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7년 한국인 신부가 최초로 지은 풍수원성당. | ||
서울의 명동성당과 약현성당, 전주 전동성당, 아산 공세리성당, 익산 나바위성당, 안성 구포동성당 등 전국의 이름난 성당들 대부분은 외국인 신부가 지은 것이다. 그러나 풍수원성당은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면서 한국인 신부가 처음으로 지은 성당이다.
횡성읍에서 IT밸리를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서울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서원면 유현리에 이르러 오른쪽에 풍수원성당 이정표가 나타난다. 성당은 이곳에서부터 약 200m 떨어진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성당이 자리한 유현리는 조선 순조 원년(1801년)에 일어난 신유박해와 고종 3년(1866년) 병인양요, 고종 8년(1871년) 신미양요 등으로 탄압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피난 오면서 꾸린 신앙촌이다.
풍수원성당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1년 전인 1907년에 준공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사제서품을 받은 정규하 신부가 기존의 초가성당을 허문 후 지은 것으로 중국인 기술자와 마을의 전 신도들이 벽돌을 나르며 공사에 참여했다. 현재 풍수원성당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2년에 지방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다.
지난 2005년 방영됐던 드라마 <러브레터>의 촬영장소로도 잘 알려진 풍수원성당 본당 건물 안에는 특이하게 의자가 없다. 방석을 깔고 앉아 예배를 본다. 스테인글라스 기법으로 장식된 성당 창문은 그다지 크지 않고 여느 성당에 비해 화려하지도 않다. 전체적으로 본당 내부는 장식이 배제된 편이어서 단출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본당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첨탑 꼭대기의 십자가를 가릴 듯 ‘키재기’를 하고 있다. 성인 3명이 껴안아야 할 만큼 둥치가 커 성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본당 뒤편에는 사제관 건물이 있다. 지어진 지 5년 후인 1912년 준공되었다. 사제관은 등록문화재 제163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현재는 사제관으로 사용하는 대신 유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유물관 왼편에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돼 있다. 예수의 고난과정을 보여주는 곳으로 판화작가 이철수 씨가 비석에 작품을 조각했다.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경건한 길이다.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만종분기점→춘천 방면 중앙고속국도 횡성IC→서울·양평 방면 6번 국도 직진→풍수원성당
★문의: 풍수원성당 033-342-003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