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꽃과 어우러진 한옥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위). 수레마을에서 눈썰매타기에 여념 없는 여행객들. | ||
원 없이 눈을 보고 싶다면 차항리로 떠나라. 그게 정답이다. 눈고을 강원 평창에서도 가장 많은 눈이 쌓인다는 곳이 차항리다. 지난 대설로 차항리는 세상의 모든 색깔들이 지워졌다. 산과 들이 완전히 눈으로 뒤덮여 무채색의 공간이 되었다.
차항리는 1리와 2리로 이루어져 있다. 원형에 가까운 산촌의 모습으로 호젓함을 느끼게 하는 마을이 2리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이 1리다. 차항1리는 ‘수레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조용히 눈구경을 하기에는 2리가 더 낫다.
얼어붙은 길을 따라 자동차 바퀴에 체인을 채우고 차항2리를 향해 나아간다. 느릿느릿 굼벵이처럼 자동차는 기어간다. 겨울, 차항리에서는 속도라는 단어가 지워진다. 느리게 감으로써 평소 그냥 지나쳤을 풍경들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차항2리 가는 길 양쪽은 목장지대다. 올록볼록 솟은 구릉들이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푸른 초원이었을 때도 인상적이지만 하얀 외투로 갈아입은 모습도 아름답다. 구릉에는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홀로 떨어져 있다. 외로이 혼자 혹한과 거센 바람을 견디어온 탓에 어떤 나무들은 동강이 난 채 뒹구는 것들도 있다.
길은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펜션들이 곳곳에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지만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당연히 소음도 없다. 이따금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이 고요를 깨운다.
그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자꾸만 세우게 되는 곳이 차항2리다. 부드러운 구릉을 만나게 되면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것이다. 특히 아무도 걷지 않은 목장길은 그런 욕망을 더욱 부추긴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에서 허우적대고 결국은 양말까지 다 젖어 곱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사람들은 그저 목장길 걷기를 즐긴다.
크고 작은 목장들이 모여 있지만 전망이 가장 좋고 또 거닐기도 좋은 곳은 단연 켄터키목장이다. 무려 100만㎡(약 30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목장으로 마소를 방목해 키운다. 이 목장은 해발 1000m 높이에 위치해 횡계 일대가 훤히 다 눈에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좋다.
▲ 횡계교 아래 황태덕장에는 겨울의 추위를 먹고 사는 황태가 있다. | ||
사파리목장도 이에 못지않은 목장여행지다. 면적은 켄터키목장보다 더 넓은 175만㎡(약 53만 평)에 이른다. 켄터키목장에서 차항리 마을길을 따라 1㎞ 정도 올라가다보면 동녘교라는 작은 다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사파리목장으로 안내하는 길이 보인다. 이곳에는 숙소에서 목장 능선을 따라 양사(양 우리)까지 다녀오는 1시간 거리의 산책길과 목장 정상까지 왕복 2시간의 걷기코스가 있다.
동녘교 왼편으로는 산촌체험장 가는 길이다. 황병산 아래 자리한 산촌체험장은 전통사냥민속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황병산 사냥놀이라는 민속놀이 전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설피를 신은 채 멧돼지 몰이를 하고 사슴과 토끼도 구경할 수 있다.
차항1리 수레마을에서도 신나는 겨울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는 뼝대산 눈썰매장과 황태덕장이 있다. 눈썰매장은 길이 100m 정도의 슬로프를 가지고 있다. 썰매 타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작은 튜브를 타고 내려오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썰매장 왼쪽은 스노모빌체험장이다. 직접 스노모빌을 타는 것은 아니고 스노모빌 뒤에 고모보트를 달아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다. 곳곳에 점프대를 만들어 놓아 스릴도 있다. 썰매장 앞 꽁꽁 언 갑골천에서는 얼음썰매를 탄다.
썰매장 오른쪽에는 황태덕장이 있다. 횡계는 예부터 황태로 유명한 곳이다. 한국전쟁이 직후인 1954년경부터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횡계에 덕장을 세워 황태를 말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의 황태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 호젓함이 2리에는 못 미친다고는 하지만 차항1리 수레마을도 설경이 아름답다. 수레마을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작은 갈골을 지나 성황당이 있고 길은 백일평 등산로로 이어진다. 거의 대부분의 시골마을에서 사라진 성황제가 이곳에서는 아직도 매년 행해진다. 눈을 뒤집어 쓴 채 헐벗은 커다란 나무는 그 자체로 볼거리다.
수레마을에는 민속체험박물관도 있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만든 박물관으로 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깃든 전통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횡계IC로 나와 456번 지방도를 타고 좌회전을 한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도암초등학교 못 미쳐 길이 하나 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차항2리다.
★먹거리: 평창에는 요즘 송어축제가 한창인데 평창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31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운두령마을’(033-332-9114~6)이라는 송어집이 나온다. 송어회와 회무침, 각종 장아찌가 맛있는 집이다. 평창 특히 횡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태다. 용평스키장 입구 ‘황태회관’(033-335-5795)이 잘하기로 유명하다. 간단히 먹기로는 ‘고향이야기’(033-335-5430)의 곤드레나물밥과 오삼불고기를 추천한다. 대관령면사무소에서 횡계교로 빠지는 길에 있다. ★잠자리: 차항리에는 펜션이 곳곳에 있다. 눈이 내리면 더욱 아름다운 펜션들이다. 특히 켄터키목장펜션단지(033-335-1470)의 펜션건물들은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해 조망이 좋다. 뒤로는 대관령목장이 펼쳐져 있다.
★문의: 평창군청문화관광포털(http://www.yes-pc.net), 문화관광과 033-330-276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