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모교 동지고등학교 입구. 사진출처=엔사이버닷컴 | ||
지난 9월 동지고가 위치한 포항시 용흥동 일대에 부동산업체 S 사 직원들이 나타났다. 2009년 6월 김 아무개 씨가 자본금 5000만 원을 들여 울산에 설립한 S 사는 수차례에 걸쳐 동지고 주변 임야 수 필지를 주위 시세보다 다소 비싼 평당 26만 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이들이 사들인 임야는 개발이 금지돼 있는 ‘사방지’(산사태·붕괴 등의 이유로 황폐화된 곳을 복구하고 예방하기 위해 개발을 금지해 놓은 곳)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방지에서 일체의 벌채 및 채취가 금지되고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S 사가 사들인 임야는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해 지난 1999년 사방지로 지정됐다. 원소유자들로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을 사겠다고 나선 임자가 나타났으니 별다른 고민 없이 S 사에 팔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S 사는 땅을 사들인 뒤 사방지로 지정된 동지고 주변 임야가 조만간 개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포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서울 말씨를 쓰는 사람이 동지고 뒤쪽 산에 투자해놓으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로 그곳을 보러 오는 타지 사람들이 부쩍 늘어 우리들도 뭔가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평소 그곳에 대한 문의가 전혀 없었는데 그후 하루에 2~3통씩 ‘매물이 나왔느냐’는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S 사를 포함해 다른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그곳을 미리 사놓고 홍보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S 사 이외에도 두 곳 정도의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동지고 주변의 임야를 이미 매입했거나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 사는 자신들이 매입한 임야가 대통령 모교와 근거리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는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업자들이 대통령을 선전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고받고 확인에 나섰더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름도 들리더라. S 사로부터 땅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직접 확인한 내용이다. 그 투자자는 후에 자신이 산 임야가 개발이 어려울 것이란 말을 듣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욱 자세한 것은 조사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그 투자자는 9월 말 평당 60만 원이 넘는 값에 임야를 매입했다고 한다. S 사는 불과 한 달여 만에 3배 가까운 차익을 올린 것이다.
기자 역시 해당 임야의 등기부등본들을 살펴본 결과 S 사가 9월 7일 매입한 땅 일부를 9월 27일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류 아무개 씨에게 되팔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S 사로부터 땅을 구입한 류 씨는 주위 지인들에게 “현직 국회의원 A 씨가 뒤에서 밀어주고 있고 대통령 모교 근처이기 때문에 사방지 지정이 곧 풀릴 뿐 아니라 개발도 크게 될 것이라고 들어 주변 시세보다 비싼 것을 알면서도 샀다. 그러데 확인해 보니 지정이 풀리지 않을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S 사는 류 씨와 몇몇 투자자에게 판 임야를 제외한 대부분은 아직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S 사는 사무실이 위치한 울산에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앞으로 비슷한 경우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야를 살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S 사 주장대로 과연 동지고 일대 사방지가 제한이 풀려 개발될 수 있을까. 현행 사방사업법에 따르면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경영하는 사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사방지 지정 목적이 달성·상실된 때에 한하여 산림청장이 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방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북도 산림개발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약 10년마다 사방지에 대해 조사를 하는데 동지고 근처 역시 지금 조사 중인 것은 맞다. 해제 여부에 대해서 확답을 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용흥동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포항시 북구청 관계자 역시 “사방지로 지정된 동지고 주변 임야에 대한 개발계획은 없다. 임야 소유자가 개발을 신청할 수는 있는데 지금까지는 (신청서를) 받지 못했다. 우리 역시 산림청에 개발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한 적이 없다”면서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것들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행정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봤을 때 앞으로 이곳의 개발 가능성은 불투명한 셈이다.
설사 사방지 지정이 해제돼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하더라도 용흥동 주민들과 포항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S 사가 매입했던 임야의 가치가 높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한다. 지난 12월 18일 기자와 통화를 한 주민은 “이 곳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동지고 근처 임야가 개발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사가 워낙 심하고 산사태가 잦아 입지적으로 좋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개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뭐가 들어설 수 있겠느냐”면서 “그냥 지금처럼 등산로로 활용됐으면 좋겠다. 또 학교 주변이 공사 등으로 인해 어수선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개발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괜히 투기 열풍이 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이왕 될 거면 주민들을 위한 시설들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외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경우 우리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지역 사회가 더욱 우려하고 있는 점은 S 사 등이 ‘대통령의 모교’ 주변 땅이라 개발 가능하다고 내세우고 있어 자칫 이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일단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에게도 당연히 누가 되는 것 아니냐. 아마 야당도 꼬투리를 잡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엄연히 피해자다. 다만 대통령이 나온 모교이다 보니 보통의 부동산 매매보다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추가 피해가 없도록 조기에 진상을 조사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급 의원은 “물론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권력형 비리가 다 그런 식으로 시작된다. 대통령이라면 주변을 철저히 관리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애초에 말썽이 날 소지를 없애는 게 최선이다. 일반 시민들로서는 대통령 모교가 개발된다는 말을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미리 개발 정보를 얻고 움직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관련 내용이 업자들에게 새어나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S 사가 6월에 사무실을 설립해 9월에 임야를 매매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갑자기 그랬겠느냐. 동지고 근처 사방지의 해제와 개발 내용을 전해 듣고 준비를 치밀하게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S 사가 말한 대로 (개발이) 이뤄진다면 공무원 등과의 유착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야당 관계자도 “부동산회사가 개발 가능성을 운운한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일부 여권 정치인의 이름도 들먹였다고 하는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지고 인맥 지금은…
김상기 국방부 정책실장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날개 달고 훨훨
▲ 김상기 실장(왼쪽)과 최원병 회장. | ||
동지고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학교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비롯해 이 대통령 형들인 이상득 의원과 이상은 다스 회장 등이 이 학교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전국구’로 발돋움했다. 동시에 동지고 인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정권에서 목포상고(고 김대중 전 대통령)와 부산상고(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출신들이 맹위를 떨쳤기 때문이다.
동지고 출신 중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2007년 12월 열세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농협중앙회 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당시 투표 현장에서 만났던 한 대의원은 기자에게 “최 회장 당선은 ‘이변’이다. 이 대통령 후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단지 이 대통령과 동문이란 이유로 표를 던진 대의원들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동지고 역시 다른 상고들과 마찬가지로 금융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휴원 신한금융투자(옛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대표적인 MB의 동지고 인맥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2007년 12월 신한은행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 6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으며 주목을 받았고, 올해 2월엔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 수장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지주 경영진과 청와대 간 불협화음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사장은 무난히 입성하며 ‘동지고의 힘’을 실감케 했다는 후문. 이밖에 장지활 SC제일은행 부행장(지난해 상무에서 승진), 박원우 부산은행 부행장, 홍종의 새마을금고 감사 등이 동지고 출신이다.
재계에서는 이태구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눈에 띈다. 이 부사장은 2008년 2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회사 안팎에서 ‘MB 효과’라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한다. 올 초에는 포스코건설 사장직에 이름이 거론되기도 할 만큼 회사 내에서 ‘실세’로 평가받고 있다. 황대봉 대아그룹 명예회장, 손기락 전 LS산전 부회장, 박해철 전 현대시멘트 부사장, 김금대 전 코오롱 고문 등도 동지고를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상득 의원 최측근인 3선의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포항 북구)과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 박기환 전 포항시장 등이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