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설경이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한 풍랑마을. | ||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부안IC→새만금 방면 30번 국도→장신초교 사거리에서 좌회전→구암리지석묘 지나 우회전→풍랑마을
▲먹거리: 풍랑마을에서 구암리 지석묘 방면으로 나온 후 좌회전 해 바닷가 쪽으로 달리면 하서면 백련리. 새만금방조제 못 가서 해창갯벌 앞에 풍차백합바지락큰집(063-583-3883)이 있다. 백합죽, 바지락죽, 바지락회무침, 바지락칼국수 등이 맛있다
▲잠자리: 아무래도 격포면 쪽으로 가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풍랑마을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걸린다. 바다를 바라보는 대명리조트(063-580-9800)를 비롯해 채석강리조트(063-583-1234), 피아노모텔(063-584-5847), 바다모텔(063-581-3102) 등 숙박시설이 많다.
▲문의: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208
풍랑마을은 부안군 상서면과 하서면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상서면에 속한다. 부안읍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새만금방조제 방면으로 가다가 장신초교사거리에서 내변산 방면으로 달리면 풍랑마을에 닿는다. 여행객들이 잘 찾지 않는 길인 데다가 마을이 밖으로 잘 드러나 있는 편이 아니라서 주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이다.
풍랑마을은 25가구 약 50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고려 말엽 전주 최씨가 정착하면서 형성되었고, 이후 남궁씨를 비롯해 타 성씨들이 마을에 터를 잡았다. 현재는 최씨, 남궁씨, 이씨, 김씨, 강씨, 양씨, 유씨 등이 어울려 살고 있다.
풍랑마을은 용와마을, 수련마을 등과 함께 통정리를 이룬다. 각 마을은 모두 고만고만한 크기로 비슷하다. 풍랑이라는 마을의 이름은 용와, 수련마을과 떼어서 설명할 수 없다. 용와마을의 용이 수련마을의 못 속에서 솟구쳐 오를 당시 풍랑마을을 흐르는 계곡에 물결과 바람이 일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어 먹고산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중에는 사슴을 키워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이도 있다.
▲ 눈 속에 파묻힌 풍랑마을. | ||
숨어 있다시피 한 풍랑마을로 잡아끄는 것은 소나무숲이다. 잘 생긴 노송들이 마을 주변을 두르고 있다. 큰 길에서부터 100m쯤 걸어 들어가면 마을이 시작되는데, 한 방향으로 큰 가지들을 늘어뜨린 노송들이 마중을 한다. 마치 터널 같은 그 길을 지나면 마을회관이 나온다. 회관 앞에는 자그마한 정자가 놓여 있고 당산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게 서 있다.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느티나무다.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이월 초하루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당산제를 지낸다.
풍랑마을은 주위가 산들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마치 움푹 파인 종지그릇 속에 앉아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마을은 더 없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마을의 집들은 회관과 다른 한 채를 제외하고 모두 한옥이다. 기와지붕을 올린 번듯한 한옥도 있지만, 슬레이트 지붕의 허름한 한옥들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한옥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관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마을의 절인 등룡사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안쪽을 누비는 길이다. 등룡사로 이어지는 길 오른쪽으로 앞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겨울에도 얼지 않고 졸졸 흐른다.
마을 안은 돌담이 아름답다. 담장은 높지 않다. 보통 키의 어른 허리춤 높이다. 집에서 다들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인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서로 감추거나 숨길 게 없다. 담장이 높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 다래를 터트린 목화처럼 풍랑마을 나뭇가지마다 몽글몽글 눈이 쌓여 있다. | ||
풍랑마을은 눈이 내리면 특히 아름답다. 부안에 내리는 눈은 대부분 서해안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다. ‘떡눈’이라고도 하는데, 서로 잘 뭉친다. 나뭇가지에 앉은 눈들도 웬만해서는 잘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수북이 쌓인다. 소나무 푸른 가지에 쌓인, 댓잎에 위태롭게 내려앉은, 돌담 위에 지붕처럼 얹힌, 텃밭에 세워놓은 경운기를 덮은 하얀 눈이 다소 썰렁할 수도 있는 마을의 겨울 풍경을 특별하게 만든다.
한편, 풍랑마을 주변에는 구암리고인돌군과 개암사 등 둘러볼 곳들이 더러 있다. 아주 유명세를 탄 곳들은 아니다.
구암리고인돌군은 풍랑마을에서 새만금방면으로 1㎞쯤 가면 나온다. 사적 제103호로 지정된 것으로 현재 10기의 고인돌이 남아 있다. 남방식으로 작은 굄돌을 아래에 놓고 큰 자연암석을 위에 덮었다. 보통 굄돌은 4개를 쓰는데, 이곳에서는 8개를 쓰고 있다. 가장 큰 고인돌의 모양이 거북을 닮았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구암리가 되었다. 풍랑마을 뒤편 바위산에서 돌을 떼어다가 고인돌을 만들 때 썼다는데 확실치는 않다.
개암사는 구암리고인돌군에서 줄포 방면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있다.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묘련대사가 세웠다고 전하는 절이다. 개암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282년 변한의 문왕이 이곳에 성을 쌓으면서 전각을 지었는데, 동쪽이 묘암, 서쪽이 개암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내소사처럼 절로 들어가는 전나무숲길이 아주 좋다. 대웅전과 영산회괘불탱화 등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절 뒤편으로 20여 분 올라가면 울금바위라는 큰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 세 개의 동굴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원효방이라고 불린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던 곳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