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도 남망산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 ||
접도에 대해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훌쩍 바다나 보고 올 심산으로 접도대교를 건넌다. 사실, 대교라고 말하기 민망한 다리다. 진도와 접도는 겨우 200m가량 떨어져 있을 뿐이다. 두 섬을 잇는 다리도 크고 우람한 것이 아니다. 해남과 진도 사이에 놓인 진도대교와 같은 다리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1987년 건설된 낡고 작은 연륙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접도는 진도와 가까이 접해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접배도, 갑도, 금갑도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접도는 면적이 겨우 4.3㎢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현재 이곳에는 원다리, 수품리, 접도리 3개 마을이 있다.마을은 다 고만고만해서 전체 120여 가구에 6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적은 숫자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접도는 원래 유배지였던 섬으로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10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연륙교를 건너 수품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원다리가 나오는데 이곳이 유배자들이 생활했던 곳이다. 마을 한편에 유배지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원다리를 지나면 곧 수품항으로 이어진다. 겨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길이다. 접도리는 수품항 북서쪽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수품항은 아담한 항구다. 그나마 활기가 느껴지는 접도의 중심지역으로 남망산행 기점이 바로 이곳이다. 수품항 앞에는 철모를 엎어 놓은 것처럼 생긴 목섬이 떠 있다. 접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다. 하나는 산행, 또 하나는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다. 산이라고 해봐야 접도에는 남망산 하나다. 낚시는 수품항이 유명한데 배를 빌려 섬을 일주하면서 포인트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접도는 작지만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 한정돼 있다 보니 오염이 덜 되고, 서남쪽으로 해안절벽이 많아 아주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 빼어난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남망산행이다. 남망산은 높이가 164m에 지나지 않는 낮은 산이다. 비록 높이는 낮지만 남망산 자체가 접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산이 넓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망산행은 수품항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남망산은 산행코스가 잘 개발돼 있다. 진도군의원을 역임한 장재호 씨(59)가 2005년 개척한 것이다. 마을청년들과 잡목을 베어내고 사람이 걷기 편한 길을 냄으로써 남망산은 버려진 뒷산에서 접도를 상징하는 명산으로 재탄생했다. 남망산행 코스는 네 가지다. 짧게는 3.5㎞에서부터 길게는 12㎞까지 다양하다. 결코 오르내림으로 인해 힘이 부칠 염려가 없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장 긴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수품항 앞 목섬.바다 위에 철모가 떠오른 듯하다. | ||
수품항 바로 직전 임도를 따라 자동차로 5분쯤 올라가다보면 비포장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차를 두고 다시 10분쯤 가면 기지국이 있다. 출장소로 사용됐던 것 같은데 현재는 비어 있다. 옥상으로 오르는 철사다리가 우측 벽면에 부착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수품항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항구를 밝히던 가로등이 꺼지고 어슴푸레한 기운이 흩어지면서 바다 위로 해가 솟아오르고 사위는 황금으로 변한다.
그 황홀한 순간에도 어부들은 바쁘다. 김과 전복 양식장을 새벽부터 오가는 배들이 말발굽 같은 항구를 쉼 없이 드나든다. 아기밴바위에서 길은 아홉봉우리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무선국으로 가는 임도가 나 있다. 아홉봉우리를 남겨 두고 이 길을 따라 쥐바위 쪽으로 오른다. 쥐바위는 남망산 최고봉이다. 전망이 아주 훤하다. 날씨가 맑을 때 쥐바위에 서면 멀리 제주도까지도 보인다.
쥐바위 일대는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쥐바위에서 거북바위 쪽으로 가는 길에는 굴피, 자금우나무 등 난대상록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들도 있다. 거북바위를 지나 병풍바위 인근에 이르면 동백나무도 무리를 지어 식생하고 있다. 남망산에는 무려 48종에 달하는 난대상록활엽수가 있다.나무들은 한창 묵은 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각각의 나무마다 순이 올라오는 속도가 달라서 쥐바위나 병풍바위 등 남망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면 녹색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된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차르르 돌들이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아기밴바위에서 쥐바위 쪽으로 길을 잡느라 빼놓았던 아홉봉우리만 챙기면 남망산은 빠짐없이 돌게 된다. 아홉봉우리는 해오름과 해거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다.정말 먼 걸음을 한 접도여행. 진도를 두고 그냥 가기가 아쉽다. 접도와 가까운 곳에 남도석성과 상만사지 등 볼거리가 많다.
남도석성 앞에는 야생화가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상만사지는 접도에서 남도석성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자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최남단인 진도지방까지 탑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고려시대의 오층석탑이 있다. 상만사지 입구에는 인자한 미륵불이 하나 서 있다. 올라가는 길에 어차피 거쳐 가는 진도읍내에는 서예의 대가 소전 손재형을 기리는 소전미술관이 있는데 들러볼 만하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목포나들목→영암방조제→77번 국도→진도대교→진도읍사무소→9번 군도→의신면→18번 국도→접도 ★먹거리: ●진도군청 앞쪽에 자리한 제진관(061-544-2419)을 추천한다. 홍어를 꼭 닮은 간재미무침회백반이 일품이다. 진도는 전복으로도 유명한데, 남동리 한국전력 앞에 있는 취송(061-544-6555)과 쌍정리 18번 국도 GS주유소 옆에 있는 기와섬(061-543-5900)이 전복코스요리를 잘 하기로 소문났다. ●진도는 홍주로 유명한 곳이다. 곳곳에 홍주공장이 있다. 그러나 진짜배기 홍주를 빚는 이는 많지 않다. 진도읍내 신협 맞은 편 골목에 자리한 허화자 할머니댁(061-543-0463)에 가면 제대로 된 홍주를 사갈 수 있다. 허 할머니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돼 있다. ★잠자리: 접도에는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 그나마 수품항 쪽에 수품리민박(061-544-5026)과 접도가든(061-544-5952) 등이 있다. 진도읍에서 접도까지 30분 정도 걸리니 아예 진도읍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진도읍에는 태평모텔(061-542-7000), 프린스모텔(061-542-2251) 등이 있다. ★문의: 진도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jindo.go.kr), 문화관광과 061-544-015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