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천골에서 가장 큰 상직폭포는 높이가 70m나 된다. 예쁜 펜션들이 곳곳에 있으나 이미 예약이 다 찼다(오른쪽 작은 사진). | ||
장장 7㎞나 이어진 휴양림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자연휴양림이 있다. 국립으로 지정된 것만도 38개에 이르고, 지자체와 개인이 운영하는 것까지 합하면 120개 가까이 된다. 저마다 다들 특징이 있겠지만, 우리가 이번 주 떠나려는 곳은 조금 특별하다. 마치 모든 선물들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듯한 자연휴양림이다. 산림이 울창하고, 계곡이 맑고 깊으며, 폭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디 이뿐이랴. 휴양림 내에 보물이 4점씩이나 있으며, 바다도 20여 분이면 훌쩍 갈 수 있다. 그곳이 어디냐고? 바로 강원도 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이다.
국립자연휴양림 가운데 하나인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구룡령 아래 자리하고 있다. 홍천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구룡령을 넘어 조금만 더 달리면 우측으로 미천골자연휴양림이 나타난다. 구룡령을 기점으로 영서와 영동이 갈린다. 미천골은 약수산(1306m)과 응복산(1359m) 사이의 계곡이다. 그 길이는 무려 7㎞에 달한다. 이 계곡과 그 주변 숲이 미천골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내에 웬 보물?
미천골자연휴양림은 한 번 다녀온 사람은 그 매력에 반해 이듬해에도 반드시 찾게 되는 곳이다. 계곡을 따라 임도가 나 있는데, 계곡이 긴 만큼 모든 임도의 차량통행을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휴가 시즌 중에도 이곳은 다른 유명 계곡이나 바다처럼 미어터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입소문을 덜 탄 이유도 있고, 접근하기가 그다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이어지는 임도는 세상을 삼킬 듯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달린다. 산림문화휴양관이 있는 다리를 그냥 지나쳐 800m쯤 가자 왼쪽으로 석탑이 하나 보인다. 선림원지다. 통일신라시대의 절터다. 누가 이런 휴양림에서 역사유적을 만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선림원은 804년경에 창건되어 홍각선사가 번창시킨 절이다. 당대 최고 수준의 선 수련원으로 알려져 있다. 10세기를 전후해 홍수와 산사태로 매몰되었다고 전하는데, 현재 이곳에는 아직까지도 삼층석탑을 비롯해 석등,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의 보물이 남아 있다.
선림원지를 둘러본 후 가던 길 위로 다시 오른다. 이제껏 달려왔던 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미천골농원에 이르자 길게 뻗은 적송 사이사이에서 휴양객들이 캠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간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소나무에 기대어 담소를 나누는 무리…. 여유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 ▲ 주변의 샘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합쳐져 큰물줄기를 이룬 큰샘실폭포. | ||
미천골농원을 지나면서 길이 다소 험해진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였던 것이 비포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지만 승용차가 못 달릴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경사각이 크거나 회전이 급한 곳에는 포장이 되어 있다.
길을 달리다보면 곳곳에서 멋진 폭포를 만난다. 먼저 만나는 것이 큰샘실폭포다. 정확히 미천골의 중간지점에 있다. 쏟아져 내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제법 굵다. 사실 이것은 폭포라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어쩌면 눈속임일 수도 있다. 크게 내려오는 물줄기는 온전히 하나가 아니다. 주변의 크고 작은 샘들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실처럼 합쳐진 것이다. 그래서 샘실폭포다.
샘실폭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제1•2캠핑장지구와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미천골자연휴양림에는 캠핑데크 64개 등 총 74개의 캠핑자리가 있다. 소나무숲 우거진 계곡가에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의 알싸한 피톤치드가 주변에 가득하고, 계곡을 흐르는 물에서 음이온이 방출돼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최고의 장소다.
오토캠핑장을 지나 1㎞가량 더 올라가면 상직폭포가 나오고, 임도가 끝난다. 상직폭포는 미천골에서 가장 큰 폭포다. 높이가 무려 70m에 이르고, 폭도 10m나 된다. 폭포 바로 앞에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폭포소리 시원하고, 그 소리를 실어나르는 바람은 춥기까지 하다.
