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과 12일 열린 자유한국당 대구 필승결의대회와 더불어민주당 필승전전결의대회에서 한국당 권영진 후보(우)와 민주당 임대윤 후보(좌)가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임대윤·권영진 캠프 사진 편집
[대구=일요신문]김성영 기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TK패싱(따돌리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선거가 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다. “대구·경북(TK)이 변화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구호도 “대구시장 자리 내 주면 한국당 문닫을 판”이란 호소도 온데간데 없다.
특히, 보수텃밭에서 사상 첫 대구시장 입성을 노린다는 더불어민주당, TK만큼은 목숨걸고 지킨다던 자유한국당도 지금 분위기라면 후보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란 무언의 메시지로 밖에 보일 수 없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부겸 카드가 살아 있을 때만 해도 한국당이 홍준표 대표 등판설까지 키우며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 올랐지만, 최근 한국당이 산토끼 챙기기에, 민주당이 집토끼 챙기기에 골몰하면서 TK가 선거의 중심에서 졸지에 변방이 돼 버렸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6·13지방선거 대구 필승전진결의대회’에 당 대표는 물론, 중앙당 인사 단 한명도 내려 보내지 않으면서 민주당 사상 첫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란 흥행몰이와 대구 지방선거 사상 최다 후보(44선거구 중 43선거구)를 낸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루 앞서 열린 한국당 ‘대구 필승결의대회’는 민주당과 달리 홍준표 당 대표와 중앙당 인사 지역국회의원까지 총동원 되긴 했지만,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의례적인 ‘세몰이’에 불과했다는 평이다. 그마저 후보 뛰우기 보단 북미정상회담 흠집내기와 드루킹 특검에 목매는 결의대회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홍 대표가 닷세 후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는 대구 북구와 동구지역 전통시장을 다시 찾아 지지를 호소했지만, ‘후보 뛰우기’보단 ‘홍 대표 뛰우기’에 급급했다는 볼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홍준표”를 연호하는 상인들에게 “나 여기(북구) 출마해야겠어. 출마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차기 총선을 겨냥한 농 섞인 발언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대구시장 내주면 한국당 문닫아야 된다”고 했던 홍 대표였지만, 재선을 노리는 권영진 시장 띄우기에는 인색했다.
소위 여론조사기관의 대목이란 선거철이지만 남북·북미정상회담, 드루킹 특검 등 빅 이슈에 묻혀 대목 아닌 대목을 보내고 있다는 여론조사기관 대표들의 고충이 흘러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 감감하다. 지난 3월 27일 이후 이렇다 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없다.
당시 한국당 권영진 시장과 민주당 임대윤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권 시장은 임 후보를 11%p로 앞섰지만(쿠키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 두 달여 동안 남북·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여당의 컨벤션 효과, 갈곳 잃은 샤이보수표의 향방,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 출마에 따른 보수표 분산 등 선거에 미칠 굵직한 이슈가 반영된 민심의 향배는 찾아볼 수 없다.
홍준표 대표는 앞선 대구 전통시장 방문에서 “전국이 대구만큼만 되면 우리가 70% 이상 압승”이라며 애써 분위기를 뛰웠고,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인 임대윤 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사회1조정비서관은 최근 대구경북의 한 중견언론인 모임의 정책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에서 약진해 보수표가 갈라지면 40% 초반대 승리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친게 전부다.
한국당의 제일 낙승이 예상됐던 경북도지사 선거는 그나마 지난 20일 민주당 오중기 전 문재인대통령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한국당 이철우 전 의원과의 격차를 9.5%까지 바짝 좁히는 여론조사 결과(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 발표되면서 최근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같은 지방선거 TK패싱 분위기는 민주당의 집토끼 챙기기와 한국당의 산토끼 챙기기에 따른 ‘홀대’도 한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 전체 17곳 광역단체장 중 9+α 확보를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강세가 이어지면서 12~14곳까지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험지인 TK(산토끼)관리가 더 소홀해 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반대다. 확실한 텃밭인 TK(집토끼) 챙기기 보다 격전지가 더 급한 모양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홍준표 대표는 21일 최대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을 찾아 서병수 시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앞서 홍 대표가 대구 전통시장을 방문해 권영진 시장 띄우기에 인색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더구나 최근 권영진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그간 선거의 중심에 서 왔던 대구·경북이 이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TK패싱론’에 ‘TK홀대론’까지 겹치면서 섬 처럼 갖혀 버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들에겐 “살아서 돌아오라”란 무언의 메세지로 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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