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볕을 느끼며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운림산방. | ||
운림산방은 한국 남화의 성지다. 조선후기 남화의 대가 소치 허유(1807∼1892)가 기거하던 곳이 운림산방이다. 허유는 추사 김정희로부터 사사한 이로, ‘초옥산수도’, ‘묵해도’, ‘만산묘옥도’ 등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1856년 추사가 죽고 난 후 귀향해 운림산방을 짓고 그림에 몰두했다. 1866년에는 운림산방을 소재로 한 ‘선면산수도’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운림산방은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 기슭에 있다. 이름을 풀이하자면 ‘구름이 숲을 이루는 곳에 자리한 산 속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운림산방은 실제로도 운치가 있고 여유로우며 또한 아름답다.
운림산방은 조경이 참 잘 되어 있다. 외롭게 홀로 서 있는 소나무 옆에 사당이 있고 그 뒤편으로 아담한 연못이 조성돼 있다. 여름이면 연꽃이 활짝 피는 이 연못에는 작은 섬이 있고, 그곳에 소치가 심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연못 왼편으로는 후박나무가 우거져 있다. 연못을 돌아가면 바로 운림산방이다.
운림산방은 정면 3칸, 좌우측면 각 1칸의 ‘ㄷ’자형 한옥이다. 정면 우측 3칸은 화실로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으로 이용됐다. 오후가 되면 정면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구조상 그 햇살을 껴안는 모양새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이라는 당호가 걸린 정면의 툇마루가 햇살의 온기로 따뜻해진다.
운림산방 뒤편에는 초가지붕의 안채와 사랑채가 있다. 소치가 살았던 그 시절로부터 지나간 세월이 약 110년. 이 살림채들은 운림산방과 함께 1982년 손자 허건이 복원한 것이다. 운림산방을 복원하고 1년 후에는 살림채 뒤편에 소치의 초상을 둔 운림사와 허씨 문중의 사당인 사천사를 지었다. 운림산방 오른편에는 1980년 지은 소치기념관이 있다. 4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한편 운림산방을 돌아볼 때는 쌍계사도 들러보도록 하자. 운림산방 왼편으로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자그마한 절이다. 신라 말기에 창건된 절로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된 상록수림 한가운데 자리해 있다. 이 숲에는 감탕나무, 후박나무 등도 있지만 특히 동백나무가 많다. 요즘 동백이 한창이다. 계곡에 첨찰산 등산로가 개설돼 있다. 왕복 3시간이면 너끈히 다녀올 수 있는 해발 485m의 산이다. 봉화대가 있는 정상에 오르면 진도군 일대와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목포IC→영산호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진도대교→진도읍사무소→9번 군도→왕고개온천 지나 좌회전→운림산방 ★문의: 진도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 jindo.go.kr), 문화관광과 061-544-015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