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세종시, 4대강 살리기 범국민연대(상임대표 장영철)는 지난달 26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가진 집회에서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주장했다. 유장훈기자 doculove@ilyo.co.kr | ||
현 정국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은 세종시 문제와 상당 부분 맞물려 있다. 박 전 대표의 ‘원안’과 이 대통령의 ‘수정안’ 사이에서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이 대통령, 박 전 대표의 지지율 흐름을 살펴보면 여론이 세종시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세종시 여론조사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보고 ‘세종 목장의 혈투’를 벌이고 있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담긴 민심을 따라가 보았다.
#장기화될수록 박근혜 손해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중후반으로 세종시 정국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25~30% 사이에서 큰 변화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략적인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세종시 이슈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이는 박 전 대표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 이후인 지난 1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전주 대비 4.6%p 상승한 47.7%를 기록한 반면, 박 전 대표는 전주보다 2.5%p 하락한 33%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MBC와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전달보다 6.5%p 오른 38.4%를 기록했다. 조사 기간의 간격이 달라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세종시 정국에서 더 변동폭이 큰 상황. 이에 대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세종시 이슈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강도가 약한 이들을 와해시킬지 결집시킬지 아직 결론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세종시 정국이 시작되며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차츰 하락세를 보여왔다. 높게는 40%대 초반 수치까지 기록했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근 40% 아래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대 중후반을 기록한 경우도 많았다. 이는 최근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대응하는 방식이 한나라당 지지층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 측이 세종시 원안만을 고수하며 타협과 절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 박 전 대표 지지층 중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박 전 대표 측 좌장 격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이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친박계 내부에서도 균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배종찬 팀장은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정국에서 지금 후퇴한다면 20%대의 둑마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더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꿋꿋한 한나라당 지지율
한나라당이 세종시 정국으로 혼란한 가운데서도 정작 당 지지율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점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세종시 이슈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한 고공행진을 했다. 다소 오락가락한 시점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잃지 않았고 최근 들어 40% 전후의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왜 한나라당 지지도는 세종시 여파를 받고 있지 않는 걸까.
여론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국민들이 세종시 이슈를 한나라당에 대한 호불호와 연관 지어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 지지도와 한나라당 지지도가 간혹 다른 곡선을 그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 배종찬 팀장은 “여론조사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0~35% 선, 민주당은 20~25% 내외로 나타난다. 정당지지율은 응답자의 지역색이 많이 반영되며 무응답층의 증감에 따라 지지율이 오르내린다. 또한 세종시와 직접 연관이 있는 충청권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세종시 이슈와 정당 선호도를 별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에 큰 타격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제1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큰 이벤트를 앞두고 지지세가 결집하는 ‘컨벤션 효과’ 때문이다. 여론조사시 선택을 강요받게 되면 이러한 컨벤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무응답층이 줄어들면서 당 지지색이 뚜렷하게 구분되게 되는 것. 여기에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무응답층을 늘리고 한나라당 지지율을 끌어내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팀장은 “대안세력 부재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율이 덕을 보고 있는 측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선진당 세종시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 국민보고대회’에서 당원들이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 ||
간혹 청와대는 자체 조사라며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 결과를 발표하곤 한다.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는 여타 조사기관의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발표한 이후 청와대는 ‘40% 지지율’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적이 있었다. 8월 24일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5.5%로 나타났고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지지도 흐름이 차츰 상승해 40%대에 안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조사 결과의 변동 수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40% 지지율 홍보와 함께 그 근거로 ‘꾸준히 이어졌던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통합의 메시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과정에서의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대응 등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수치를 발표한 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 전문가들뿐 아니라 상당수 일반인들도 청와대의 조사 자료에 다소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즈음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주변에 머물렀기 때문. 당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30.3%(8월 11일), 31.4%(8월 25일)를 기록한 바 있다. 청와대의 분석처럼 40%대에 안착했다는 근거자료는 청와대가 밝힌 자체 조사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
왜 이처럼 청와대의 자체 조사는 타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걸까.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팀장은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시점과 시간, 문항 순서, 응답지, 재질문 여부, 질문자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비표본적 오차로 생기는 편차는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때문에 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해서 유리한 수치만을 취했거나 비표본적 오차 중 유리한 상황만을 넣어 조사한다면 정치적 홍보수단을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자체조사는 구체적인 조사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수치를 공개하려면 잘 나온 것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결과를 다 공개하고 어떤 설문으로 어떤 대상에게 조사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충청민심도 오락가락?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충청지역 여론은 ‘원안 고수’에 압도적으로 기울어 있다. 여론조사는 대부분 원안과 수정안으로 나누어 찬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원안 지지가 높으면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수정안 지지가 높으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충청민심은 과연 ‘수정안 반대’, 즉 ‘원안고수’만을 주장하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충청민심’의 속내에는 ‘원안+수정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배종찬 팀장은 “충청도민의 속내에 정부부처 이전 외에도 교육기관과 기타 시설 등 자족도시 기능을 모두 원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고 본다. 즉 원안과 수정안을 모두 합한 것이 충청여론에 담긴 마음이다. 이러한 두 가지 욕구가 다 있다는 것이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수정안에는 정부부처 이전이 제외되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 수정안에 찬성하는 충청도민의 마음을 잡아끄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원안 추진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한 배신감, 이를 고수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감이 ‘원안 찬성’을 하게 만드는 또 다른 대다수 충청여론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한 것 역시 원안이 아닌 ‘원안+α’였다. 그러나 결국 수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정부의 수정안에 담겨 있던 내용 중 상당수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원안만이 ‘누더기처럼’ 남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주장한 ‘α’가 친이계의 협조 없이 논의되기도 어렵기 때문.
이렇게 될 경우 세종시 이슈의 장기화로 지칠 대로 지친 충청도민의 더 큰 반발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팀장은 “이 경우 친이계는 박 전 대표에게 결국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책임지고 나서서 수습하라는 압박을 할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총체적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세종시 정국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박 전 대표로서는 가만히 있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