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백사장 뒤편으로 멋진 주상절리 절벽이 펼쳐진 조른모살(왼쪽). 개다리폭포. | ||
‘조른모살’은 제주도 방언으로 ‘짧은 모래’라는 뜻이다. 백사장의 길이가 100m쯤으로 짧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제주도에는 가볼 만한 해수욕장이 많다. 함덕, 김녕, 협재, 사계, 표선 등 물빛 고운 해수욕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해수욕만을 위해서라면 조른모살보다 분명 이들 해수욕장이 더 낫다. 하지만 조른모살에는 여타 해수욕장들이 갖지 못한 멋진 풍경이 있다.
조른모살은 서귀포시 하얏트호텔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하얏트호텔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중문해수욕장,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조른모살이다. 중문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조른모살과 비교해서 진모살(긴 모래)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보통 중문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하얏트호텔에서 볼 때 중문해수욕장은 훤히 내려다보이는 반면 조른모살은 마치 수줍은 새색시처럼 모습을 꼭꼭 감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 사람들도 이 작은 해수욕장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작다고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뒤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친 주상절리 절벽과 개다리폭포 등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들이 조른모살에 있다.
이곳 주상절리는 높이 40m, 길이 200m 정도 된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는 대부분 4~6각형의 다면체 돌기둥 형태로 나타난다. 조른모살에서 멀지 않은 대포동 해안의 것이 그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조른모살의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면서 형성된 바위들이 수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이어 절벽을 손으로 긁어내린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조른모살에서 진모살로 이어지는 끝부분에는 작은 폭포가 하나 있다. ‘개다리폭포’라고 불리는 이 폭포는 정방폭포처럼 바로 바다에 물줄기를 떨군다. 비록 수량이 풍부하진 않지만 제법 운치 있다. 햇빛이 강렬한 날 오후 폭포의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무지개를 그리는 모습은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답다.
개다리폭포를 지나 진모살까지 걸어가보는 것도 추억거리가 된다. 거리는 300m 정도로 짧은 편. 커다란 바위덩어리들이 놓여 있는 다소 거친 해안이다.
한편 진모살에는 깊이 15m의 천연동굴이 있다. 아무리 수은주가 폭주하더라도 서늘히 몸을 식혀주는 동굴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