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의 최측근 인사였던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 ||
검찰은 올해 초부터 군 검찰단과 국세청 등으로부터 자료를 이첩받아 일광공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일광공영이 DJ 정권 당시 급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을 내놨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검찰이 일광공영 대표 이 씨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광공영 대표) 이 씨가 혼자서 돈을 모두 차지한 것은 아니다. 수상한 자금 흐름을 지금 추적 중에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이번 수사가 좌우될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DJ 정권 인사들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씨 구속을 DJ 정권 비자금 수사를 위한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검찰은 이 씨가 카리브해 연안의 조세도피처 바베이도스로 수십억 원가량의 돈을 송금한 물증을 포착하고 누구에게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업계에서 당시 ‘무명’에 가깝던 일광공영이 불곰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고 현재 이 씨를 상대로 이 부분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1차 불곰사업(1995~1998년)이 끝난 후 소련제 무기 도입을 중지할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2차 사업자 선정에서 일광공영은 내로라하는 무기중개업체들을 제치고 당당히 사업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조풍언 씨와 함께 ‘재미동포 2대 무기중개상’으로 불렸던 윤 아무개 씨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 씨는 일광공영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을 뿐 아니라 사업자 선정에서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윤 씨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측근 중 측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와 친척관계라는 점이다. ‘동교동 집사’라고도 불렸던 이 전 이사는 DJ가 속내를 털어놓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하나라는 평을 받았었다. 동교동계의 한 전직 의원은 “이 전 이사는 DJ의 은밀한 부분을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측근이다. 사석에서는 DJ를 형님이라고 불렀고 DJ 역시 이 전 이사를 아우라고 했다. 이 전 이사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MB정부 들어 사법당국이 이 전 이사를 ‘DJ정권 비밀장부 관리인’으로 지목하고 내사를 벌였던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올해 초부터 이 전 이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검찰은 이 전 이사가 DJ정권 당시 군 장성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전 이사는 지난 2002년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조사를 받을 때도 군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이사가 군 장성들과의 친분 및 DJ 측근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광공영의 불곰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실제로 일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원 한 명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이사를 만나 윤 씨 사건의 연루 정도 및 ‘DJ 정권 비자금’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10년 전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될지 향후 검찰 수사의 귀추가 주목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