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사에서는 산 아래 풍경에만 몰두하면 된다. 산과 골 너머로 수원 일대까지 보인다. | ||
경기도 산본은 10여 년 전 신도시로 개발된 곳이다. 바둑판처럼 계획된 도로와 아파트단지들은 삶에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그리운 농촌의 기억은 콘크리트에 묻혀 버렸다. 다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리산이 있어서 다행이다.
덕고개숲과 수리사는 모두 이 산의 품에 있다. 군포에서 아산으로 이어지는 3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군포시 속달동 덕고개숲으로 가는 길로 빠져들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시야에 막힘이 없고 온통 눈을 즐겁게 하는 녹색이다. 아파트는 온데간데없고 논과 밭, 그리고 나무와 산이 주위를 두르고 있다.
낚시터로 사랑받는 조그마한 갈치저수지를 지나 속달마을로 길을 달린다. 바람마저 어깨에 앉아 쉬어갈 정도로 천천히 길을 자동차를 몰고 5분쯤 가자 덕고개숲이다. 초행이라면 이 숲을 그냥 지나치게 될 것이다. 겉보기에 이제까지 달렸던 길가의 숲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이고, 그 규모 또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덕고개숲은 속달동 산1-1번지에 있다. 이 숲은 2002년 제3회 ‘아름다운 숲’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명패’가 숲의 크기에 대한 환상을 불러왔음이 분명하다. 숲에는 수령 100~300년 된 서어나무, 상수리나무, 팥배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울려 있다. 그 길이는 50m 정도. 인공조림된 이 숲은 조선조 중엽 영의정을 지냈던 정태화의 아들 정재륜과 그의 딸 숙정공주의 묘가 조성되면서 만들어졌다.
덕고개숲에서 수리산 방향으로 2㎞ 정도 산길을 따라가면 수리사가 있다. 산의 8부 능선쯤에 절이 있다는 것이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와 닮았다. 가는 길의 운치도 비슷하다. 절까지 시멘트 포장이 돼 있지만 완전히 나무로 하늘을 가려 터널을 이루고 있다. 수리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절로 화성에 있는 용주사의 말사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완전히 전소되었고, 1955년 현재의 건물을 올렸다. 대웅전 앞에 서면 수원시 일대가 훤히 보이는데 그 풍경을 바라보다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탁 트인 전망처럼 뻥 뚫리게 된다.
★길잡이: 외곽순환도로 산본IC→군포역 방면 직진→동화카센터 지나 우회전→39번 국도→동군포IC 입구 사거리 지나 500m 직진→GS주유소 끼고 우회전→약 3㎞ 직진→덕고개숲→2㎞ 직진→수리사
★문의: 군포시청(http://www.gunpo21.net) 031-390-066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