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둔산장 전경(위), 삼봉약수. | ||
살둔산장은 이른바 ‘삼둔 오가리’ 중 하나인 살둔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삼둔 오가리는 예부터 전란이나 국가적인 재앙이 발생했을 때 숨어 있기 좋은 피난지로 꼽혀온 곳.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귀둔, 월둔을,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명지가리, 연가리, 곁가리, 적가리를 말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살둔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러나 내면에서 양양까지 이어지는 56번 국도가 건설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살둔은 흔히 ‘생둔’이라고도 부른다. 풀어 말하자면 ‘살 만한 둔덕’이라는 뜻이다. 내린천 최상류 지역인 이곳은 앞쪽에 개인산과 침석봉, 뒤로 맹현봉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는 8가구 20여 명이 산다.
살둔산장은 1985년 준공됐다. 전통가옥인 귀틀집 형태의 2층 누각이다. 백담 산장지기로 지내던 고 윤두선 씨가 유명 건축가에게 부탁해 지은 것이다. 이후 산장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지금은 살둔 출신의 청년이 운영하고 있다.
산장은 산과 물이 반씩 있는 곳에 있다는 뜻으로 ‘산반수반정’(山半水半亭)이라고 부른다. 한편으로는 미처 완성하지 못했다 해서 ‘미진각’(未盡閣)이라고도 한다. 딱히 미완성의 느낌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처음 이 건물의 소유주의 마음에는 덜 찼던 것 같다.
산장에는 방이 5개가 있다. 아래층에 4개, 위층에 하나. 아래층 방 2개는 사이 벽을 터서 큰 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위층은 엄밀히 말해서 방이 아니다. 다른 방들이 황토바닥인 데 반해 이곳은 나무로 바닥이 돼 있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이곳도 훌륭한 방이 된다. 여름 외의 계절에는 쌀쌀한 기운 때문에 위층에서 밤을 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곳 2층은 ‘침풍루’(寢風樓)라고 부른다. 바람을 베고 눕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창문을 열어젖히고 이곳에 누워 있으면 바람이 지나가며 뒷목을 스쳐 지나며 스르르 잠에 빠지게 한다. 그 이름 그대로다.
산장은 벌써부터 군불을 땐다. 여름에도 간간이 불을 때야 했을 정도로 살둔의 기온은 낮다. 황토바닥 위로 올라오는 군불의 온기가 온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문득 삶이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 훌쩍 떠나 하룻밤 쉬다 오기에 이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다.
한편 살둔에서 양양 방면으로 15분쯤 길을 달리면 삼봉자연휴양림이 있다. 울창한 숲도 일품이지만 우리나라 제일의 약수로 유명한 곳이다. 철분과 미네랄이 가득한 삼봉약수로 밥을 지으면 파랗게 된다. 약수가 솟아나는 세 개의 셈이 있는데 그중 맨 왼쪽의 것이 으뜸이라고 한다.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속사나들목→홍천 내면 방면 31번 국도→양양 방면 56번 국도→원당삼거리에서 좌회전 446번 지방도→생둔2교→살둔산장
★문의: 살둔산장 033-435-598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