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호동과 중앙동을 오가는 갯배. 청호동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맛이다. 북한에서 가져온 솜씨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곳은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 명태회냉면 등이 유명하다. | ||
왼쪽으로는 청초호, 오른쪽으로는 동해바다와 맞닿아 있는 청호동.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함경도에서 피난을 내려온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원래는 사람이 살지 않고 버려진 땅. 오갈 데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 터전을 잡았고 마을을 이뤘다. 청호동이라는 이름은 청초호에서 유래한 것이다. 청호동이라는 이름 외에도 함경도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아바이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바깥사람들이 보기에 청호동은 그저 하나의 동네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곳은 하나의 작은 함경도다. 이곳에는 정평, 이원, 단천, 흥원, 영흥, 신창, 신포마을 등이 있다. 그중 중심이 되었던 곳이 단천과 신포마을이다.
면적 0.3㎢의 천호동에는 1000여 세대가 모여 산다. 하지만 점점 세대와 인구가 줄고 있다. 실향 1세대 중 살아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타지로 나가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청호동의 거리는 무척 한산하다. 8년 전 드라마 <가을동화>가 방영된 후 몇 년간 일본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한때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그것도 옛말이 됐다.
청호동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속초고속터미널 사거리에서 고성 방면으로 향하는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지 않고 직진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터미널 앞을 돌아서 중앙동 쪽으로 가는 것이다. 이곳에서 갯배를 타고 50m 정도 되는 청초호를 건너면 청호동이다.
예전에 갯배는 청호동 사람들의 발이나 다름없었다. 뗏목처럼 생긴 갯배는 요즘 청호동을 찾는 여행객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청호동 갯배선착장 앞은 여전히 <가을동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은서네집’이라고 크게 간판을 단 가게가 이따금씩 드라마를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훌륭한 사진촬영장소가 되어주고 있다. 은서네집 뒤편 골목에는 함경도 음식 골목이 조성돼 있다. 골목길은 이름은 ‘고향로’다. 집집마다 명패 대신 ‘고향로○○호’라는 호수가 붙어 있다. 이곳에는 단천식당, 다신회식당 등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 주 메뉴는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 그리고 함흥냉면이다. 가자미식해도 맛볼 수 있다.
오징어순대는 함경도 명태순대에서 유래한 것이다. 명태가 귀해 속초에서 많이 나는 오징어에 고기와 야채를 다진 속을 넣어 만든 것이다. 아바이순대는 돼지큰창자에 선지와 고기, 야채를 다져넣은 것으로 텁텁하긴 하지만 고소하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인 냉면에는 편육이 아니라 명태회나 가자미회를 얹는다. 드라마의 후광이 사라진 청호동의 경제를 받치는 것은 이러한 함경도의 맛들이다.
★길잡이: 고성 방면 7번 국도 속초고속터미널 앞 사거리에서 직진→청호동
★문의: 속초시청 문화관광포털(http:// sokchotour.com), 속초시 관광안내소 033-635-200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