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묘한 탑들이 가득한 탑사 | ||
<여행안내>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익산분기점→익산-장수 간 고속도로→진안IC→30번 국도→마이산
▲먹거리: 마이산 남부주차장 쪽에 음식점들이 많다. 이곳에 흑돼지 훈제등갈비가 맛있는 초가정담(063-432-8840)이 있다.
▲잠자리: 진안에서 26번 국도를 타고 전주 방면으로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모텔’ 입간판이 보인다. 그랜드장(063-433-4373), 리조트모텔 등이 모여 있다.
▲문의: 진안군청(http://jinan.jeonbuk.kr) 문화관광과 063-430-2227, 마이산도립공원 063-430-2556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듯한 마이산은 전북 진안에 자리하고 있다. 이 산은 7000만 년 전 지각이 뒤틀리면서 솟아올라 형성된 산이다. 본래 호수 아래 묻혀 있었다고 한다. 그 생긴 모양으로만 보자면 마이산은 두 개의 커다란 바위덩어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보기일 뿐. 실제로는 자갈과 흙, 모래 등이 한데 뒤섞여 있다. 그것을 ‘역암’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단단한 바위와는 차이가 난다. 손으로 만져도 스르르 부서져 내린다. 호수에 쌓여 있던 퇴적물들이 주성분이다 보니 그렇다.
마이산은 두 개의 봉우리가 한 쌍을 이루고 있는 산이다. 동쪽이 숫마이봉, 서쪽이 암마이봉이다. 이 산은 철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마이산은 가을철의 이름이다. 봄에는 돛대산, 여름에는 용각산(龍角峯), 겨울에는 문필산(文筆峯)이라고 한다. 돛대 같기도 하고, 용의 뿔 같기도 하고, 붓끝 같기도 해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누를 후보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마이산은 북부주차장과 남부주차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통이다. 거리상으로는 북부 쪽이 훨씬 가깝다. 하지만 남부 쪽이 볼거리가 많다. 남부주차장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올라가다보면 금당사가 나오고, 그 뒤로 탑사와 은수사 등이 마이산 가는 길목에 있다.
▲ 마이산 전경. | ||
금당사를 앞 탑영제라는 자그마한 호수를 지나 길은 탑사로 길게 이어진다. 금당사에서 탑사까지는 약 1.5㎞, 20분쯤 걸리는 거리다. 탑사는 마이산만큼이나 기이한 절이다. 이 절은 12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이산과 함께 진안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탑사는 그 이름처럼 탑으로 이루어진 절이다. 이곳에는 무려 80여 기의 크고 작은 돌탑들이 세워져 있다.
탑사를 창건한 이는 이갑용 처사다. 그는 이곳의 탑들을 무려 30여 년에 걸쳐 쌓았다. 돌을 깎고 다듬어 만든 탑들에 비해 예술성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 정성만은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탑들은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 오방탑, 천지탑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탑들이 지상뿐만 아니라 벼랑에도 세워졌다는 것이다.
탑사는 암마이봉 기슭에 있다. 수직으로 서 있다시피 한 암마이봉의 몸체에는 곳곳에 벌집 같은 구멍이 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마이산은 조직이 성근 역암으로 되어 있는데, 이 구멍들은 겨울철 얼고 녹기를 반복하다가 내부가 팽창하면서 부분부분 떨어져 나간 상처들이다. 이처럼 역암에 생긴 벌집구멍을 타포니 지형이라고 한다. 마이산은 전 세계에서 타포니 지형이 가장 발달한 곳으로 꼽힌다.
탑들은 이들 타포니 지형 속에도 세워졌다. 비록 작은 돌멩이들을 올려 쌓은 것들이지만 어떻게 그곳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대체 알 수가 없다.
은수사에서 마이산은 지척이다. 은수사 왼쪽으로 난 448계단을 밟고 오르면 암수마이산이 맞닿은 천황문이 있다. 아쉽게도 마이산 등산은 여기서 끝이 난다. 숫마이산은 등반 자체를 불허했었고, 암마이산은 5년 전부터 지형의 보호를 위해 등산을 막고 있다. 10년이 휴식년인 셈이니 앞으로 5년이 남았다. 천황문에서 숫마이산 정상 쪽으로 약 50m 위에 무속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화엄굴이 있는데, 이곳을 다녀오는 것으로라도 정상을 밟지 못 하는 아쉬움을 달래자.
그것으로도 모자라다면 마이산 일대의 능선을 훑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원강정마을 함미성에서 광대봉과 고금당, 전망대, 봉두봉을 거쳐 마이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5시간 정도 걸린다.
한편, 마이산을 찾은 길에 백운면에 잠시 들러보자. 네온사인 하나 없는 수수한 간판들이 소임을 다하는 이색 간판마을인 원촌리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맘 때(제862호)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 원촌마을에서 약 5분 거리인 장평리에 ‘손내옹기’라는 곳이 있는데 한번 들러볼 만하다. 옹기장이 이현배 씨(49)가 작품을 내놓는 곳으로 그가 빚은 ‘달항아리’와 ‘전골솥’이 지난해 유네스코 인증 우수 수공예품에 뽑혔다. 낯선 이의 방문에도 그는 살아가는 이야기며 옹기이야기를 풀어내며 반갑게 맞는다. 그의 작품 전시장도 둘러볼 수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