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 사업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는 “단군 이래의 최대 프로젝트를 따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원전 수주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원전 수주 다음날인 12월 2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53.1%의 지지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4월 9일(54.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원전 계약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정당 지지도 역시 원전 수주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나라당은 직전조사보다 3.3%p(포인트) 상승한 40.7%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3.4%p 하락한 25.7%를 나타냈다. 지지율 격차가 8.3%p에서 15%p로 벌어졌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원전 수주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나 민주당이 “원전수출로 천지가 개벽이라도 한 듯, 국내 경제 환경이 호황으로 돌아선 듯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낸 것도 이러한 정치적 파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전 수주 소식과 함께 한나라당과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자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친노 인사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친노 인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온통 이 대통령이 원전 수주를 따냈다고 그러는데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한 참여정부 인사들 공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물론 이번 계약은 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그동안 별 왕래가 없었던 UAE와의 교류를 시작한 것은 우리 때부터였다. 영사관도 참여정부 시절에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이해찬 전 총리가 UAE를 방문했고 2006년엔 5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지를 찾아 친분을 쌓았다. 특히 당시 노 전 대통령은 UAE 측과 원전에 관한 깊은 얘기들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친노 인사는 “UAE 측이 장기적으로 원전사업을 많이 발주할 것이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자기가 그만두더라도 협조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 뒤 2006년 9월 한명숙 전 총리도 UAE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미리 토대를 마련해놨기 때문에 현 정권에서 원전을 수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친노 인사 중 일부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뒤의 태도를 놓고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비교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러시아 방문 때 30억 달러 계약을 성사하고 돌아온 뒤 노 전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뭐 내가 했다고 하는데 원래 정치하는 사람이 약간은 부풀린다. 우리 기업들이 이미 나가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놓고 저는 가서 마무리를 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일을 거론하며 지나친 ‘이 대통령 띄우기’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해찬 전 총리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너무 과대포장을 하는 것 같다”면서 “나도 총리 재직시 250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언론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섭섭해 하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씨는 우리가 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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