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도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메기와 치리 등이 많이 잡힌다. | ||
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막리. 예까지는 찾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무주에서 진안 방면으로 뻗은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연건교차로에서 동향 방면으로 길을 틀면 죽도가 나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가더라도 어느 정도 헤맬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단지 ‘죽도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있을 뿐인데 이곳이 죽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죽도와 가까운 민박마을이다. 이곳에서 죽도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그 길이 만만치 않다. 마을 끝집에서 벼랑과 풀섶을 헤치고 내려간 후 300m쯤 걸어가야 한다.
그러나 길은 분명 있다. 죽도마을에서 49번 국도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다보면 장전마을 못 미쳐 오른쪽으로 조붓한 시멘트포장길이 있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 모두 포장된 길은 아니고, 도중에 맨살을 드러낸 길이 부분 부분 이어진다. 길은 굽이치는 강줄기를 따라 나 있다. 그리고 마침내 길이 끝나는 곳, 거기에 죽도가 앉아 있다.
죽도(竹島)는 산죽(山竹)이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동향천의 하류인 구량천이 오른쪽으로 휘돌면서 금강의 최상류인 장수천과 합수하는데 그 물줄기로 말미암아 완전 고립된 지역이 바로 죽도다.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죽도는 섬처럼 강 한가운데 떠 있는 형국이 아니었다. 그러나 30여 년 전 병풍바위 중간을 인위적으로 폭파하면서 죽도는 뭍과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진짜 섬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길을 폭파지점으로 흐르게 돌려놓음으로써 침수가 잦던 강어귀를 농경지로 활용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곳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없다. 죽도의 아픈 역사를 알고 나니 예전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위로랄까. 폭파된 그 지점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높이 20여m의 벼랑과 벼랑이 10여m의 거리를 두고 마주서 있는 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물길이 바뀌면서 죽도 오른쪽으로 애써 돌아가던 물의 양은 줄어들었고, 대신 폭파지점으로 작은 폭포가 생겼다. 높이는 5m 정도. 평소에는 볼품없지만 비가 온 후에는 제법 큰 소리를 내며 엄청난 물을 뱉어 낸다.
죽도를 에두르고 있는 구량천과 장수천은 최고의 천렵장소다. 쏘가리, 메기, 누치, 치리 등 고기가 많다. 투망이라도 한 번 던지면 한 양동이씩 고기들이 걸려든다. 인근 가막리 주민들은 여름이면 가끔씩 죽도로 들어와 고기를 잡고 음식을 해먹으면서 논다. 천렵을 하기에는 구량천 부근보다 장수천 쪽이 낫다. 장수천 앞은 또한 모래사장과 조약돌밭이 넓게 퍼져 있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에도 썩 괜찮다.
▲ 30년 전만 해도 뭍이었던 죽도는 병풍바위 중간을 인위적으로 폭파하면서 뭍과 단절된 ‘섬’이 되었다(위). 두 절벽이 마주보고 있는 죽도 병풍바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천렵을 하며 노니는 곳이다. | ||
천반산 곳곳에는 정여립과 관련된 전설이 서려 있다. 죽도에서 오를 경우 제일 먼저 만나는 뜀바위는 정여립이 말을 타고 뛰어다녔다는 곳이고, 한림대 터는 망루로 사용하던 곳이다. 그가 쌓았다는 성터는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송판서굴은 세조의 단종폐위 이후 낙향한 송판서가 수도를 했다는 곳이고 한때 정여립도 이곳을 은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얼토당토않던 공화정을 내세웠다가 반역자로 몰렸던 이상주의자 정여립은 끝내 이곳 천반산에서 자결을 하고 만다. 그를 지금까지도 반역자로 치부하고 말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정여립과 연관된 전설의 장소들을 두루 둘러보며 산행을 하는 맛이 일품이다.
한편 천반산행을 즐기다보면 멀리 진안 방향으로 두 개의 바위산이 우뚝 솟아 있는 풍경이 보인다. 마이산(673m)이다. 말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서쪽이 암마이봉, 동쪽이 숫마이봉이다. 마이산은 중생대 백악기에 습곡운동을 받아 융기된 바위가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산이다.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탑사를 지나 암마이봉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짧은 코스에서부터 전망대, 능선, 암마이봉, 탑사 등을 돌아보는 긴 코스 등 산행길이 다양하다.
진안은 숨은 드라이브 명소가 많은 곳이다. 특히 용담호를 끼고 도는 코스와 진안읍에서 모래재터널로 가는 길은 추천할 만하다.
진안읍에서 완주 방향 모래재 길은 가로수가 일품인 드라이브코스다. 부귀면 세동리에서 시작되는 옛 26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600m가량 조성돼 있다. 담양이나, 화순, 보성 등의 메타세쿼이아 길과 비교했을 때 너무 짧아 다소 아쉽다. 하지만 메타세쿼이아 길이 끝난 후에도 밤나무와 은행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이 늘어서 있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모래재터널을 지나면 완주 땅인데 왼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산들의 능선이 첩첩이 겹쳐진 게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듯하다.
여행 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 무주IC→진안 방면 30번 국도→갈현리 지나 연건교차로에서 49번 지방도 방면 좌회전→장전마을 가기 전 오른쪽으로 죽도 가는 길이 있다.
★잠자리: 죽도에서 언건교차로 방면 약 5분 거리에 마이산펜션(063-432-0361)이 있고, 언건교차로 지나 우측으로 30번 국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갈보리펜션(063-432-5998)이 있다. 죽도마을에도 펜션형 민박집들이 더러 있다.
★먹거리: 죽도 주변에는 썩 괜찮은 음식점이 없다. 진안읍내로 나가는 것이 좋다. 진안읍 군상리 목화예식장 옆에 ‘진안관’(063-433-2629)이라는 향토음식점이 있다. 대표요리는 ‘애저’. 생후 30~40일 된 새끼돼지 요리다. 50년 전통의 음식점으로 약재를 넣어 끓여낸 국물맛이 개운하다. 2~3인이 먹을 수 있는 애저탕이 4만 원이다.
★문의: 진안군청(http://jinan.jeonbuk.kr) 관광진흥담당 063-430-222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