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렁출렁대며 겁을 집어먹게 만드는 금강구름다리. | ||
대둔산은 충남과 전북의 도계에 자리하고 있다. 동으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서로는 논산군 벌곡면, 남으로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여러 군에 걸쳐 있는 만큼 등산로도 다양한 것이 대둔산이다.
논산 쪽에서는 수락리, 군지계곡 등에서 오르는 방법이 있고, 금산 쪽에서는 태고사 길이 좋다. 완주에서는 약사, 안심사, 용문골매표소 코스 등이 일반적이다. 어느 쪽으로 산행을 하더라도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겨울산행임을 감안한다면 그보다 1시간 정도는 더 잡아야 한다. 대둔산은 878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고, 오르는 데도 크게 무리가 없는 산이지만 겨울산행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무리가 될 수도 있을 터. 그렇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케이블카는 전북 완주군 대둔산국민관광단지 내에 있다. 17번 국도를 타고 금산 추부에서 완주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도계를 바로 지나 오른쪽에 대둔산도립공원 들머리가 나온다.
케이블카의 운행시간은 5분 남짓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기슭에서부터 금강구름다리 바로 아래까지 가는데 거리는 1㎞가량 된다.
땀을 흘려야 하는 수고로움 대신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것이 다소 민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다보면 그런 감정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치마폭처럼 주름 잡힌 유순한 능선이 ‘차르르’ 흘러내리다가 케이블카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산은 바위산으로 바뀐다. 거대한 바위덩이들이 홀로 비죽비죽 솟아있는가 하면 마치 병풍처럼 정상부의 한 지점을 두르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로 소나무며 참나무들이 서리를 맞은 것처럼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 풍경을 오래도록 잡아두고 싶지만 아쉽게도 케이블카는 이내 덜컹거리며 목적지에 다다른다. 그러나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 방금 보았던 대둔산의 모습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 아찔한 삼선계단이 하늘을 향해 곧추선 듯하다.(왼) 삼선계단을 오르면 좌우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 ||
우선 케이블카 바로 위에 자리한 금강구름다리.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곳에 놓인 이 다리는 폭이 1m에 불과하다. 그 거리는 약 50m. 아래는 81m의 낭떠러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가 출렁거린다. 물론 뒤집히거나 끊어질 염려야 없지만 오금이 바싹 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부러 사람들은 마구 흔들어대기도 하는데 그 장난 때문에 심심치 않게 이 다리 위에서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온다.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쉬어가는 정자다. 이곳에서 힘과 용기를 비축해야 한다. 그래야 삼선계단을 오를 수 있다. 약수정에서 100m쯤 올라가면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계단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삼선계단이다. 127개의 계단이 마치 하늘을 향해 곧추선 것처럼 맞은 편 절벽 위에 걸쳐 있다. 겁이 많은 사람들은 엄두가 안 나는 계단이다. 반드시 이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다. 그러나 대둔산까지 와서 삼선계단을 밟아보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후회막급이다. 용기를 내어 하늘을 오르는 계단에 발을 들여 보자.
삼선계단을 통과하면 정상까지는 약 30분이면 충분하다. 15분 정도 오르면 정상삼거리가 나온다. 전방으로 낙조대 가는 길이 있고, 왼쪽으로 정상인 마천대로 가는 길이 있다. 낙조대는 그 이름처럼 대둔산의 일몰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월성봉과 바랑산 너머 서해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너울처럼 밀려드는 산들의 능선이 기가 막히다.
정상인 마천대에 서면 대둔산의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남동쪽으로 진안의 마이산과 서쪽으로 부안의 변산이 보인다. 가슴이 탁 트이는 그 풍경에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태고사는 원효대사가 발견한 절터로 만해 한용운이 극찬한 곳이다. 만해는 “태고사를 보지 않고는 천하의 승지를 논하지 말라”고 했다. 태고사는 낙조대에서 800m가량 떨어져 있는데 30분이면 충분히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둔산 일대의 풍광이 아름답다. 우암 송시열이 태고사 앞 바위덩이에 쓴 ‘석문’이라는 글자가 아직도 남아 있다.
완주 쪽으로는 위봉산성을 추천한다. 조선 숙종 때(1675년) 7년에 걸쳐 쌓은 산성으로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에 자리하고 있다. 17번 국도를 타고 완주까지 내려간 후 송광사 방면으로 좌회전해 대아저수지를 향해 올라가다보면 나온다. 둘레가 15㎞가량 되는 성인데 현재 서문 일대가 복원돼 있다.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비룡분기점→대전·통영 간 고속국도→추부IC→17번 국도(완주 방면)→대둔산
★먹거리: 대둔산으로 가는 길목인 금산은 인삼이 유명한 곳. 인삼재배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개삼터에는 오리인삼주물럭과 삼계탕을 잘 하는 개삼터관광농원식당(041-750-1444)이 있다. 인삼약초시장 내에 자리한 원조삼계탕(041-752-2678)도 소문난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는 완주군 쪽 대둔산 입구에는 토속식당들이 몰려 있다.
★잠자리: 완주군 쪽 대둔산매표소 지나면 대둔산호텔(063-263-1260)이 있다.
★문의: 대둔산도립공원 금산군 041-750-2937, 대둔산도립공원 완주군 063-263-214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