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여러 나라의 자물쇠들. 형태가 가지각색이다. | ||
‘쇳대’는 열쇠를 일컫는 방언이다. 함경,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남 등지에서 아직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쇳대박물관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것들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자물쇠와 열쇠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003년 11월 개관한 쇳대박물관의 설립자는 유명 ‘철물쟁이’ 최홍규 씨. 단순한 철제 용품에 공예 개념을 도입한 이로서 서울 논현동에 자리한 ‘최가철물점’의 대표다. 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돌며 쇳대 4000여 점을 수집했고, 그중 엄선한 ‘작품’들로 박물관을 꾸렸다. ‘뭐 볼 것 있다고 하고 많은 것들 중에 하필 쇳대냐’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찮게 볼 일이 아니다. 이곳에 전시된 것들은 거의가 문화재급들이다.
박물관은 3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쇳대박물관의 주전시실이다. 통일신라시대 자물쇠 1점, 고려시대 자물쇠 3점, 조선시대 자물쇠 40여 점과 오늘날의 키홀더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열쇠패 30여 점 등이 전시돼 있다. 자물쇠는 ‘ㄷ’자형에서부터 원통형, 함박형, 붙박이형, 물상형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물상형 자물쇠는 거북이나, 용, 나비, 물고기, 연꽃 등 형태가 다양하고 세공이 정교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제2전시실에는 조선시대 목가구용 자물쇠와 함, 궤, 인장함 등 15점을 전시하고 있다. 자물쇠뿐만 아니라 가구들도 골동품들이다. 세월의 터널을 지나온 손때 묻은 가구들은 보존상태가 무척 양호하다.
제3전시실은 외국의 자물쇠들을 선보이는 공간. 우리의 빗장과 역할이 비슷한 아프리카자물쇠 4점, 중세 유럽에서 사용했던 자물쇠 4점, 우리나라의 것과 비슷한 형태의 티벳자물쇠 6점, 아시아권 물상자물쇠 15점 등이 전시돼 있다.
쇳대박물관은 건물도 하나의 볼거리다.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의해 ‘2002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승효상 씨의 작품이다. 건물은 코르텐강판 옷을 입고 있다. 색깔은 적갈색. 페인트를 칠한 것이 아니라 부식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철에 녹이 슬면 강도가 약해져 좋지 않지만 이 강판은 녹이 코팅막을 형성해 그 강성을 영구히 지속시킨다. 파주출판단지에 가면 코르텐강판을 이용한 건물들을 다수 볼 수 있는데, 녹은 흙의 색을 닮아서 자연과의 이질감을 최소화시킨다.
건물 외벽에는 세계적인 폰트(글꼴) 디자이너 안상수 씨의 담쟁이 작품이 덧대어져 있다. 하얀색 담쟁이가 건물을 타고 오르는 모양이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은 외부에 노출돼 있지만 비를 맞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계단이나 건물 내벽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외벽처럼 역시 페인트를 칠하지 않고 콘크리트 고유의 색과 질감을 살렸다. 측면에 창이 없어 언뜻 답답해 보이지만 천정이 열려 있어 적당히 빛이 들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길잡이: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나에공원 끝나는 길에서 좌회전 후 100m 직진. ★문의: 쇳대박물관(http:// www.lock museum.org) 02-766-6494
김동욱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