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한탄강. 래프팅을 하다 보면 멋진 비경이 가슴으로 와 안긴다(위). 한탄강 래프팅 최상류 직탕폭포. | ||
강원도 철원. 안보관광지로 잘 알려진 이곳에 여름이면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 사람들은 그러나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따금씩 ‘비명’만 들려올 뿐이다. 그 비명소리를 좇아가보니 협곡 사이사이 사람들이 빼곡하다. 바로 한탄강 줄기를 따라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한 물이 큰 강을 이룬 한탄강.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래프팅 명소 가운데 하나다. 인제 내린천의 자랑이 급류이고 영월 동강이 비경을 내세운다면 철원 한탄강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탄강은 그 길이가 무려 136㎞, 평균 하폭이 60m에 이르는 강이다. 그 길이만큼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다양하고 넉넉하다.
한탄강 래프팅코스는 모두 여섯 가지. 직탕폭포, 승일교, 순담계곡, 군탄교 등 각 기점에서 기점을 잇는 코스와 직탕에서 승일교를 넘어 순담계곡까지 가는 코스, 승일교에서 군탄교까지 코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탕폭포에서 군탄교까지 종주코스가 있다.
레프팅에 걸리는 시간은 기점을 잇는 짧은 코스의 경우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승일교~군탄교, 직탕~순담계곡이 약 5시간, 종주코스는 7시간쯤 걸린다. 강물을 타고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을 고려해서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여성이나 어린이와 함께 래프팅을 나섰다면 아무래도 짧은 코스가 낫다.
한탄강은 산악지대의 계곡이 아니라 평지 사이에 형성돼 있다. 수만 년 전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현무암 협곡을 만들어내고 그 사이로 강물이 굽이쳐 흐르면서 지금의 아름다운 비경을 완성시켰다.
래프팅 최상류 직탕폭포는 폭 80m 높이 3m의 폭포. 이름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나이아가라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직탕폭포는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항상 넘쳐흐르는 데다 폭포 아래로는 수심이 얕아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한탄강 래프팅의 최고 코스는 순담계곡 주변이다. 승일교에서 순담(2.6㎞), 다시 순담에서 군탄교(5.5㎞)에 이르는 구간이 하이라이트.
순담계곡은 철원군청에서 북서쪽으로 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고석정 주변만큼이나 멋들어진 벼랑이 호위하듯 늘어서 있고 강가에는 드문드문 모래밭이 형성돼 있다. 래프팅을 하다가 잠시 보트를 세우고 쉬어 가기 좋은 곳들이다.
승일교에서 내려온 보트는 순담계곡에 거의 다 이르러 급류를 만난다. 유순했던 한탄강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 보트에는 긴장이 감돈다. 중앙에 큰 바위를 중심으로 물살은 양 갈래로 나뉘는데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거세다. 사실 그 급류를 헤치고 나아간다기보다 그저 그 흐름에 맡기고 전복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뿐이다. 휘청거리는 보트 위에서 연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그 소리에 놀라 여름이 저 멀리 달아난다.
이 같은 스릴은 순담에서부터 군탄교까지 이어지는 코스에서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하게 맛볼 수 있다. 이 코스의 중간부분에는 샘소가 있고 군탄교 직전에는 미칠랑 급류가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만든다.
샘소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섭씨 13도의 찬 샘물이 사시사철 솟아나는 곳. 100m 정도의 여울이 형성돼 있어 웃음기가 싹 가시는 구간이다. 주변의 그 멋진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보트 앞머리에 부닥쳐 튀어 오른 강물이 시야를 가린다. 달려드는 강물과의 사투. 뒤뚱거리며 금세라도 전복될 것만 같은 보트 위에서의 10분. 강물인지 진땀인지 모를 축축한 물기에 온몸이 젖어 든다.
▲ 직탕폭포 바로 아래 자리한 태봉대교에는 한탄강을 향해 몸을 날리는 번지점프장이 있다. | ||
래프팅뿐만 아니라 한탄강에서는 여름을 제대로 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널려 있다. 번지점프도 그중 하나다. 직탕폭포 바로 아래 자리한 태봉대교에 무려 52m 높이의 번지점프장이 있다. 인공타워나 크레인이 아니라 실제 다리 위에 점프대가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장비나 시설 결함 외 일체의 안전사고에 대해 스스로 책임진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한 후 나선계단을 올라 번지점프대에 선다.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왜 이런 곳에 올라 사서 고생을 하는지 후회막급이다.
그러나 그런 잡념은 잠시 접어 두자. 두려움도 버리자. 그냥 새처럼 허공으로 몸을 던지자. “셋, 둘, 하나. 번지~!” 이 순간만큼은 세상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IC→47번 국도→내촌검문소 앞 좌회전→87번 국도→신읍리→43번 국도→군탄리→순담계곡
★먹거리: 철원에는 유명한 막국수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대막국수’(033-452-3932)는 큼지막한 편육과 쫄깃한 면발, 담백하다기보다 조금 걸쭉한 국물로 입맛을 사로잡는 곳. 직탕폭포에서 내대리 쪽으로 가다보면 우측으로 간판이 보인다. 물막국수, 비빔막구수 5000원, 곱빼기는 6000원.
★잠자리: 내대리 승일펜션(033-452-1949), 마이그린펜션(033-452-6294), 문혜리 추억만들기(033-452-5455) 등 펜션이 많다. 기타 자세한 정보는 철원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고.
★문의: 철원군청(http://tour.cwg.go.kr) 관광문화과 033-450-536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