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교수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27일 “무역전쟁이 일어난다면 취약한 국가가 한국과 같은 수출지향적 국가“라며 ”수출주도 성장을 이룬 경제체제를 가진 국가의 경제는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위험성’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유럽연합과 미국은 스스로의 무역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면서 “무역블럭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시아도 유럽을 모범삼아서 아시아만의 무역블럭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극단적인 수준의 관세 변화가 이뤄지면서 과거 70년에 걸쳐 완성한 자유무역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가진 낮은 관세율은 사라지고 다시금 높은 관세가 대두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전쟁이라고 해서 사람이 죽는건 아니지만 실질적인 전쟁”이라며 “승자와 패자가 나눠지는 것 대신 모든 사람이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 서로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각각의 국가들이 최대한도로 수출 가격을 올리고, 수입가격을 낮췄을 경우 계산을 해보면 세계 교역량의 2/3 정도가 줄어들 것 같다”며 “낮은 관세율은 사라지고 평균 40%의 관세율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화가 진척되면서 무역패자들이 등장하고 많은 분노가 발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이러한 구조를 완화시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현실과는 굉장히 먼 시도일 뿐만 아니라 무역 패자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바로 할리데이비슨은 유럽의 보복관세 때문에 미국에서 생산기지를 옮기겠다고 밝혔는데 이건 시초에 불과하다”면서 ”미국내에서 최대 700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진통을 겪게 되고 세계 무역체제는 5~10년 안에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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