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사진)부안자연생태공원.(작은사진)때로 솔숲을 지나고, 때로 바닷가를 바라보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실길. | ||
천천히 걷는 ‘마실길’
부안은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대표되는 곳이다. 부안은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는데 내변산은 산악지대, 외변산은 해안지대를 일컫는다. 내변산에는 내소사·월명암·직소폭포 등의 볼거리가 있고, 외변산에는 채석강·격포항·곰소 등의 멋진 해안이 있다. 부안 여행은 이들 장소에 집중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부안을 즐기는 방법은 더 있다. 마실길이 그중 하나다.
마실길은 제주 올레길처럼 여유롭게 걸으며 부안의 풍광을 오롯이 가슴에 담아가는 산책로다. 지난 6월 새로 개통이 되었다.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로 총 100㎞ 구간 중 제1구간이 먼저 선보였다.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총 18㎞ 거리다. 마실은 ‘마을’을 가리키는 방언으로 경상·충청·강원·전라도 등지에서 사용된다. 지금도 그 지방의 연세 지긋한 어른들은 “마실 다녀오마”는 표현을 흔히 쓰는데, 이때 집과 마을 사이에 놓인 길이 마실길이다. 부안의 마실길은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라기보다 부담 없이 마실 다녀오듯 걷는 길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이번에 개통된 1구간은 세 코스로 나뉜다. 새만금전시관에서 송포마을까지가 1코스, 송포에서 성전마을까지가 2코스, 성전마을에서 격포항까지가 3코스다. 세 코스를 모두 걸으려면 5시간 정도 걸린다. 각 코스마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잡으면 된다.
풀길·송림·모래사장·해안바위길 등 마실길은 길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매력을 한꺼번에 풀어 놓는다. 모래사장 길은 밀물이면 닫히고, 썰물이면 열린다. 물때를 맞춰 가면 그 보드라운 길을 맨발로 걸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썰물이어도 조금 에둘러 가면 그만이다. 썰물 때라면 1코스가 걷기에 가장 좋다. 대부분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길이거나 모래사장 길이다.
2코스에는 시원한 숲길이 많다. 요즘처럼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때라면 더욱 제격이다. 2코스 끝부분에 이르러 성전마을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으로는 유동마을회관 방면으로 향하고, 우측은 하섬전망대로 이어진다. 하섬전망대 쪽은 찻길이다. 하지만 도로라고 해도 통행량이 많지 않아 부담이 없고,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두 길은 2㎞가량 헤어졌다가 반월마을 전방 500m 지점 부근에서 다시 만난다. 3코스의 백미는 적벽강 부근이다. 변산해변이 길게 이어져 있다. 철지난 바다는 호젓하기까지 할 정도로 한산하다.
▲ 채석강 | ||
마실길을 걸으며 외변산의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면 이번에는 자동차를 타고 맘껏 달려볼 차례. 부안에는 손꼽히는 드라이브코스가 여럿 있지만, 새만금방조제는 그 길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부안에서 군산을 잇는 총 33㎞의 새만금방조제는 올 연말 개통을 앞두고 도로포장공사가 한창이다. 현재는 새만금전시관에서 가력도까지 약 4.5㎞ 구간이 개방되어 있다. 드라이브를 하기에 못내 아쉬운 거리이기는 하다. 그러나 주저하지 말고 그 길에 몸을 실을 것. 절대 후회는 없다.
길은 막힘없이 뻗어 나간다. 이따금 이 길로 들어서는 차들이 있기는 하지만 개방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그 수가 많지 않다. 길 왼쪽으로는 서해, 오른쪽으로는 간척예정지가 있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었지만, 현재 간척예정지는 예전처럼 바다다. 배수갑문을 통해 물이 들고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조제는 바다를 가르는 길인 셈이다. 바다 위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짜릿한 느낌이 든다. 물론 영종대교나 서해대교 등과 비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만금방조제에서는 어디서나 차를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며, 심지어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간척예정지에는 방조제 바깥 바다로 빠져 나가기를 포기한 배들이 많이 있다. 이 배들은 곧 간척될 바다에서 여전히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방조제가 생기면서 이곳에서는 새로운 풍경이 탄생했는데, 방조제가 하나의 포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고기잡이배들이 고동을 울리며 방조제 임시포구로 들어오면 ‘무전취식’에 길들여진 갈매기떼가 끼룩대며 허공을 맴돌고, 방조제를 달리던 사람들은 그 모습이 신기해 하나둘 모여든다.
현재 신시도까지도 거의 포장이 이뤄진 상황이다. 신시도까지는 약 10㎞가 넘는다. 곧 이 구간까지 개방이 된다면 새만금방조제 드라이브의 묘미도 배가 될 것이다.
망가질수록 즐거운 ‘갯벌’
새만금방조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렸겠지만, 아직 게워내야 할 마음 속 찌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모항 갯벌로 가보자. 바다만큼 넓은 갯벌과 아담한 포구가 어우러진 곳이다.
궁항을 거쳐 모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해안풍광이 아름다운 구간이다. 새만금방조제처럼 거침없이 달리는 맛은 없지만,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이 무척 매력 있다. 모항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포구 옆에 드라마 촬영 때 썼던 판옥선 세 척이 정박되어 있다.
갯벌은 썰물이 되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드러난다. 바지락과 낙지 따위가 지천이다. 호미와 바구니 등을 준비해간다면 그날 저녁 파티거리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하나 조언을 하자면 여벌의 옷을 반드시 준비해 가라는 것. 체면을 차리며 조심조심 진흙을 뒤지기가 애초에 불가능한 곳이 바로 갯벌인 탓이다. 옷 하나 버릴 작정하고 처음부터 갯벌로 뛰어들자. 망가질수록 멋진 추억이 완성된다.
모항갯벌을 나선 후에는 잠시 줄포자연생태공원에 들러보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찍었던 장소로 푸른 잔디 언덕에 세트장이 설치돼 있다. 줄포자연생태공원은 20여만 평의 갯벌 저류지에 갈대숲과 야생화단지, 잔디광장, 은행나무숲길 등을 아기자기하게 조성한 곳이다. 슬슬 갈대가 익어가면서 이곳은 가을로 재빠르게 달려가는 느낌이다.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부안IC→30번 국도→새만금방조제→마실길→채석강→격포항→곰소→줄포자연생태공원
▲잠자리: 부안군 채석강 근처에 대명리조트(1588-4888)가 생겼다. 바다를 바로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객실에서 명품 서해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특별한 잠자리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휘목미술관(063-584-0006)이 있다. 숙박을 겸하는 미술관이다. 미술관 내에 펜션이 있다.
▲문의: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224/439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