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왕건>의 배경이 된 KBS 제천촬영소. 벽란도 포구를 재현했다. | ||
제천은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과 밝은 달’이 항상 함께하는 고장이 바로 제천이다. 풍채 좋은 주변 산을 타고 넘어온 바람은 항상 맑고, 바다처럼 넓은 청풍호 위에 뜬 달은 휘영청 제천을 비춘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제천은 워낙 경치가 좋은 탓에 오래 전부터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청풍문화재단지가 그 대표 격이다.
청풍대교 건너편에 자리한 청풍문화재단지는 청풍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지역 내에 산재한 가옥과 문화재, 유물 등을 모아 전시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한벽루와 석조여래입상과 같은 보물을 비롯해 팔영루, 금남루, 응청각, 청풍향교, 지석묘, 망월산성 등의 지방유형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는 2001년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상도>의 촬영장이 있다. 이듬해에는 드라마 <대망>이 이곳의 풍경을 빌렸다. 그리고 최근에는 드라마 <일지매>가 다시 이곳을 찾았다. 입구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촬영장이 나오는데 드라마 속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물과 거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일지매> 속 저잣거리와 주막, 용이집, 쇳대간판집 등을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드라마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머지않은 곳에는 최근 개봉했던 영화 <신기전> 세트장이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나와 82번 지방도를 타고 왼쪽으로 호수를 끼고 10분쯤 달리다보면 성내리에 ‘신기전 촬영지’라고 적힌 조그마한 입간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1.4㎞가량 올라가면 세트장이 나온다. 청풍문화재단지 내에 세트장을 지으면서 보조 촬영장으로 만들어놓은 21동의 산채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촬영장은 작성산 기슭에 있다. 사실 이곳은 2001년 <대망> 촬영 이후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개보수 후 올해 <신기전>의 무대가 됐다. 건물들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통나무를 이용해 지은 높은 망루와 소나무껍질을 포개어 지붕을 만든 굴피집들이 하나의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청풍문화재단지의 촬영장과 같은 꼼꼼함은 부족하지만, 분위기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곳은 특히 외딴 숲속에 자리한 까닭에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사실, 길을 달리며 입간판을 자세히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곳에 촬영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모른다.
세트장을 둘러본 후에는 인근 무암사에도 들러보자. 신라 문무왕 3년(633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극락전에는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있다.
▲ 영화 <신기전> 촬영지. 허름한 나무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 ||
드라마를 위해 이곳에 후삼국시대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예성강 벽란도 포구를 사실감 있게 재현해 놓았다. 촬영장엔 초가와 정자, 관아, 망루 등 40여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곳이 벽란도 포구로 낙점된 이유는 청풍호 때문이다. 촬영장은 청풍호반을 끼고 지어져 있다. 마치 오래 전부터 마을이 존재했던 것처럼 푸른 호숫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빛바랜 초가들은 평화로움을 연출한다. 재현된 포구에는 수위에 따라 뜨고 가라앉는 부교가 지어져 있고, 그 곁에는 선박 세 척이 정박해 있다.
이곳에는 길이 117m의 성벽도 하나 있다. 촬영장의 가장 높은 언덕바지에 건설된 성벽으로 전체 풍경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성벽 위에 올라서면 초가와 포구, 그리고 그 너머 펼쳐진 청풍호까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드라마 <왕건> 종영 이후 이곳에서는 <제국의 아침>, <태양인 이제마>, <명성왕후>, <인생화보> 등의 드라마가 촬영됐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다시금 그때 그 명장면들을 반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청풍호반을 낀 여행은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촬영명소 여행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호반을 벗어나 하나 더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 진소마을이다.
새천년 1월 1일 스크린에 걸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영화 <박하사탕>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철길 신이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했던 장면으로 주인공 영호의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는 한때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 철길 신의 배경이 진소마을에 있다. 이 마을은 충북선 삼탄역과 공전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충주와 제천의 접경에 있는 셈이다. 거리상으로는 공전역이 훨씬 가깝다. <박하사탕>의 감동을 따라 제천을 찾는 이들은 공전역을 대부분 함께 둘러보곤 하는데 간이역이 주는 쓸쓸하면서도 잔잔한 여유를 맛보기 위해서다.
진소마을은 공전역에서 원서천을 따라 30분쯤 걸어가면 나온다. 만약 걷기가 불편하다면, 찻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역시도 약 30분 걸린다. 38번 국도를 타고 충주 방면으로 가다가 평동리에서 빠져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철길은 마을 오른쪽에 있다. 폭 30m의 강물 위에 두 개의 교각이 설치돼 있고, 그 위로 기차가 지난다. 조약돌 반짝이는 강변과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 벼랑이 교각 위 철길과 어울리며 연출하는 환상적인 풍경의 감동이 스크린의 감동과 비교해 결코 모자람이 없다.
▲ <박하사탕> 촬영지인 진소마을. 영화의 처음과 끝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 ||
★길잡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82번 지방도→KBS 제천촬영장→<신기전> 촬영장→청풍랜드
★먹거리: <신기전> 촬영장 가는 길에 송어횟집들이 많이 몰려 있다. 그중 금수산횟집((043-652-8833)은 유명 호텔 주방장 출신이 하는 집으로 정갈하고 맛있다. 각 손님마다 작은 방이 따로 주어져서 조용하게 송어회를 즐길 수 있다.
★잠자리: KBS 제천촬영장에서 청풍대교 방면으로 가다보면 북진리에 호수를 끼고 있는 청풍호반드림레이크펜션(043-648-6380)이 있다. 그림 같은 호수 풍경을 볼 수 있는 펜션이다. 청풍대교와 옥순대교 중간에 있는 능강송펜션(043-651-0033)도 추천할 만하다. 펜션이 깔끔하고, 바로 옆에 다양한 솟대를 구경할 수 있는 능강솟대문화공간이 있다.
★문의: 제천시 문화관광포털(http://tour.okjc.net) 043-640-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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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