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샛노란 산수유꽃이 대음마을을 뒤 덮었다(위). 경운기를 이용해 밭을 갈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평화롭다(아래). | ||
계곡 사이로 마주한 대음·반곡마을
산수유마을은 전북 전주에서 임실을 거쳐 19번 국도로 타고 구례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나온다. 흔히 산동산수유마을이라고들 부른다. 산동면 일대에 여러 산수유마을이 흩어져 있는데 이를 총칭하는 것이다. 산동면에서 가장 유명한 산수유마을은 상위마을이다. 19번 국도에서 원촌교차로를 통해 나온 후, 지리산온천랜드 방면으로 올라가면 닿는다. 가는 길에 대음, 반곡 등의 마을을 지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산수유마을들이다.
대음마을과 반곡마을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두 마을 모두 대평리에 속하니 나눔의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리산가족호텔을 지나면 왼쪽으로 평촌교라는 작은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300m쯤 더 가면 대음마을이다. 계곡이 마을 앞을 흘러 내려가는데, 워낙 눈이 많이 왔던 탓인지 수량이 제법 된다. 대음마을에는 겨우 16가구가 산다. 남양 홍씨 집성촌으로 약 300년 전 형성됐다. 처음에는 ‘큰 터’라고 부르다가 임진왜란 후에 대음마을로 개칭했다고 전한다. 대음마을의 산수유꽃은 계곡 주변을 샛노랗게 뒤덮는다. 마을 앞 계곡에 넓은 반석이 있는데 이와 어우러진 산수유꽃의 풍경이 일품이다.
반곡마을은 대음마을에서 대평교를 건너서 간다. 거리를 따질 것도 없다. 바로 앞이다. 약 25 가구가 산다. 이곳 역시 대음마을과 함께 생겼다. 그래서 이곳에도 남양 홍씨가 대부분이다. 계곡 밑 소반 같은 평지에 마을이 있다고 해서 반곡이다. 집과 집 사이 빈 터마다 산수유나무가 서 있다.
돌담길 산수유꽃 어우러진 상위마을
산수유 ‘꽃이불’은 대음·반곡마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하위마을을 넘어서 상위마을에 이르면 그 이불의 포근함은 절정에 이른다. 상위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정씨와 구씨가 처음 정착한 곳이다. 가구 수는 22호. 행정구역상으로 바로 밑 마을인 하위와 함께 위안리에 속한다. 하위마을도 22가구가 산다. 대음이나 반곡·하위·상위마을 모두 크기가 고만고만하다. 이들 마을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상위가 자리한 지역의 해발고도는 400m 지점이다. 이곳에 서면 일대의 산수유군락지가 훤히 보인다. 상위는 돌담길과 어우러진 마을길이 참 정감 있다.
▲ 현천마을 앞 저수지의 산수유 반영. | ||
수면에 비친 꽃이 아름다운 마을
한 군데 더 둘러볼 마을이 남았다. 사실 목적했던 곳은 이곳 현천마을이다. 상위 일대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다.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위마을 쪽보다는 조용하다. 특히 주중에 현천마을로 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천마을은 진행 방향을 남쪽으로 할 때, 19번 국도 오른쪽(상위마을은 왼쪽)에 있다. 상위마을에서 약 5분 거리다. 상위마을에서 되돌아나와 산동보건소를 끼고 우회전한 후 계속 직진하다보면 왼쪽에 굴다리가 있다. 여기를 통과해 올라가면 현천마을이다. 계단식논들이 마을 입구에 있고, 그 뒤로 아늑한 산기슭에 마을이 들어서 있다.
현천마을은 행정구역상 계천리에 포함된다. 산수유마을 중 가장 큰 편에 속하는데 46가구가 산다. 화순 최씨 집성촌이다. 언제 최씨들이 들어와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마을 뒤편으로 견두산이 높이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玄’(현)’자를 닮았고, 견두산 옥녀봉의 옥녀가 마을로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빨래를 했다고 해서 현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옥녀의 계곡은 마을 앞에 모여 저수지를 이룬다.
그런데 이 저수지가 현천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치장한다. 저수지가 뭐 볼 게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볼 게 있다. 다름 아닌 산수유꽃의 반영(비친 모습)이다. 저수지 주변에 산수유꽃들이 가득 피었는데, 해가 견두산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수면 위로 산수유가 핀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의 산수유꽃 색깔이 짙어진다. 마을의 집들도 흐릿하게나마 비친다.
▲ 현천마을의 한 할머니가 산수유나무 아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 ||
현천마을도 상위마을처럼 돌담길이 좋다. 산수유꽃 속에서 행복한 꿈을 꾸는 집들과 굽이굽이 휘고 돌며 모세혈관처럼 마을을 누비는 돌담길을 보다 또렷이 보려면 마을 앞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산이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을까 미리 말하는데, 2~3분만 올라가면 되는 언덕바지나 다름없다. 볕 잘 드는 언덕에는 들꽃들이 흐드러졌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영모제라는 제각이 있다. 제사용구 등을 보관하던 곳인데 건물은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제각 옆에는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현천마을의 풍경은 앞산보다 못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올라가보길 권한다. 제각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가 대숲이 일품이다. 대숲이 터널을 이루는데, 그 끝에 두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있다. 오후 녘이면 뒤에서 비치는 햇살에 산수유꽃색깔이 더욱 샛노랗게 빛난다.
<여행안내>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전주IC, 혹은 익산-장수 간 고속국도 완주IC 이용→17번 국도→남원→19번 국도→구례 현천마을
▲먹거리: 19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상위마을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초입에 ‘산수유마을’(061-781-7755)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상호에 걸맞게 산수유냉면과 산수유오리구이를 주 메뉴로 내놓는다. 특히 오리구이의 경우 산수유가 오리 특유의 냄새를 없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잠자리: 현천마을 쪽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상위마을 아래에 ‘지리산온천랜드’(061-783-2900) 등 숙박업소가 있다.
▲문의: 구례군청 문화관광포털(http://culture.gurye.go.kr) 문화관광과 061-780-253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