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성곽이 전면 개방된 후 부암동민의 쉼터로 자리 잡은 자하문. | ||
부암동은 행정구역상으로 종로구에 속한다. 동쪽으로 삼청동과 성북동, 서쪽으로 홍은동과 홍제동, 남쪽으로 효자동과 청운동, 북쪽으로 평창동에 둘러싸여 있다. 부암동은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서울 같지 않은 곳이다.
부암동은 커다란 부침바위(付岩)가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부암경로당 건물 앞이 부침바위터다. 1970년까지 바위가 있었다. 표면에 살짝 패인 구멍이 있던 약 2m 높이의 이 바위는 아들을 점지해 주기로 유명했다. 바위 구멍에 작은 돌을 대고 비빈 후 손을 떼면 신기하게도 바위와 돌이 붙곤 했는데, 그런 현상이 일어난 부부에게는 거짓말처럼 아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부암동은 둘러볼 만한 사적이 참 많은 곳이다. 종로에서 세검정 방향으로 자하문터널을 지나면 부암동을 만나는데, 큰길 왼쪽에 ‘무계정사터’와 ‘현진건집터’, ‘윤응렬가옥’ 등이 있고, 오른쪽에는 ‘자하문’과 ‘백사실’ 등의 사적이 있다. 무계정사는 세종의 삼남 안평대군이 기거했던 곳이다.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계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1451년에 무계정사를 지었다. 집은 남아 있지 않고, 무계동이라고 새긴 바위덩이만 집터 앞에 놓여 있다. 무계정사 아래에는 현진건집터가 있다. 윤응렬가옥은 현진건집터에서 150m가량 위쪽에 있다.
자하문은 1396년 축조된 도성8문의 하나다. 서울성곽과 연결돼 있다. 지난 2007년 4월 5일 서울성곽이 전면 개방되면서 자하문을 통해 성곽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백사실은 ‘백사’ 이항복이 놀았던 쉼터로 울창한 숲과 계곡이 일품이다. 백사실에서 산길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가면 뒷골이라는 오지마을이 나오는데 강원도의 깊은 산골을 연상케 하는 허름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부암동에는 또한 미술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자하문터널에서 상명대 방향으로 조금 가다보면 이름 때문에라도 들여다보게 되는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이 있고, 이곳에서 5분쯤 걸어가면 주얼리샵 1층에 문을 연 ‘갤러리애족’이 나온다. 큰길 왼쪽 골목의 윤응렬가옥 너머 전망 좋은 언덕에는 ‘자하미술관’이 있다. 큰길 오른쪽 골목에는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를 기리며 설립한 ‘환기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그 인근에 폐가를 화랑으로 리모델링한 ‘아트스페이스스푼’이 올해 초 개관했다.
부암동에서는 이색카페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빙스타일리스트 안선미 씨가 꾸민 ‘안스나무’와 창문이 곧 간판인 ‘오월’, 서너 평 남짓의 아담한 사랑방카페 ‘부암동노란집’, 온통 원색 투성이인 내부 소품이 주의를 끄는 ‘큐리오시티’ 등이 부암동의 명물카페로 자리 잡았다. 참,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에서 주인공 최한성이 사는 집으로 나왔던 ‘산모퉁이’도 빼놓을 수 없다.
★길잡이: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212, 1020, 7018, 7022번 버스 이용. 부암동주민센터 앞 하차. ★문의: 부암동주민센터 02-731-172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