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청와대는 김진현 건국60주년 기념사업위 집행위원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등 다수의 인물을 위원장 후보군에 올려두고 검토해왔다. 사회통합위 출범 계획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8월 중순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현 국민권익위원장)의 위원장 검토설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여권 일각의 반발로 유야무야된 바 있다.
그간 위원장 인선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건 전 총리 역시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온 상황. 그러던 중 지난 11월 말 한 언론 보도에 의해 ‘고건 전 국무총리가 (사회통합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에 따르면 “여권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핵심 인사가 최근 고 전 총리를 여러 차례 찾아가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고 전 총리는 계속 고사하다 최근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는 것.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청와대의 공식 발표나 고 전 총리 측의 입장 발표가 없어 궁금증을 더했다. 고 전 총리 측은 인터뷰 요청도 고사하며 사회통합위원장 내정설에 대한 답변을 꺼렸다. 고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고 전 총리는 아무 것도 결정한 바가 없으며 정치와 관련된 일에는 뜻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 사회통합위원장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일언지하에 안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이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요청을 해왔고 여기에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긴 시간 고심을 하고 계신 것이 사실”이라는 고 전 총리의 ‘속내’를 전해왔다.
지난 2007년 2월 대선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를 은퇴한 고건 전 총리는 그동안 환경운동가로 변신해 활동해 왔다. 지난해 2월 출범한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맡으면서는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 등 환경문제에 앞장서 왔다. 지난 10월에는 친환경적인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에코캠퍼스 STOP CO2’ 선포식을 여는가 하면, 기후변화 포럼도 수차례 개최해 왔다. 고 전 총리는 올 초 한 인터뷰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에 대해 “평생 공직에 몸담았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봉사는 계속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떠난 뒤 각계의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어왔던 고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 전 총리가 힘써온 환경운동과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자연스레 연관 짓는 시선도 적지 않기 때문. 여권 일각에서는 “환경운동가로 명망을 높인 고 전 총리가 나서준다면 4대강 사업과 저탄소 녹색성장 등 환경 연관 정책을 벌이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전북 군산) 출신인 고 전 총리를 통해 이 대통령이 호남 민심 관리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 전 총리의 사회통합위원장 내정설을 놓고 ‘사실상의 정계 복귀 수순’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고 전 총리가 사회통합위원장을 맡게 된다고 하더라고 철저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둘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공직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장 선정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회통합위원회는 그 외의 조직 정비 작업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애초 ‘10월 말 출범 계획’이 발표된 이후 11월에서 다시 12월 중순으로 연기됐으나 아직까지도 공식 출범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통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출범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있었으나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 현재 직원 30명 정도가 출근하며 대기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청와대 측은 사회통합위원회 출범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고 전 총리 영입이 물 건너갈 경우 곤란한 상황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