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바다를 이룬 용암사 앞 산들. | ||
임실 옥정호, 진안 마이산, 남양주 수종사 등과 함께 운해 명소로 유명한 충북 옥천 용암사. 요즘 이곳은 그야말로 구름이 바다를 이룬다. 유영하듯 구름은 산을 타고 다니며 장관을 연출하는데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장령산 기슭에 자리한 용암사는 신라 진흥왕 13년(552년)에 세워진 사찰이다. 대웅전과 범종루, 천불전, 산신각, 두 개의 요사채가 전부인 아주 작은 사찰이다. 하지만 이 곳에는 쌍삼층석탑과 마애불이라는 보물이 있다.
아래에서 바라볼 때 대웅전 우측에 있는 쌍삼층석탑은 자연암반 위에 축조된 두 개의 삼층석탑이다. 암반 위에 탑을 건립할 때는 암반을 기단으로 삼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석탑들은 암반 위에 2층 기단을 올렸다는 점이 이채롭다.
두 탑은 서로 높이도 조금 차이난다. 탑은 동쪽의 것이 4.3m로 서쪽의 것에 비해 20㎝ 더 높다. 탑의 위치도 여느 사찰에 비해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쌍삼층석탑은 대웅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다. 이는 ‘산천비보사상’에 의한 것으로 탑이나 건물을 높은 곳에 지어 산천의 쇠퇴한 기운을 북돋아준다고 한다.
대웅전 뒤편에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도 쌍삼층석탑만큼이나 상서롭다. 이 마애불은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유행하던 조각 기법이 잘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조성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른 새벽부터 용암사로 몰려드는 차량의 엔진소음이 산사의 적막을 깨뜨린다.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데다가 도로에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사람들은 서둘러 대웅전을 지나 마애불 쪽으로 오른다. 마애불은 용암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라면 대웅전 기와를 배경으로 운해를 찍을 수 있다.
▲ 용암사 쌍삼층석탑. | ||
새벽의 서슬 퍼런 기세가 잦아들수록 구름의 운집 속도가 빨라진다. 스멀스멀 산 아래서 안개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구름의 바다를 이룬다. 운해는 그 전날 비가 와서 대기의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다음날 아침 맑을 경우 잘 발생한다.
용암사에서 바라보는 운해는 첩첩이 이어진 옥천의 산과 산을 꿰며 끝없이 펼쳐진다. 야트막한 산들은 구름 아래로 사라지고 높은 봉우리들만 구름 위로 고개를 내민 채 무슨 일이 있나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듯하다.
단지 구름뿐이라면 용암사 운해가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들 정도로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름 위로 해가 떠오르면서 하얀 구름을 빨갛게 물들이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그 감동을 쉽게 잊을 수 없다.
옥천은 시인 정지용의 고향이기도 하다. 옥천읍 문정리에는 시인이 살았던 생가가 복원돼 있고 그 옆에는 문학관이 들어서 있다.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향수’의 한 구절인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그 곳에 시인의 생가가 있다.
실제론 이곳에 아주 작은 개천이 구불구불 흘렀는데 지금은 조금 넓고 곧게 뻗은 개천이 흐르고 있다. 정지용문학관을 지키는 한 노인이 새마을사업의 결과라고 전한다. 그 말을 들으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정지용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인, 아니 그의 이름은 ‘금기어’였다. 월북시인이라는 오명 때문에 그의 시는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시인의 집 앞에는 물레방아 하나가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지절대던 실개천의 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 시인 정지용의 생가(위). 의병장 중봉 조헌 사당. | ||
옥천은 또한 의병장 조헌의 고장이기도 하다. 장계관광지 너머에는 중봉묘와 사당이 있다. 중봉 조헌은 조선시대 중기의 문신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천에서 대규모 의병을 일으켜 영규 등 승병들과 합세해 청주를 탈환했다. 그러나 이후 전라도로 향하는 왜군을 막기 위해 금산전투에서 격렬하게 싸우다가 모두 전사했다.
중봉사당 곁에는 한 채의 오래된 한옥이 쓸쓸하게 앉아 있다. 조씨 중종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한옥이다. 사당에서 묘소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주변으로 적송들이 푸르게 숲을 이루고 있다.
한편 옥천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두 개의 건물이 있다. 하나는 삼양리 천주교회고 또 하나는 죽향초등학교 옛 교사다.
삼양리 천주교회는 1940년대에 지어진 천주교 성당 건축물 중 유일하게 충북지역에 남아 있는 것이다. 요즘의 성당과는 달리 건물이 낮고 아담해 해방 이후 지방 성당 건축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죽향초등학교 옛 교사는 목조 단층으로 3개의 교실을 지니고 있다.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가 이 학교를 다녔다. 1936년 건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어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현재는 옥천 교육문화관으로 쓰이고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옥천IC→옥천역 방향 우회전→37번 국도→삼청리 표지판 보고 우측 철길 건널목 건너 직진→용암사
★먹거리: 금강을 끼고 있는 옥천은 도리뱅뱅이와 올갱이해장국이 유명하다. 도리뱅뱅이는 금강에서 잡은 싱싱한 피라미를 내장을 손질해 기름에 두 번 튀긴 것으로 비리지 않고 고소하다. 프라이팬째로 상 위에 오르는데 피라미를 가지런히 뱅뱅 둘렀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조령리에 있는 삼일식당(043-732-3467)과 부산식당(043-732-3478)이 소문난 맛집이다. 새끼손톱만 한 올갱이로 끓인 해장국은 속풀이용으로 그만이다. 금강에서 잡은 것만을 사용하는 옥천읍내 농협 부근 금강올갱이(043-731-4880) 등이 음식을 잘한다.
★잠자리: 잠자리는 읍내 금구리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읍내에 옥천호텔(043-731-2435), 대흥모텔(043-733-5333) 등이 있다.
★문의: 옥천군청(http://www.okcheon.chung buk.kr) 문화관광과 043-730-308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