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산행을 즐기는 사람들. | ||
요즘 피아골은 단풍산행객이 물결을 이룬다.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고는 단풍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조선 중기 유학자 남명 조식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단풍은 직전마을에서 피아골대피소에 이르는 왕복 3시간 코스가 가장 황홀하다. 단풍나들이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하지만 지리산의 단풍을 제대로 보려면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피아골로 내려가는 코스가 좋다. 이 코스는 6시간 거리로 다소 길지만 대부분이 내리막이어서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구례읍에서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는 새벽 4시부터 있다. 2시간에 1대 꼴이다. 버스는 화엄사를 거쳐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 성삼재휴게소로 향한다. 이맘때 성삼재휴게소는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만원이다. 이른 새벽에는 노고단 운해를 보기 위해 혹은 지리산 종주를 위해 찾아든 산행객들이 대부분이고, 오전 10시경부터는 단풍산행객들이 주를 이룬다. 단풍산행은 해가 정오를 기점으로 좌우 45도 사이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 강한 햇빛에 부서지는 빨간 단풍이 곱고 선명하기 때문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 길은 이 코스의 유일한 오르막이다. 그렇지만 급경사가 아닌 데다가 길도 잘 닦여 있어 어려움이 없다. 설렁설렁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등산로 주변으로도 단풍이 들어 있지만 썩 훌륭한 정도는 아니다. 참나무와 서어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나뭇잎들이 노랗게 타들어간다.
해발 1507m 높이에 솟아 있는 노고단은 운해로 유명한 곳이다. 지리산 10경 중 천왕일출에 이어 제2경으로 꼽힌다. 노고단 일대는 억새를 비롯한 잡풀들로 뒤덮여 있다. 이곳은 지리산 종주의 가장 보편적인 출발점이다. 노고단에서 임걸령을 지나 반야봉, 토끼봉, 벽소령, 연하봉, 천왕봉에 이르는 25.5㎞의 능선 길은 꿈의 산행코스다.
뱀사골도 피아골 못지않은 단풍을 자랑하는 곳이다. 뱀사골은 피아골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빠지지 않고 반야봉을 지나 삼도봉 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뱀사골은 피아골보다 단풍이 조금 빨리 든다. 성삼재에서 출발하는 하산코스는 8시간 정도 걸린다. 이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뱀사골 반선집단시설지구에서 오룡소와 병풍소, 간장소까지 다녀오는 원점회귀코스를 권한다. 넉넉히 잡아도 5시간이면 충분하다. 맑은 물이 철철 넘치는 소와 담이 멋들어지고 그 주변 단풍 또한 볼 만하다.
피아골 삼거리에서 부터는 급한 내리막이다. 돌계단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피아골 쪽에서부터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숨이 목까지 차올라 있다. 이곳에서부터 직전마을까지는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단풍은 피아골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가 좋다. 피아골대피소에 이를 즈음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피소 다리를 건너면 길은 계곡을 따라 나란히 달린다. 계곡 주변은 단풍으로 완전히 물들어 있다. 가야 할 길이 바쁘지만 자꾸만 단풍이 걸음을 잡아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다람쥐들은 그 많은 사람들이 길을 오가는 데 면역이 됐는지, 놀라 숨었어야 할 녀석들이 되레 등산객들을 빤히 쳐다보며 구경을 한다.
▲ 피아골 계곡물마저도 붉게 물들이는 단풍. | ||
보통 직전마을에서 산행을 마무리하곤 하는데 기왕 걷기 시작한 김에 발품을 조금만 더 팔자. 마을에서 2㎞ 정도 아래에 연곡사가 있다. 연곡사까지 가는 길가도 단풍이 곱다. 백제 성왕 때 창건한 절로 동부도, 북부도 등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있다. 연곡사는 특히 동부도 주변 단풍이 기막히다. 이번 주말(11월 3일~4일)에 피아골단풍제가 열린다.
여행 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 함양분기점→88고속국도 광주 방면→지리산IC→37번 국도→60번 국도→유평삼거리에서 우회전 861번 지방도→뱀사골→성삼재휴게소
★먹거리: 구례의 택시기사들이 ‘강추’하는 곳이 있다. ‘토지우리식당’(061-781-2415)이 그곳이다. 다슬기탕이 주 메뉴. 섬진강에서 잡은 것들만 쓴다. 된장으로 간을 하는 충청도의 올갱이탕과 달리 맑은 탕이다. 1인분 6000원. 연곡사에서 구례읍 가는 길, 토지면 구산리 복지회관 앞에 있다.
★잠자리: 지리산프라자관광호텔(061-782-2171),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061-783-0070) 등이 화엄지구 쪽에 있다. 남원서 구례로 넘어오는 산동면에는 지리산온천호텔(061-783-2900)이 있다.
★문의: 구례군청(http://www.gurye.go.kr) 문화관광과 061-780-222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