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친박과 극한대립 중인 친이계 내부가 모처럼 ‘해빙 모드’에 들어갔다. 정권 출범 이후 끊임없이 충돌하며 사실상 등을 돌렸던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계와 소장파가 ‘일시 휴전’에 들어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의 한 정치컨설턴트는 “2008년 권력사유화 논쟁 당시 양측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자체를 큰 변화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만큼 여권 내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손을 먼저 내민 것은 이상득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이상득 의원은 이 대통령과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며 현안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두 분은 친박의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세종시 정국과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겉으로나마 소장파와 이상득 의원계가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 의원도 이러한 뜻을 소장파 측에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말 양측의 핵심 관계자들이 이 의원 주선으로 경기도 모처의 별장에서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 의원계로 분류되는 한 정치권 인사는 “(양측이) 만난 것은 ‘팩트’인 것 같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워낙에 비공개로 이뤄진 만남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친박과의 세종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소장파를 달랠 필요성이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소장파가 전투력이 좋지 않냐. 이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질 투사가 없다는 지적이 뼈아팠는데 소장파가 그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소외받아왔다고 느끼는 소장파들에게 ‘국정의 파트너’로서 대접하겠다는 믿음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이상득 의원계의 이러한 기류 변화는 최근 있었던 당과 총리실 인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우선 지난 2월 4일 소장파의 ‘수장’ 격인 정두언 의원이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에, 남경필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지방선거를 사실상 소장파 주도하에 치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상득계와 소장파와의 ‘줄다리기’로 넉 달째 사실상 공석(<일요신문> 927호 보도)이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 자리에 정두언 의원과 가까운 김유환 전 국가정보원 경기지부장이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양측이 완전하게 앙금을 털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소장파의 한 초선의원은 “정치판에 영원한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지만 이상득 의원계와는 함께할 수 없다. 대선에서 같이 고생했는데 우리를 모함해 ‘팽’시킨 것을 잊을 수 없다. 저쪽의 진심어린 반성 없이는 화해의 시도조차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다만 최근의 인사는 정당한 우리 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소장파 입장에 대해 이상득 의원계의 한 관계자 역시 “우리라고 소장파가 맘에 들겠느냐. 일단 지금의 난국은 타개하고 보자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이상득계-소장파 ‘일시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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