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 구절리역에 있는 기차펜션은 단순히 기차 모양을 본뜬 시설이 아니다. 코레일 측에서 실제 운행되던 기차를 펜션으로 개조한 것이다.
구절리역은 레일바이크의 출발지로 유명한 곳이다. 2004년 9월 이후 정선선(線)이 폐쇄되면서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되자 정선군에서 내놓은 여행상품이 레일바이크다. 우리말로 하자면 철로자전거다. 네 바퀴의 자전거를 타고 두 명 혹은 네 명이서 레일을 달리는 체험거리다. 속도는 시속 30㎞ 정도.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총 7.2㎞ 구간이 주행 코스다. 풍경이 아름다운 강가를 따라 달리는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레일바이크는 하루 다섯 차례 운행된다. 주말에는 특히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최소 1시간 전에는 매표를 해야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다.
기차펜션은 구절리역 여치카페 오른쪽에 ‘정차’돼 있다. 빨간색 바탕에 가로로 두꺼운 흰줄무늬가 도색된 기차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단지 전시를 위해 폐기차를 덩그러니 세워 놓은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기차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가 없다. 창문이 있지만 까만 필름이 덧입혀져 있다. 뭔가 이상한 생각에 기차를 찬찬히 보면, 기관차 옆 라인에 ‘TRAIN Pension’이라는 영문이 새겨져 있다. 그제야 왜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것인지 이해가 된다. 창문은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으나 밖에서는 방 안을 볼 수 없도록 코팅을 해 놓았다.
기차를 숙박시설로 이용한다는 생각은 기발하다. 하지만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펜션이라고 하면 보통 현대화된 쾌적한 잠자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기차를 이용한 이 숙박시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것이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방의 크기다.
그러나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런 걱정들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객실이 제법 넓다. 기차펜션은 기관차 1량, 폐객차 4량을 개조해서 모두 10개의 객실을 꾸미고 있다. 온돌방과 침대방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의 객실은 그 크기에 따라 무궁화와 통일, 그리고 새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무궁화와 통일은 두 명이 사용하기에 적당하고, 새마을은 가족실로 그보다 훨씬 넓다. 각 객실에는 컴퓨터와 LCD TV, 정수기, 최신식 샤워부스가 마련돼 있다. 결코 시설적인 면에서 불만족스럽지 않다.
게다가 강물 쪽에는 발코니를 설치해 공간을 더욱 알뜰하게 활용하고 있다. 발코니에서는 바비큐파티도 할 수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잠을 잔다면 꿈속에서도 기차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담하고 낭만적이다.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진부IC→59번 국도→정선역 못 미쳐 왼쪽 방향 42번 국도→구절리역
★문의: 기차펜션 033-563-1077, 철로자전거 033-563-878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