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하회마을은 민속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곳이다. 마을 전체가 중요 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된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씨족마을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돈다고 해서 ‘하회’(河回)란 이름을 지니게 됐다. 예천 회룡포, 영주 무섬마을처럼 하회는 물과 땅이 만나 하나의 태극을 완성한다.
하회마을에 처음부터 풍산 류씨가 터를 잡은 것은 아니다. 먼저 김해 허씨들이 화산 남쪽 기슭의 거묵실골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이어서 광주 안씨들이 화산 북쪽 향교골에 모여 살았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이 풍산 류씨다. 류씨들은 화산의 그림자가 겨우 닿을 하안 쪽으로 내려와 마을을 꾸렸는데 지금은 허씨와 안씨들이 꾸렸던 마을은 사라지고 없다.
하회마을은 갖은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아 전통의 모습을 지킬 수 있었다. 마을의 세력은 서애 유성룡의 종가와 남촌 북촌댁을 중심으로 분포돼 왔다. 이 두 집은 지금도 하회를 대표하는 곳들이다.
서애의 종택인 충효당은 서애의 문하생과 사림이 그 아들들을 도와서 지은 것이다. 조선 중엽의 전형적 사대부 집으로 대문간채, 사랑채, 안채, 사당으로 52칸이 남아 있다. 충효당 내에는 영모각이 별도로 건립되어 서애의 저서와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마당에는 1999년 하회를 방문해 화제가 됐던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방문기념식수가 있다.
북촌댁은 정이품 벼슬을 지냈던 류사춘이 정조 21년(1797년)에 짓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작은 사랑과 좌우익랑을 건립했고 안채와 큰사랑, 대문간, 사당은 경상도도사를 지낸 증손이 철종 13년(1862년)에 완성했다. 하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이다.
그러나 형조좌랑을 지낸 유기영이 정조 1년(1797년)에 세운 남촌댁은 1954년 화재로 안채와 사랑채가 소실되고, 옛 영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현재는 대문간채와 별당, 사당만 남아 있다. 건물이 불 탄 것보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도서들이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하회에는 풍산 류씨 겸암파의 대종택인 양진당과 작천고택, 하동고택종, 귀촌종택, 담연재 등 둘러볼 곳들이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에게 하회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단지 옛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하회를 품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다.
▲ 1 제비원 이천동 석불. 보물 제115호로 지정된 이 석불은 고려시대에 제작됐다. 바위가 곧 몸통이다. 2 봉정사 삼층석탑과 극락전. 3 천등산 아래 자리한 봉정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극락전이 이곳에 있다. |
||
깎아지른 벼랑 끝 부용대는 아찔하다. 이곳에 서면 바람이 소스라치게 분다. 하지만 하회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자꾸만 걸음은 절벽 끝으로 향하게 된다.
부용대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 또 있다. 병산서원이다. 하회마을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병산서원에 닿는다. 서애가 풍산서당을 옮기면서 세운 서원이다. 이 서원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 꼽힐 만큼 건축미가 뛰어나다. 어떤 사람들은 양반골 안동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회마을보다 꽃뫼 뒤편 병산서원을 꼽기도 한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앉으면 옛 선비의 풍류가 부럽지 않다. 앞으로 강물이 흐르고 그 뒤로 푸른 절벽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한 폭 그림을 연상케 한다.
하회마을을 여행하면서 들러봐야 할 곳들이 안동에는 참 많다. 그중에서도 봉정사는 반드시 챙겨야 할 곳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으로부터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 자리를 건네받은 극락전이 있는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12년(67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이 창건한 봉정사는 극락전 외에도 대웅전과 고금당, 영산암 등 절 전체가 보물 덩어리다. 극락전은 1972년 해체·수리할 때 고려 공민왕 12년(1363년) 지붕을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나오면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등극했다. 다만 현재의 극락전은 나무기둥이며 단청이 너무도 깔끔하고, 건물의 모양도 정형적이어서 그다지 매력이 없다.
오히려 더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는 것은 대웅전이다. 건물의 단청이 그대로 잘 남아 있어 그 시대의 문양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금당 기둥에는 스님들의 마음을 담은 주련(기둥이나 벽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이 걸려 있다. 주련의 글귀는 잠깐 찾은 나그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이 몸이 태어나기 전에 그 무엇이 내 몸이며, 세상에 태어난 뒤에 나라고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자라나 잠깐 사람노릇 하는 나는 누구이며, 죽음으로 눈을 감는 나는 또한 누구인가.’
한편 봉정사 인근에는 제비원 이천동 석불이 있다. 보물 제115호로 지정된 이 석불은 거대한 화강암 석벽에 조각되어 있다. 큼지막한 얼굴과 초승달 모양의 깊게 파인 눈썹, 우뚝 서 있는 코가 인상적이다. 11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밤이면 불을 밝혀 석불이 광명을 전하는 듯하다.
★먹거리: 찜닭, 간고등어로 유명한 안동을 대표할 만한 또 다른 먹거리가 생겼다. 한우다. 풍산읍 풍산장터에 유통업자들이 챙기던 중간마진만큼을 소비자들에게 고기로 돌려주는 황소곳간(054-843-2001)이 그곳이다. 13개 한우농가가 모여 식육점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등심 200g 1만 4000원, 모듬 1만 원 선이다. 자릿세 2500원을 내면 밑반찬과 숯불이 제공된다.
★잠자리: 하회마을 내에 북촌댁(019-228-1786), 감나무집(054-853-2975), 가장큰민박(054-853-2388) 등 하회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민박집들이 많다.
★문의: 안동시청 문화관광포털(http://www.tourandong.com) 054-856-3013, 840-659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