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석굴암이야 일천년 넘은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오봉산 석굴암의 역사는 일천하다. 오봉산 석굴암은 1954년 창건되었다. 이곳은 나한기도 도량이다.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하여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 크게 번성했던 신앙이다. 청도의 운문사, 영천 거조암, 완주의 봉서사 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한도량이다. 석굴암으로 찾아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다. 이곳으로 가려면 군부대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외곽순환도로 송추나들목으로 나오면 왼쪽에 오봉산 석굴암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 길을 조금 가다보면 검문소가 있다. 출입제한구역인가 싶어 뜨끔해진다. 그러나 석굴암에 간다고 하면 통행을 허가한다. 대신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검문소에서부터 석굴암까지는 4㎞가량 된다. 차량으로 15분쯤 걸리는 길이다. 그런데 요즘 이 길이 참 좋다. 신록이 뒤덮는 길이다. 전후좌우 할 것 없이 신록의 물결이다. 새로 움튼 이파리들이 풀어내는 연초록의 향연에 마음이 설렌다. 길을 달리다보면 왼쪽으로 계곡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오봉산의 다섯봉우리가 보인다.
진달래가 절정을 맞아 햇빛에 반짝이며 눈을 부시게 한다. 10분쯤 달리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군 훈련장이다. 길은 두 갈래다. 오른쪽이 우이령길이고, 왼쪽이 석굴암 가는 길이다. 우이령길은 현재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6월에 한시적으로 개방한다는데 이곳에서 걸어서 우이동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오르자 큰 소나무들 사이로 절이 드러난다. 대웅전과 범종각, 삼성각과 삼층석탑 등이 일단 눈에 보인다. 석굴은 대웅전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나한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커다란 바위에 자연히 뚫린 굴을 다듬어 나한을 모셨다. 동굴 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곳도 있고, 대리석으로 마감한 부분도 있다. 나한전 위쪽 언덕에 자리한 삼성각은 오봉산 자락을 굽어보는 전망대다. 삼층석탑이 삼성각 앞에 있다.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석탑이지만, 담쟁이넝쿨에 덮인 게 꽤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인다. 누가 올려놓았는지 석탑에 돌로 깎은 부처 하나가 놓여 있다. 봄볕바라기를 하시는 한가로운 부처다.
★길잡이: 서울외곽순환도로 송추나들목→서울, 북한산성 방향 1.3㎞→훼미리마트 옆길 진입→군부대 검문소 지나 직진→석굴암 ★문의: 양주시종합관광안내소 031-840-3357, 석굴암 031-826-357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