(http://cafe. daum.net/hyunggabest)은 가장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카페 회원만도 2만 5000명이 넘는 거대 모임으로 그 이름처럼 전국의 흉가를 찾아다니며 공포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집은 곧바로 목표가 된다. 그만큼 귀신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공포에 맞서 싸우고 이를 극복해 냈을 때 인간은 가장 극적으로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낀다. 만약 삶이 무료하고 이 더운 여름밤이 너무 길다고 느껴진다면 그들 틈에 끼어 흉가로 떠나보면 어떨까.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