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묘한 바위들이 인상적인 요선암. | ||
그 강들이 빚어낸 풍경은 영월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런데 자산목록에 하나 더 추가할 게 생겼다. 강과는 거리가 멀다. 바로 영월읍내의 요리골목이다.
영월여행 중에 요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나 찾던 곳. 그 별 볼일 없던 곳이 벽화라는 새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분기점→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88번 국도→주천면사무소→무릉교 방면 좌회전→요선암(무릉교에서 요선암으로 빠지지 않고 88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영월읍 요리골목)
▲먹거리: 주천면에서 수주면 쪽으로 가는 길에 ‘콩깍지’(033-372-9434)라는 두부요리전문점이 있다. 두부정식을 시키면 두부로 만드는 거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잠자리: 요선암에서 약 15분 거리에 ‘달빛고운한옥펜션’(http://www.moonhanok.com, 010-9450-6855)이 있다. 신림나들목에서 주천 방면으로 가다보면 황둔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운학 쪽으로 길을 잡는다. 섬안교에서 우회전 한 후 수주면 쪽으로 5분가량 달리면 우측에 이 펜션이 있다. 별마로천문대 가는 길인 영월읍 삼옥1리에는 ‘아름풍경펜션’(http://www.arumview.co.kr, 033-375-4885)이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분위기 좋은 펜션이다.
▲문의: 영월군청 문화관광포털(http://ywtour.go.kr), 033-370-2531
영월읍 하송리 영월초등학교 앞에서 나이키 매장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 약 150m의 좁은 거리. 이곳이 영월여행의 또 다른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요리골목이다.
초등학교 서쪽에 자리한 종합상가의 안성기·박중훈 두 배우의 초상이 ‘여기가 벽화골목’라고 광고한다. 몇 해 전, 꾸준히 관객을 끌어들이며 호평을 받았던 영화 <라디오스타>의 두 주인공이 상가의 동쪽 두 벽면을 가득 채운 채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
비록 영월을 배경으로 찍은 이 영화의 두 스타를 대표로 내세웠지만, 요리골목의 진짜 스타들은 따로 있다. 매스컴에 얼굴 한 번 내민 적 없지만, 영월의 경제를 지탱해온 광부와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순박한 초상이 요리골목 곳곳에서 빛난다.
요리골목 벽화작업은 2006년부터 영월군이 추진해온 공공미술프로젝트다. 골목은 지난해 3월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 골목이 선정된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영월읍내의 뒷골목이 아니라 영월의 영광스런 과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영월군은 채광산업이 발달했던 지역이다. 1960~70년대 채광산업이 활황일 때 영월군의 인구는 12만 8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영월군의 인구는 4만 명 선으로 70%가량 줄었다.
요리골목은 당시 광부들이 저녁마다 모여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던 곳이다. 채광산업의 쇠락과 함께 많은 광부들이 영월을 떠났고, 손님을 잃은 요리골목도 유명무실해졌다.
영월사람들이 주인공인 벽화 벽화가 요리골목을 한창 시절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골목은 차츰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광부의 발길은 아니어도 그 골목에 깃든 이야기가 궁금해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 작은 사진들은 요리골목에 그려진 다양한 벽화들. | ||
그리고 그 중간쯤에는 골목에 깃들어 사는 아이들을 그린 ‘미래’ 등의 벽화가 있다. 영월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것도 있다. 영월문고 옆의 ‘한 평 공원’ 그림이다.
겨우 한 평이 어찌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만 초등학생들이 영월을 자랑하기 위해 그린 그림들을 보다보면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도 공원산책을 할 때처럼 즐거워짐을 느낀다.
시화(詩畵)와 동상도 있다. 시화는 성일횟집 바로 직전에 있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 그림을 입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짧은 시다. 연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한 시이며, 연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영월 광부들을 위로하는 시다.
시화를 보고 나서 시골밥상식당의 벽화를 보니 웃고 있는 탄광인부의 웃음이 그렇게 고귀해보일 수 없다.
요리골목의 특별한 벽화들을 만나본 후에는 영월이 자랑하는 명소들을 찾아나서 보자.
십수 개나 되는 박물관을 비롯해 한반도지형을 닮은 선암마을, 기암과 유려한 물길이 어우러져 한 폭 그림을 연상케 하는 동강 어라연,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 등 둘러볼 곳들은 많다.
대다수는 따로 지면을 할애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려진 곳들이다. 하지만 요선암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수주면 무릉리에 자리한 요선암은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가득 찬 강변이다. 주천강 상류지역이다. 강기슭 반석에 요선암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신선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시인이자 서예가인 양봉래가 평창군수 시절 선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놀다가 새긴 글씨라고 전한다. 그 이야기를 믿을 수는 없지만, 바위들을 보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이상하게 생긴 바위들이 일대에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