공식적인 미천골계곡길은 끝났지만, 자연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차량차단막이 있는 곳에서부터 약 4.8㎞ 지점에 불바라기약수터와 높이 30m의 청룡과 황룡폭포가 각각 있다. 불바라기약수는 철분과 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된 탄산수로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불바라기약수터 가는 길은 그다지 경사가 심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호젓하기 그지없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길잡이: 영동고속도로 속사IC→3번 국도→운두령→56번 국도→구룡령→미천골자연휴양림
▲잠자리: 휴양림에서 운영하는 ‘숲속의 집’이 있고, 하늘아채(011-9278-5158), 불바라기(033-673-4589)를 비롯해 많은 펜션들이 휴양림 내에 있다. 그러나 이런 숙박시설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이미 여름 시즌 예약이 다 찼다. 대신 휴양림에서는 캠핑을 할 수 있다. 4000원만 지불하면 캠핑데크를 대여해 준다. 텐트만 있다면 캠핑을 적극 권한다. 소나무숲 우거진 계곡가에 캠핑촌이 있다. 오토캠핑도 할 수 있는데, 그 경우 8000원을 지불하면 된다.
▲문의: 미천골자연휴양림(www.huyang.go.kr) 033-673-1806
캥핌하고 싶은사람 여기로 연락해~
●강원 삼봉 자연휴양림
최근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 ‘1박2일’에 등장했던 곳이다. 여름에도 뼛속까지 얼게 만드는 계곡물과 철분 및 탄산이 다량 함유된 약수로 유명하다. 오토캠핑장까지 모두 75개의 자리가 있다.
▶위치: 홍천군 내면 광원1리 산 197-1번지 ▶전화: 033-435-8536
●경기 유명산 자연휴양림
자연휴양림 중에서 가장 많은 캠핑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자생꽃들이 집단으로 식재되어 있는 2만 4000평 규모의 자생식물원이 있다. 자연교육과 생태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전국 유일의 자연휴양림이다. 야영데크 110개, 오토캠프장 50개 등 총 160개의 자리가 있다.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산 35번지 ▶전화: 031-589-5487
●충북 황정산 자연휴양림
황정산은 제2 단양팔경 중 하나인 칠성암과 남근석, 모자바위, 누에바위 등 비경을 품고 있는 산이다. 계곡의 수량이 많은 편이고 또한 물도 맑다. 주변에 대흥사와 원통암 등의 고찰이 있다. 25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있다. 캠핑데크는 따로 없다.
▶위치: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 산74-1번지 ▶전화: 043-421-0608
●충남 희리산 해송 자연휴양림
전국 유일의 해송자연휴양림이다. 나무의 90%가 해송이다. 산 정상의 높이가 329m로 야트막해 산책을 겸한 등산을 즐기기에 좋다. 앞으로 저수지가 있어 운치가 있다. 캠핑데크 40개와 몽골텐트 20개 등 총 60개의 자리가 있다.
▶위치: 충남 서천군 종천면 산천리 산35-1 ▶전화: 041-953-2230
●경북 통고산 자연휴양림
불영계곡 상류에 자리한 휴양림이다. 주변 풍광이 절경이다. 계곡의 물은 사철 마르지 않는다. 특히 요즘은 수량이 워낙 많아 폭포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 많다. 산 정상(1067m)에선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다. 캠핑데크가 60개 있다.
▶위치: 경북 울진군 서면 쌍전1리 150-1번지 ▶전화: 054-783-3167
●경남 편백 자연휴양림
1960년대에 조림된 편백과 삼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숲이 수려하다. 휴양림 입구에 나비생태공원과 바람흔적미술관 등의 볼거리가 있다. 캠핑데크 29개가 있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산 480-2번지 ▶전화: 055-867-7881
●전북 운장산 자연휴양림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운장’ 송익필(1534~1599)이 은거한 곳이라 운장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원시림에 가까운 자연미를 간직한 갈거계곡으로 유명하다. 제방바위, 학의소, 정밀폭포 등 경관이 아름답다. 캠핑데크 40개 등 총 90개의 캠핑자리가 있다.
▶위치: 전북 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산 183번지 ▶전화: 063-432-1193
●전남 천관산 자연휴양림
정남진 장흥을 대표하는 산이다.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천관산이다. 휴양림에는 소나무와 편백, 노각, 동백, 비자나무 등이 많다. 휴양림 진입로에 ‘21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동백나무숲과 비자나무숲이 있다. 캠핑데크 20개가 있다.
▶위치: 전남 장흥군 관산읍 농안리 산 72-1번지 ▶전화: 061-867-6974
캠핑하기 좋은 전국 국립자연휴양림
국립자연휴양림의 경우, 캠핑은 사전예약을 받지 않는다. 당일 휴양림에 도착한 후 캠핑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캠핑장은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전에 가고자 하는 자연휴양림의 최근 캠핑 이용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궁금한 것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콜센터(1588-3250)나 각 자연휴양림으로 문의하면 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