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서부터 사진1.2 문화투어를 위해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3 세리월드 카트 체험. | ||
제주로 떠나는 길은 사실 금전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비행기가 아니라 배를 이용한다면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색다른 재미도 있다. 인천, 목포, 부산에서 제주로 운항하는데 인천의 경우가 13시간 30분으로 가장 오래 걸린다. 오후 7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8시 30분 도착이다.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그 감동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대한 ‘억울함’은 상쇄되지 않을까.
제주는 문화공간이 넘치는 곳이다. 박물관만 해도 40개가 넘고, 갤러리와 테마파크도 그 이상 된다. 모든 곳들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문화공간 중에서 꼭 가볼 만한 장소를 꼽자면 7~8곳 정도를 들 수 있을 듯하다.
일단 제주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제주시 화북동에 자리한 제주국립박물관을 둘러보는 게 순서다. 제주시 화북동에 자리한 제주국립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950여 점의 상설 전시 유물을 통해 제주의 형성과 섬의 생활문화를 자세히 펼쳐 보인다.
물론 역사박물관을 둘러보는 게 따분한 일인 줄 안다. 용케도 잘 참았다. 그럼 이제 진짜 문화투어에 나서보도록 하자.
대부분의 볼 만한 갤러리와 박물관들은 해안일주 도로변에 접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박물관은 모두 제주 남부에 몰려 있다.
투어는 먼저 제주에서 97번 도로를 타고 표선으로 넘어간 후 삼달리의 김영갑갤러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김영갑갤러리는 다른 고장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제주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제주에 영혼을 묻은 사진가 김영갑 씨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폐교가 된 삼달초등학교를 개조해 갤러리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그냥 지나쳤던 제주의 풍경과 숨어 있어 보지 미처 보지 못 했던 제주의 속살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과거 운동장이었던 마당에는 그가 빚은 토우 인형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익살스러운 모습이 귀엽고 인상적이다.
김영갑갤러리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남원 방면으로 달리면 신영영화박물관이 나온다. 영화 <빨간마후라>의 주인공인 신영균 씨가 세운 이 박물관은 방송현장과 영화촬영기법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최초의 영화박물관(지하 1층 지상2층 규모)으로 1999년 5월 문을 열었다. 야외에는 해안 산책로가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에는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며 해안 절경을 감상하도록 하자.
신영영화박물관에서 나온 후, 길 가던 방향으로 15분 정도 내쳐 달리면 서귀포에 닿는다. 서귀포야말로 다양한 테마공원과 박물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중 아프리카박물관은 꼭 들러보길 권한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젠네에 위치하고 있는 젠네대사원은 흙으로 지어진 건물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아프리카박물관은 바로 이 젠네대사원을 토대로 설계한 건물이다. 박물관에는 아프리카의 국보급 미술품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지하 1층에서 세네갈 출신 아프리카 민속공연단의 공연이 매일 3회 진행된다.
▲ 김영갑갤러리, 녹차박물관, 아프리카박물관, 조각공원(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
한편 테디베어박물관에는 루이뷔통 테디베어, 125캐럿 다이아몬드를 두른 테디베어 등 전 세계의 명품 테디베어들이 전시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즐거워 할 곳이다.
주변의 박물관들을 둘러본 후에는 안덕 쪽으로 길을 달리자. 이곳에는 조각공원과 녹차박물관이 있다. 제주조각공원에는 국전과 전국 규모 민전에서 특선 이상 입상한 국내 최정상 조각가들의 작품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조각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곳은 산책로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밀림처럼 숲이 우거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자연과 조각이 모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조각공원에서는 뉴기니아 서반부에 자리한 아스맛지역 원시조각전도 개최하고 있다. 여러모로 볼거리가 풍부한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녹차박물관은 조각공원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제주도에 무슨 녹차박물관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제주도와 녹차는 꽤 인연이 깊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당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가 추사와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추사는 유배 당시 차를 가꾸고 초의선사와 교류하면서 힘든 시기의 위안으로 삼았다. 이곳 녹차박물관에는 멀리 삼국시대 때부터 사용했던 우리나라의 전통 다기들과 다양한 차들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정적인 곳들만 둘러보느라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색다른 레포츠를 중간에 한번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닥종이인형박물관 근처에 자리한 세리월드에서 열기구와 카트체험을 할 수 있다.
열기구에 탑승한 후, 고도 150m의 하늘에서 풍경 좋기로 소문난 서귀포 일대를 굽어보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짜릿하고 재미있다. 열기구는 정상에서 20분가량 머문다.
재미라면 카트도 빠지지 않는다. 실제 자동차 경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거의 제거한 대신, 그 묘미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한 카트는 비록 작지만 시속 70㎞까지도 속도가 나온다. 사방이 뻥 뚫려 있는 탓에 체감속도는 배 이상이다.
조용히 문화도 즐기고, 신나게 기분전환도 하고… 이쯤이면 기억에 남을 연말여행이 되지 않을까. 만약 제주로 떠날 생각이 섰다면, 앞서 소개한 갤러리와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구미가 당기는 곳들이 많으니 정보를 미리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말도록 하자.
★길잡이: 인천(오하마나호 032-889-7800) 13시간 30분, 부산(설봉호, 코지아일랜드호 051-463-0605) 11시간, 목포(퀸메리호, 카훼리레인보우호 1577-3567) 5시간 소요. 제주에서는 아무래도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관계로 차량을 렌트하는 게 편하다. 생각보다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1일 렌트비용은 1500㏄ 기준, 4만~5만 원선이다. 제주항이나 공항에 렌터카업체들이 많다. 박물관들 중 관람료를 받는 곳이 많으니 여행 예산을 짤 때 참고해야 한다.
★먹거리: 서귀포시 등기소 건너편에 ‘전원일기 쌈밥 전문집’(064-762-5630)이라는 곳이 있다. 질 좋은 제주산 돼지고기를 삶은 후 도마에서 ‘승겅승겅’ 썰어 쌈을 싸먹는데 맛이 기막히다.
★잠자리: 서귀포시 법환포구 인근 호도하우스(064-739-1152), 마니또펜션(064-738-3567)이 유명 관광지를 낀 다른 펜션들에 비해 저렴하고 깨끗하다.
★문의: 제주특별자치도 문화관광포털(http://cyber.jeju.go.kr) 관광마케팅과 064-710-385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