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넓은 조약돌밭이 펼쳐져 오토캠핑하기 좋은 모곡유원지(큰 사진). 홍천강은 아무리 깊어도 어른의 허리춤까지밖에 안 차 안전하다. 노일강변 다리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왼쪽아래)과 팔봉산 산행객들(오른쪽아래). | ||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에서 발원해 청평호로 흘러들어가는 홍천강을 그저 그런 작은 강이려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홍천강은 총길이가 143㎞에 이르는 제법 큰 강이다. 강물이 유순하기는 하지만 강의 생김새는 무척 역동적이다. 특히 하류지역은 감입곡류천의 특색을 그대로 보여줄 만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런 지역이 물놀이하기에는 그만이다. 강이 굽이쳐 도는 곳이면 어김없이 조약돌 강변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강의 가장 하류지역에 속하는 모곡 밤벌유원지에는 무려 1㎞에 달하는 조약돌 강변이 펼쳐져 있다. 강변 오른쪽으로는 미루나무와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워낙 조약돌 강변이 드넓은 이곳에는 오토캠핑을 하는 가족들이 많다. 차를 강변까지 끌고 온 다음, 그 옆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홍천강은 견지낚시 동호인들에게 꽤 사랑을 받는 강이다. 대부분의 경우 제 아무리 깊은 곳일지라도 보통 키의 성인 남자 허리춤까지밖에 안 차기 때문에 안전하고 또한 물고기의 입질도 좋은 편이다. 홍천강에서는 누치와 피라미, 끄리, 마자 등의 민물고기들이 자주 걸려든다. 낙낙히 낚싯줄을 풀어놓고 살짝 당겼다 풀었다를 반복하다보면 입질이 오기 시작하는데 물고기와의 심리게임이 무척 스릴이 있다. 견지낚시는 큰 요령이 필요치 않아 온 식구가 즐기기에도 좋다.
만약 이렇게 노는 것이 너무 정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모곡 바로 아래 있는 마곡강변으로 가보자. 조약돌밭이 그리 넓지 않은 대신 수심이 깊어 수상레포츠를 하기에 적합하다. 강변에 수상레저센터가 있다.
모곡에서 나와 강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차례대로 수산강변과 개야강변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드라이브코스로 적당하다. 그러나 개야강변에서 바로 위쪽에 있는 반곡강변으로 가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비포장 산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반곡강변에서부터는 다시 잘 닦인 도로다. 팔봉산유원지, 그리고 노일강변으로 길이 나 있다.
강변이야 별다를 것 없지만 반곡강변에서 노일강변으로 갈 때는 자연스레 오른쪽에 듬직하게 앉아 있는 산으로 눈길이 간다. 팔봉산이다. 8개의 봉우리들이 하나의 산을 이룬다고 해서 팔봉산이다. 높이는 겨우 327m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 산세가 좋아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다.
▲ 금학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태극수태극의 홍천강 물줄기. 왼쪽아래는 칡소폭포에서 조금 더 양양 쪽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삼봉약수. 철분과 탄산이 다량 함유돼 빈혈과 위장병에 좋다. 오른쪽아래는 홍천강에서 견지낚시를 하는 사람들. | ||
팔봉산유원지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닿는 노일강변은 운치만 따지면 홍천강에서 최고로 꼽을 만하다. 강을 가로지르는 폭 4m의 조붓한 다리가 있고 그 아래는 ‘도깨비살’이 있다. 물의 흐름을 늦추기 위해 큰 돌들을 강바닥에 박아 놓은 도깨비살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된다.
구불구불 흐르는 홍천강의 매력적인 모습을 또렷이 확인하고 싶다면 금학산에 오르면 된다. 금학산은 노일강변에 산자락을 걸치고 있다. 금학산 등산은 노일분교 앞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금학산도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652m로 강원도의 다른 높은 산들에 명함을 내밀지 못 한다.
산정까지는 2.2㎞. 친절하게도 2시간 20분이 걸린다고 노일초교 앞 등산로 입구 이정표에 적혀 있다. 하지만 오르는 데만 걸리는 시간이 그렇다는 얘기다. 결코 쉬운 산이 아니다. 산세는 팔봉산이 훨씬 좋다. 금학산은 등산 도중에 볼거리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단지 홍천강의 멋진 자태를 보기 위해서다. 금학산 정상은 홍천강 최고의 전망대다. 금학산에 오르면 ‘산태극수태극’(풍수지리에서 산줄기와 물이 휘둥그스름하게 굽이져 태극 모양을 이루는 형세)의 노일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크게 ‘S’자 형태로 휘어 도는 홍천강과 그 강을 끼고 논밭을 풀어 놓은 노일마을의 모습이 아름답다.
홍천강은 물놀이하기 좋은 강변 외에도 수타사와 용소계곡, 미약골 등 둘러볼 만한 명소들을 곳곳에 품고 있다. 수타사는 노일강변을 지나 40분쯤 강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나온다. 통일신라 성덕왕(708년) 때 지은 월정사의 말사로 그리 큰 절은 아니지만 보물 제745호로 지정된 월인석보와 강원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삼층석탑 등 볼거리가 많다.
한편 홍천에는 래프팅명소로 잘 알려진 내린천의 발원지도 있다. 미약골에서 양양 방면으로 20분쯤 올라가면 나오는 칡소폭포가 그곳이다. 규모는 높이 3m 정도로 아담하지만 물이 시리도록 차고 푸른 하늘의 구름들이 그대로 담길 만큼 맑다. 이곳을 지나쳐 양양 가는 길을 따라 계속 달리다보면 왼쪽으로 삼봉휴양림이 있다. 이곳에는 철과 탄산 등이 다량 함유돼 빈혈과 위장병 등에 좋다는 삼봉약수가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46번 경춘국도→37번 국도 신청평대교 건너 좌회전→86번 지방도→모곡→반곡→팔봉산→금학산
★잠자리: 노일강변에 리버힐펜션(033-434-0197), 은빛여울펜션(033-434-0189) 등 깨끗한 펜션들이 많다.
★먹거리: 홍천군청 인근에 있는 영변막국수(033-434-3592)가 유명하다. 다른 곳과 달리 갖은 야채를 넣어 우린 육수가 무척 담백하고 깔끔하다. 홍천강변 유원지 인근에 제법 맛있는 식당들이 있는데 모곡유원지 밤벌식당(033-434-1379)도 그중 하나다. 홍천강에서 직접 잡은 잡어로 끓여 내는 민물매운탕이 추천 음식이다.
★문의: 홍천군 문화관광포털(http://www.great.go.kr) 경제관광과 033-430-235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