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다운 경천대 | ||
낙동강의 ‘주인’은 이곳 상주다. 그 이름이 상주에서 유래했으니 그리 말할 수 있다. 상주의 옛 이름은 낙양. 동쪽은 낙동, 서쪽은 낙서, 남쪽은 낙평, 북쪽은 낙원이라고 불렀다. 낙양의 동쪽에 있는 강 즉 낙동 지역을 굽이쳐 흐르는 강이 바로 낙동강이다. 지금도 상주에는 낙동면이 있고 수암종택(1700년대 중반에 지어진 풍산 유씨 우천파의 종택) 아래에는 강변마을인 낙동리가 있다.
그 긴 강에 다른 이름도 아닌 ‘낙동’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북동쪽 사벌면 퇴강리에서 남동쪽 낙동면 낙동리까지의 구간이 워낙 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사벌면 삼덕리 경천대 주변의 풍경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리는 이유가 다 있다.
경천대는 이곳 기암절벽 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어우러진 커다란 바위덩이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이 일대를 경천대라 부른다. 경천대는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인공폭포 앞에서 시작해 돌탑 길과 전망대, 경천대, 출렁다리 등을 돌아 다시 인공폭포까지 오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인공폭포는 겨울이 되면서 빙벽이 됐다. 그곳을 지나 100m쯤 걸어 가다보면 왼쪽으로 무수히 많은 돌탑이 쌓여 있는 소나무숲길이 나온다. ‘맨발황토체험장’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경사가 완만해서 걷는 데 힘들지 않다. 공기가 차가운 탓인지 코끝으로 들어오는 소나무의 향기가 더욱 머리를 개운하게 한다.
▲ 1. 충의사에는 정기룡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사용했던 진검이 보관돼 있다. 2. 경천대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드라마 <상도>의 세트장이 나온다. 3. 보물 제117호로 지정된 화달리삼층석탑. 석불좌상이 탑의 1층 한 면에 붙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이 떨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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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경천대다. 본래 하늘이 스스로 만든 경치라고 해서 자천대(自天臺)라고 불리던 곳이다. 그러던 것이 인조 15년(1637년) 우담 채득기 선생이 이곳에 은거생활을 하면서부터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으로 경천대(擎天臺)라 불렀고 이후에 그 이름이 굳어졌다.
경천대는 그 자체로도 볼만하지만 그 아래로 흐르는 짙푸른 녹색의 낙동강과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해낸다. 경천대 남동쪽으로 용머리바위가 마치 강물을 헤치고 승천할 듯 누워 있다. 경천대 옆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명장 정기룡 장군이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는 말 먹이통이 있으며, 채득기 선생이 기거하며 학문을 닦던 무우정이 오롯이 앉아 있다.
경천대에는 드라마 세트장도 있다. 경천대에서 내려와 구름다리를 건너면 드라마 <상도> 세트장이 나온다. 초가 몇 채와 선조들의 생활도구들이 장식돼 있다. 초가는 출렁다리와 바로 연결된다. 초가 뒤편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출렁다리다. 구름다리와 거의 비슷한 길이 20m 정도의 짧은 다리다. 이 다리를 건너 숲길을 10여분 더 걸으면 경천대 산책코스는 끝이 난다.
경천대 주변에는 볼거리가 많다. 경천대에서 화달리 방면으로 5분쯤 길을 달리면 충의사와 화달리3층석탑이 있다. 충의사는 정기룡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정기룡 장군은 60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조선에서 손꼽히는 장수 중 하나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장군은 거창싸움에서 왜적 500여 명을 격파하고, 곤양성을 지키며 왜적의 호남 진출을 봉쇄했다. 정유재란 때에는 고령 등에서 왜군을 대파하기도 했다. 충의사에는 유물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장군이 당시 사용했던 진검을 비롯해 후손인 정기목 씨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 84점이 전시돼 있다.
충의사 바로 못 미쳐 화달초교 근방에는 3층석탑이 길가에 꼿꼿이 서 있다. 보물 제117호로 지정된 석탑이다. 1층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탑신 1층에 석불좌상이 앉아 있는 게 특이하다. 하지만 이 석불은 목이 잘려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탑머리 장식은 남아 있지 않다. 탑은 굉장히 단순한 것이 남성적인 매력을 풍긴다.
상주에는 이처럼 역사적 가치를 지닌 탑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상오리7층석탑도 그중 하나다. 이 석탑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현재 위치의 주변에 마구 흐트러진 채 방치되던 것을 1977년 완전 복원하였다. 이 탑 역시 보물 683호로 지정돼 있다. 상오리나 화달리에서 석탑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주변에 큰 절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절 이름 등은 현재 밝혀진 것이 없다.
상주는 ‘보물 수장고’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유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특히 상주에는 절이 많은데 직지사의 말사로 신라 흥덕왕 7년(832년)에 지은 남장사는 운치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많다. 보광전과 관음선원에 목각괘불탱과 철조불 등 보물이 있고 가는 길에도 석장승과 같은 지방문화재가 있다.
남장사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 자리한 석장승은 투박하고 소박한 서민의 얼굴을 닮았다. 경북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된 이 장승은 원래 남장사 일주문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것을 저수지 공사 때문에 조금 더 아래로 옮겼다. 조선 후기에 만든 것으로 큰 눈과 비뚤어진 주먹코가 인상적이다.
남장사에는 49개의 돌탑이 있다. 절 주변에 버려진 돌들을 주워 쌓은 것들이다. 처음에는 아미타부처가 이룬 ‘48대원의 세계’에 빗대어 48개만 쌓으려고 했는데 돌이 남는 바람에 하나를 더 쌓는 거라고 한다. 발에나 치일 쓸모없는 돌들도 이렇게 쌓아 놓으니 보기 좋은 작품이 됐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여주JC→중부내륙고속국도 상주IC→25번 국도(상주시 방면)→외답삼거리에서 우회전→경천대
★먹거리: 상주IC에서 25번 국도를 타고 대구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낙단교 직전에 자리한 ‘낙동강한우촌’(054-532-4545)이 있다. 농민들이 키운 거세 한우고기만을 사용한다. 최고급 로스구이가 400g 3만 원, 육회는 300g 9000원에 지나지 않는다. 상주IC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곶감마을 쪽으로 가다 서보다리 앞에서 만나는 ‘서보냇가’(054-532-5978)는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잡아온 메기를 3일 정도 지하수를 이용한 양어장에서 굶긴다. 직접 담은 고추장양념이 깊은 맛을 내는 데 일조한다. 매운탕 1만 8000원, 메기찜 3만 원.
★잠자리: 상주터미널 부근에 모텔 등 숙박업소가 많다. 그중 ‘프린스모텔’(054-534-6655)은 한국관광공사 인증 ‘우수숙박업소 굿스테이’로 선정된 곳으로 무척 깔끔하다.
★문의: 상주시(http://www.sangju.go.kr) 새마을문화관광팀 054-537-720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