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암호를 뒤덮은 안개. | ||
춘천으로 가는 길은 새벽별바라기가 좋다. 하늘에 별이 총총히 박혀 있는 새벽을 이용해 움직여야 춘천의 안개가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사라지는지 그 전 과정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따지자면 지금은 ‘안개철’이 아니다. 이달 초 날씨가 갑자기 포근해지면서 며칠간 전국적으로 안개몸살을 앓긴 했지만 요즘처럼 건조한 겨울에 안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춘천은 늘 안개에 젖어 있다.
안개는 발생조건에 따라 복사, 이류, 증기, 활승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중에서 겨울철 춘천의 것은 증기안개다.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수면을 훑고 지나면서 피워 올리는 안개가 바로 증기안개다. 기온과 수온의 차이가 클수록 안개의 농도가 진하다. 춘천은 이 조건에 완벽히 부합한다. 수분을 공급하는 의암호, 춘천호, 소양호가 있고 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새벽의 기온은 훨씬 더 차다.
여명의 시간이 끝나고 태양이 떠오를 무렵이 되면 서서히 안개의 대공습이 시작된다. 춘천의 안개를 즐기기에는 46번 국도를 이용하는 편이 가장 낫다. 흔히 경춘국도라 불리는 이 도로는 강촌과 의암댐을 거쳐 호반의 왼쪽 편을 끼고 돈다. 경찰충혼탑을 지나서는 왼쪽으로 춘천호, 오른쪽으로 소양호를 향해 갈 수 있다.
안개는 의암댐을 넘어서면서부터 점점 더 짙어진다. 마치 가물가물한 추억처럼 안개는 사물의 형체를 지우고, 직관으로 읽게끔 유도한다. 멀리 붕어섬과 중도, 상중도 등이 눈에 들어온다. 허공에 떠 있는 원반 같은 모양이다.
▲ 삼악산 등선폭포.(왼쪽)‘그래피티 역사’로 변모한 강촌역의 이색 풍경. | ||
호반도로를 타고 가는 자동차들은 속력을 줄이고 안개의 숲을 저어간다. 자동차는 흡사 수면 위로 미끄러져 나아가는 소금쟁이 같다. 드문드문 떠 있는 좌대가 보이지만 낚시꾼들은 없다. 대신 붕어섬 부근에 자리를 깔고 앉아 낚시를 즐기고 있다. 빙어낚시다. 의암호에서 유일하게 얼어 있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쳐 올라가면 강가에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서면도서관이 나온다. 자동차를 정차해 두고 안개를 감상하기 적당한 곳이다. 특히 서면도서관 뒤편으로 돌아가면 방죽이 나오는데 산책을 하기에 아주 좋다.
춘천의 겨울 안개는 지속시간이 길다. 차갑고 묵직한 공기 탓에 안개가 쉽게 흩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암호든, 춘천호든, 소양호든 어느 곳이건 간에 안개를 만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날씨가 추울수록 춘천의 안개는 더 극적으로 변하는데 다름 아닌 상고대 때문이다.
상고대는 안개의 습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생긴 ‘얼음꽃’이다. 헐벗은 나무에 달라붙어 하얗게 빛나는 상고대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상고대는 소양 3교 부근이 감상하기에 편하다. 강원민방 앞에 주차장에 있고, 소양강변 습지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가까이서 본 상고대는 날카로운 얼음의 입자들이 곧추서 있는 모습이다. 남은 겨울의 막바지 추위를 틈타 춘천으로 간다면 안개가 빚어낸 상고대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안개도시 춘천에는 둘러볼 곳들이 많다. 호반 드라이브코스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볍게 본다면 벽화로 새 단장한 강촌역과 등선폭포, 애니메이션박물관, 인형박물관 등이 있다.
등선폭포는 강촌역에서 의암댐 방면으로 조금 가다보면 왼쪽에 있다. 삼악산 기슭에 자리한 폭포다. 삼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협곡을 지나 50m쯤 들어가면 등선폭포가 나온다. 장대한 폭포는 아니다. 높이가 겨우 15m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절벽과 선녀탕 등 절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운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삼악산 정상을 밟고 오는 것도 좋다. 협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의암호 가운데 떠 있는 섬 중도를 마주보고 있다. 2003년 건립된 이 박물관은 3D애니메이션 상영관과 소리체험실 등을 갖추고 애니메이션의 원리와 역사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의암호 북동쪽 끝에 자리한 인형극박물관과 함께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2004년 문을 연 인형극박물관에는 국내외 200여 점의 인형과 각종 인형극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옆에는 인형극장이 마련돼 있다. 2월 17일부터 3월 1일까지 ‘2006 한-러 교류축제’의 러시아 대표 공연단으로 초청돼 극찬을 받았던 모스크바 극단 뗀의 그림자극이 공연된다.
★길잡이: 서울→46번 국도→강촌→403번 지방도→의암호→애니메이션박물관→56번 국도→소양호 ★먹거리: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만큼이나 칡을 이용한 요리가 유명하다. 그중 특히 칡국수는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색없다. 칡국수를 잘하는 집으로 새술막칡국수(033-261-8240)를 꼽을 수 있다.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에 자리한 칡국수집으로 칡가루를 듬뿍 넣어 향부터 다르다. 태양초와 양파, 배 등을 잘 갈아 버무린 후 3년 숙성시킨 양념장이 또한 일품이다. 칡국수 외에 칡부침, 칡술 등이 있다. ★잠자리: 강촌을 지나 403번 지방도를 타고 의암호반을 달리다보면 삼악산매표소를 지나 라호야펜션(033-244-6394)이 있다. 펜션에서 바로 호수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문의: 춘천시청 문화관광포털(http:// tour.chuncheon.go.kr), 033-250-306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