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마봉에서 바라본 노적봉 성곽의 능선이 가파르게 보인다. | ||
금성산성은 산성산에 쌓아올려진 성곽이다. 언제 정확히 성곽이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고려 우왕 6년(1380년) <고려사절요>에 이 산성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는 것으로 미뤄 그보다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금성산성이 자리 잡은 산성산은 572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험한 산세는 높이만으로 평가받기를 거부한다. 금성산성이 있다고 해서 금성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순창의 강천산과 맞닿아 있다.
평지에 축조된 수원 화성이나, 산을 둘렀다고는 하나 오르내림의 부침이 그리 심하지 않은 청주 상당산성 혹은 보은 삼년산성 따위를 생각했다면 ‘아뿔싸’ 하고 이곳으로의 행보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천연요새 위에 쌓은 최후의 방패라고 해야 할까. 이 산성은 감히 쉽게 넘볼 수 없는 험한 마루금(산의 마루를 잇는 선)을 따라 올려졌다.
산성에는 동서남북 사방에 4개의 문이 있다. 그 문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산성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성곽은 총 7345m에 이를 정도로 길다. 외성의 길이가 6486m이고, 내성의 길이가 859m다. 금성산성을 한 바퀴 둘러보려면 족히 다섯 시간은 잡아야 한다. 7㎞ 남짓한 성곽이지만 경사구간이 많은 탓이다. 금성산성은 장성의 입압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에 속한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연동사지 입구다. 담양리조트를 끼고 5분쯤 올라가면 연동사지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연동사지는 이곳에서도 1.5㎞가량 더 들어가야 한다. 11세기경 창건된 것으로 알려지는 연동사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백제계 양식의 삼층석탑과 지장보살입상이 절의 역사를 증명할 뿐이다.
금성산성 트레킹은 첫새벽을 틈타는 것이 좋다. 서남문 아래에 담양호가 있는데, 초봄과 한로 무렵의 가을에는 산성 주위를 뒤덮는 운해를 볼 수 있다. 요즘도 가끔 운해가 끼는 날이 있다. 하지만 운해가 아니어도 새벽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해오름의 장관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동자암 숲길을 거니는 연인들,동자암에는 금성산성 지킴이를 자처하며 무술을 수련하고 있는 다섯 스님이 있다.앞으로 툭 튀어나온 금성산성 외남문. (위쪽부터) | ||
그렇게 산길을 오르길 10여 분. 눈앞에 성문이 하나 나타난다. 잎사귀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처럼 툭 튀어나온 외남문이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높다랗게 다락 같은 하늘 위로 성곽이 뻗어 있다. 오른쪽은 평평한데 성곽이 이내 숲 뒤로 사라져 버린다. 여기서 왼쪽이 서문, 오른쪽이 동문 방향이다. 해오름을 보기 위해선 동문 쪽을 택해야 한다.
동문으로 가는 길 초입에 작은 암자 하나가 보인다. 동자암이다. ‘금성산성지킴이’를 자처하는 다섯 스님이 사는 곳이다. 부부스님과 그들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고조선의 전통무예를 연마하며 뿌리를 내렸다. 암자 주위에는 작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약수터가 50m 우측에 있는데 물맛이 기막히다.
이곳에서도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이 보국사터. 오른쪽이 동헌터 가는 길이다. 보국사도 동헌도 남아 있지 않은 이유는 동학농민운동 때 모두 불타 없어졌기 때문이다. 보국사터에서 동문 방면으로 길을 틀 수 있으나 이 경우 성 안의 성인 내성을 놓치게 된다. 동헌이 있던 자리를 촘촘히 쌓은 성곽이 두르고 있는데, 이곳을 가로질러 동문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다. 보국사터에는 휴당산방이라는 흙집이 덩그러니 있다. 지붕은 비닐로 덮여 있다. 산방 주인은 시인 홍성주 씨(69). 그는 이곳에서 벌을 치고, 농사를 지으며 한가로이 살고 있다.
동자암에서 동문까지는 30~40분쯤 걸린다. 그리 가파른 길은 아니다. 도중에 시루봉을 옆에서 스쳐 지나치게 된다.
해오름을 구경하기엔 동문보다 운대봉 북벽(북바위)이 좀 더 낫다. 동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마치 고릴라의 옆얼굴을 닮은 듯한 북벽이 나온다.
어느덧 훌쩍 솟아오른 태양의 배웅을 받으며 북문으로 향한다. 북문까지는 길이 그다지 험한 편이 아니다. 운대봉, 연대봉을 지나는 동안 길섶에 들꽃들이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건넨다. 엄지손톱처럼 작은 꽃이지만 이래봬도 백합과인 금강애기나리와 아카시나무잎을 닮은 살갈퀴꽃, 순백의 하얀 꽃잎이 눈부시기까지 한 참꽃마리를 비롯해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트레킹의 고비는 북문을 지나면서부터 맞는다. 북문에서 시원스레 펼쳐진 담양호를 가슴에 담고 서문으로 향하는데 급한 내리막이다. 이 길이 두렵고 부담스러운 이유는 반대로 급한 오르막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북문과 서문 사이에 큰 골짜기가 형성돼 있다. 서문 주위는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서문에서부터 땀 깨나 쏟게 만드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철마봉까지 40~50분은 걸어야 갈 수 있을 만큼 길고 가파른 길이다. 그렇다고 철마봉에서 오르막이 끝나느냐? 아니다. 이곳에서 또 다시 내리막이 나타난 후 마치 첨탑처럼 서 있는 노적봉으로 연결된 오르막이 등장한다. 고비를 넘겼더니 또 다른 고비가 나타나는 형국이다. 다행스럽게도 이걸로 끝이다. 마지막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고, 길고 길었던 산성트레킹도 곧 외남문으로 이어지며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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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장성분기점→고창담양간고속도로→담양분기점→88고속도로→담양나들목→29번 국도→담양읍→24번 국도→메타세쿼이아길→원율삼거리에서 좌회전→담양리조트 앞에서 우회전→금성산성 ★먹거리: 대나무골 담양에서는 역시 대나무를 이용한 요리를 먹어야 할 것 같다. 담양읍 백동리에 있는 덕인관(061-381-7881), 한죽갈비마을(061-383-8787) 등에서 맛있는 대통밥과 죽순회 등을 맛볼 수 있다. ★잠자리: 금성산성 아랫동네인 원율리에 금성통무펜션(061-381-2376), 황토피아(011-633-7488) 등의 펜션이 있다. ★문의: 담양군청(http://www.damyang.go.kr) 문화관광과 061-380-315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