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시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 깊은 골을 내며 흘러내리는 무릉계곡. ‘무릉’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만 봐도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계곡이다. 무릉도원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 계곡의 이름은 고려 충렬왕 때 <제왕운기>를 쓴 이승휴가 지었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무릉계곡은 폭포의 천국이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계곡을 따라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며 자태를 드러내고 암릉의 비경을 좇아 산에 오르면 또 어마어마하게 장대한 폭포들이 넋을 잃게 만든다.
무릉계곡의 특별함은 들머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펼쳐지는 무릉반석. 예로부터 인간계와 신선계를 나누는 경계점이라 하여 ‘동해8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한 무릉계곡의 명소다. 무릉반석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올라가 놀 수 있을 만큼 넓은 너럭바위다. 수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이 바위 위로 물이 흘러내린다.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살짝 경사가 진 탓에 자연 그대로의 ‘썰매장’이 된다. 사람들은 튜브를 타고 그 너럭바위에서 물썰매를 탄다. 다른 한편에는 금란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다. 이 지역 유림들의 뜻을 기리고자 세운 정자로 따가운 햇살을 피해 쉬기 좋은 정자다.
반석을 지나면 바로 삼화사라는 절이 나온다. 통일신라 선덕여왕(642년) 때 자장율사가 지은 유서 깊은 절이다. 절로 들어가는 길에 다리 하나를 건너야 하는데 이름이 해탈교다. 이 다리를 건너면 온갖 시름을 다 잊을 수 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계곡이 더 깊어지니 먼저 더위를 잊을 수 있을 듯하다.
▲ 삼화사(맨위), 두 개의 폭포가 서로 마주보며 떨어지는 쌍폭(가운데)과 무릉계곡 3대 명승지 중 하나인 용추폭포. | ||
삼화사는 뒤로 두타산 정상부 마루금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바위 절벽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명산, 명찰이라는 말이 꼭 맞다.
무릉계곡에는 삼화사 외에도 관음암이라는 유명한 암자가 있다. 삼화사 오른쪽으로 난 소나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닿는 암자다. 고려 태조(921년) 때 지어진 암자로 원래 이름은 지조암이었다. 이곳은 금오산 향일암, 설악산 오세암 등과 함께 ‘관음성지’로 알려져 발길이 잦다. 관음암 옆에는 관음폭포가 있다. 5~6단쯤 되는 폭포로 물줄기가 크진 않지만 폭포의 모양만큼은 아름답다.
계곡트래킹을 위해서는 삼화사 왼쪽으로 길을 잡고 떠나는 게 보통인데 관음폭포는 학소대를 지나 옥류동 삼거리에서 50m쯤 오른쪽 길로 들어가면 만나볼 수도 있다. 학소대 또한 관음폭포처럼 큰 물줄기보다 자태가 아름다운 곳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기암괴석이 층을 이루며 우뚝 선 곳이 바로 학소대다. 어떻게 그곳에서 살 수 있는지 눈으로 보고도 의심스러운 벼랑의 소나무들이 비경을 완성한다. 절벽 위에서부터 흘러내린 물은 아래로 내려오며 폭포를 이루는데 그 또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는 광경이다.
학소대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옥류동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는 곳이다. 이곳 왼쪽으로는 두타산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오른쪽에는 거제사 옛터가 있다. 옥류동 근처에는 크고 작은 연못 같은 웅덩이들이 많다. 계곡 아래에서부터 이고 온 고무보트며 튜브를 타고 노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러 볼 수 있다.
옥류동에서부터 무릉계곡의 백미 쌍폭까지는 15분 거리다. 길은 가파르지 않아서 걷기에 무리가 없다. 땀이 흐르면 계곡으로 내려가 잠시 땀을 닦고 발을 담그며 놀면 된다.
쌍폭 가는 길에는 신선봉 병풍바위를 지나 선녀탕이 나온다. 바위 절벽 사이에 소를 이룬 곳으로 아래가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선녀탕을 지나면 곧 쌍폭이다. 우렁차게 들려오는 폭포소리를 따라 간 쌍폭. 두 개의 물줄기가 높이 10m쯤 되는 벼랑에서부터 마주보며 깊은 소로 떨어지고 있다. 마치 바위로 빚은 계단 위로 떨어지는 폭포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내려오는 길에는 신선봉과 사랑바위, 문간재를 두루 보고 오는 것이 좋다. 두타산의 바위봉우리 길은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특히 하늘문은 놓치면 아까운 곳. 하늘문 정상은 신선봉과 두타산의 가장 좋은 전망대다. 하지만 하늘문에서 철계단을 통해 내려갈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무려 280개나 되는 계단이 거의 수직으로 솟아 있어 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 거저 열리지는 않는 셈이다.
두타산에는 관음, 학소대, 쌍폭, 용추폭포 외에도 산성12폭포를 비롯해 박달폭포 등 수많은 폭포들이 있다. 두타산성 방향으로 두타산 정상 등반에 도전한다면 산성12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그 크기 면에서 두타산 폭포들 중 으뜸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강릉JC→동해고속국도→동해IC→7번 국도→북평동 우회전→42번 국도→삼화동삼거리 좌회전→무릉계곡
★먹거리: 계곡 들머리에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그중 굴뚝새식당(033-534-9199)의 대나무통밥이 유명하고 또 맛있다. 대통밥에 버섯이나 곱창, 낙지전골을 곁들여 내놓는다. 산채백반을 잘하는 보리밭(033-534-9815)도 추천할 만하다.
★잠자리: 청옥산장(033-534-8866), 무릉프라자(033-534-8855) 등을 비롯한 30여 개의 민박과 모텔이 있다. 무릉계곡 입구 주차장 일대에서 야영도 가능하다. 텐트가 있다면 오히려 그 편이 더 낫다.
★문의: 동해시청 관광문화포털(http://www.dhtour.go.kr) 관광관리과 033-533-247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